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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혼다 HR-V, ‘콤팩트 SUV’가 갖춰야 할 경쟁력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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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콤팩트 SUV’ 시장은 국내 완성차 업계와 수입차 브랜드 모두에게 가장 뜨거운 무대가 돼 있다. 저마다 보유하고 있는 역량을 다 동원해 경쟁에서 이길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장은 어떤 요소에 의해 판가름 나고 있을까? 지난 3월 기아자동차가 하이브리드 SUV ‘니로’를 출시하면서 제시했던 조사 자료를 되짚어 보자. 당시 기아차는 ‘니로’의 경쟁력을 ‘하이브리드 차’에 맞추지 않고 ‘소형 SUV’에 맞췄다.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소형 SUV’ 세그먼트로 인기를 끌고 있는 르노삼성 ‘QM3’, 쌍용차 ‘티볼리’를 겨냥한 전략이었다.

기아차 국내마케팅실에서는 니로 출시 행사장에서 시장 니즈(needs)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소형 SUV를 구입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요소가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다.

대답은 약간 의외였다. 1위가 디자인, 2위가 연비, 3위가 가격이었다. 그 다음이 안전, 공간의 순이었다. 자동차를 좀 안다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꼽는 요소인 ‘성능’은 ‘공간’ 보다 후순위였다. 

이 조사 결과는 소형 SUV의 주 소비층이 누구냐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세그먼트는 20~30대 여성이 주도하고 있다. 직장인 또는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들이 시장의 결정권을 쥐고 있다.

남성적 이미지가 강한 혼다자동차도 소형 SUV 시장에 뛰어 들었다. 월드 스테디셀링 SUV인 CR-V의 이름을 본 따 붙인 HR-V로 소형 SUV를 만들어 판매를 시작했다. 국내 시장에도 최근 정식 수입이 시작 됐다. 이 차를 타고 서울춘천 고속도로 일부 구간과 북한강변 일대를 돌아봤다. 이 세그먼트의 주 소비자층이 손꼽은 체크 포인트에 맞춰 ‘HR-V’의 경쟁력을 가늠해 본다.

▲디자인

눈 앞에서 ‘HR-V’를 보자마자, 사진으로만 봤다가 처음 만나는 남녀 사이에서 흔히 하는 실수인 “실물이 훨씬 낫네”를 외칠 뻔 했다. 아담한 체구에 균형이 잘 갖춰진 외모를 갖추고 있었다. ‘HR-V’를 소개하는 자료에서 “베스트셀링 SUV CR-V의 콤팩트 버전”이라는 설명을 들었던 터라 CR-V의 잔상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CR-V하고는 디자인 콘셉트가 완전히 달랐다.

혼다코리아는 ‘쿠페 스타일’을 언급했는데, 오히려 이 표현이 더 적확했다. 측면 실루엣은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다 후면에 이르러 새침하게 마침표를 찍고 있었다. 전면은 질리지 않게 힘이 있어 보였고 뒤태는 아담하게 가라앉아 안정돼 보였다. 옹골차게 갖출 건 갖춘 형태라 작지만 작아 보이지는 않았다.

▲연비

가솔린 엔진에도 불구하고 복합 공인 연비가 13.1km/l에 이른다. 도심에서 12.1km/l, 고속도로에서 14.6km/l가 나온다. 웬만한 디젤 SUV 수준이다. 물론 디젤엔진이었더라면 이보다 훨씬 높은 연비도 나오겠지만 요즘 디젤 엔진은 이래저래 말이 많다.

고연비는 시승에서도 확인이 됐다. 계기반의 평균연비는 도로와 주행 방법에 따라 13km/l 언저리를 오르내렸다. 혼다 시빅(CIVIC) 엔진을 개량한 4기통 1.8리터 SOHC i-VTEC 엔진은 연료 효율성에 더 비중이 가 보였다. 혼다측에서는 “‘파워’와 ‘연료 효율성’의 밸런스가 최적에서 매칭 됐다”고 말했지만 시승에서 받은 인상은 ‘파워’ 보다는 ‘연비’에 더 치우쳤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143마력(6,500rpm), 최대토크 17.5kg.m(4,300rpm)을 낸다.

CVT 변속기도 고연비에 기여했을 터다. CVT는 연비 효율은 뛰어나지만 응답성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혼다는 ‘G 디자인 시프트 컨트롤’이라는 기술력으로 가속 응답성을 향상 시켰다. 실제 주행에서 응답성이 떨어지는 느낌은 없었다. 다만 출력에서 답답한 면은 있다.

▲가격

‘HR-V’의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3,190만 원이다. 콤팩트 SUV 세그먼트에 속하는 차들이 2,000만 원대 가격을 들고 나오는 것에 비하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혼다코리아는 2,000만 원대를 만들어 보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 속내를 하소연했다. 

‘HR-V’는 일본에서는 ‘베젤’이라는 이름으로 출시 됐는데, 이는 일본 내수 시장을 겨냥해 개발 된 차라 수입 자체가 여의치 않았다. 혼다코리아는 차선으로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 되는 ‘HR-V’를 선택했다. 

멕시코 공장에서 나오는 차들은 주로 북미 시장에 공급 된다. 문제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와 멕시코는 자유무역협정이 체결 돼 있지 않다. 미국 시장보다 우리나라에 들여오는 모델의 가격이 더 비싸게 된다. 관세 8%의 벽이 있었다. 혼다코리아는 대신 AS정책 등으로 보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안전

HR-V는 일단, 미국 고속도로 교통안전국(NHTSA)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등급인 별 다섯 개를 획득했다. 소개 자료를 보면 HR-V는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해 차체 강성을 강화했고, 고효율 조인트 프레임을 사용해 보강 부위를 줄였다.

안전과 관련한 장치들로는 급제동 경보 시스템이 있다. 시속 60km 이상의 속도에서 긴급 제동을 할 때 비상등이 자동적으로 깜빡이는 기능이다. 언덕길 밀림 방지도 있다. 오르막 또는 내리막에서 브레이크에서 엑셀로 발을 옮기는 사이 차가 밀리지 않게 한다.

오토 브레이크 홀드도 재미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막히는 길에서 완전 정차 상태가 지속 되면 자동으로 주차 브레이크가 작동 되도록 하는 기능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주차 브레이크는 저절로 해제 된다.

▲공간

공간 활용 잘하는 혼다가 더욱 심혈을 기울인 포인트다. 작아 보이는 외형에 비해 속이 좁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게 했다.

한 체급 높은 CR-V에 범접하는 휠베이스 덕이다. CR-V가 2,620mm인데 HR-V는 2,610mm다. 연료 탱크도 뒷좌석 아래가 아닌, 앞좌석 아래에 배치해 중형차급 2열 레그룸을 확보했다. ‘콤팩트 SUV의 뒷좌석은 가방자리’라는 우스갯소리는 HR-V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간단한 조작으로 뒷좌석 바닥을 등받이 쪽으로 바로 세울 수 있는 일명 ‘매직시트’는 아주 매력적이다. 착좌면이 세워지기 때문에 2열 바닥부터 천장까지 훤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유모차를 접어 바로 세워도 되고, 화분처럼 착좌면에 놓기 싫은 물건들도 마음 쓰이지 않게 실을 수 있다.

뒷좌석 뒤 기본 적재 공간도 결코 빠듯하지 않다. 688리터로 골프백 3개는 수월하게 실을 수 있다. 여기다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마치 동굴 같은 적재 공간이 만들어진다. 앞 타이어를 탈거한 MTB 2대까지 적재가 가능하다고 한다. 최대 적재용량은 1,665리터.

커피나 음료를 들고 차를 타는 요즘의 트렌드도 수납공간에 반영 됐다. 센터 콘솔에 ‘멀티 유틸리티 드링크 홀더’를 만들어 컵이나 음료병을 3개까지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성능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을 자동차의 최고 미덕으로 여기는 운전자라면 HR-V는 좀 답답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상당 부분 해소 되기는 하나 그 때는 연비를 포기해야 한다.

주행감은 매우 안정적이다. 앞뒤 펜더와 차량 하부에 흡음재를 덧대 NVH 성능에 신경을 쓴 덕분이다. 바닥에 경량 하부 커버도 씌웠다. 

후륜 서스펜션은 토션빔을 썼다. CR-V의 멀티링크에 비해서는 승차감이 떨어질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진폭 감응형 댐퍼를 달았다. 분리 된 두 개의 피스톤 밸브가 노면 상황과 진동의 크기에 유연하게 대응한다. 물론 CR-V의 멀티링크를 온전하게 대체할 정도는 아니다. 

요소별로 체크해 보니 HR-V는 선택과 집중이 뚜렷한 차였다. 타깃에 맞게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요소들에 집중해 공을 쏟았다. 유모차를 접어 들고 세단의 야속한 트렁크 공간을 원망했던 이들에게 HR-V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전고가 낮아 물건을 실을 때 과하게 높이 들어올릴 필요도 없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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