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왁스 "'게이 친구' 갖고 싶다? 잘못된 생각"[절친인터뷰③]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6.07.25 07: 55

[절친인터뷰②]에서 이어…
배우 홍석천과 가수 왁스가 '절친', '영혼의 동반자'라고 TV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하며 대중에 노출되자, 재차 불거진 것은 홍석천의 성(性) 정체성이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시피, 그는 지난 2000년 커밍아웃을 한, 대한민국 연예인 최초 동성애자.
지금보다 더 사상적으로 꽉꽉 틀어막혀있던 당시, 그의 깜짝 발표는 자의와 상관없이 타의로 그를 무려 3년이란 세월을 방송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었다. 지금이야, 당시의 역경을 딛고 일어나, 성공한 요식업계 CEO로, 방송인으로, 배우로서, 그야말로 눈코 뜰 새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말이다. 홍석천은 지금도 그때를 기억했고, 자신의 선택에 후회도 없었다.

-16년전 커밍아웃, 한국의 동성애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죠. 그에 반해 외국에는 커밍아웃을 한 연예인들도 꽤 있지 않나요? 최근에 리키 마틴도 있었고….
홍석천(이하 홍): 사실 외국도 똑같아요. 많아 보이지만, 공인으로서는 커밍아웃을 한 사람은 거의 없어요. 리키 마틴은 소문이 많이 돌았지만, 나이가 들고, 얼마전에 커밍아웃을 했어요. 모두가 그렇게 알고 있다고 해도, 인정하고 '내가 그렇다'고 얘기하는 것은 확실하게 다르죠. 조지 마이클도 마찬가지죠. 두 사람은 인생의 정점을 찍고, 다 누리고 가져본 다음에, 어느 정도 해탈한 상태로 커밍 아웃을 했어요. '내가 이렇다. 그래서 왜?'라고 할 수 있는 정도죠. 그런 사람이 아주 많지 않아요.
-그렇게 보면, 홍석천 씨는 해탈 단계가 아니라, 활동 초반에 가까웠잖아요. 쉽지가 않았을 것 같아요. 비슷한 상황에 있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좀 해준다면요?
홍: 각자 상황에 따라 달라요. 하나 분명한 것은 잃는 것도 많지만, 그에 반해서 얻는 것들이, 너무 소중한 게 많다는 거죠. 정말 너무 많아요. 거짓말을 안해도 되는, 온전한 자기를 찾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더더욱 좋은 친구, 진짜 내 친구를 만날 수 있어요. 그전까지만 해도, 제가 연예인이고, 유명하고, 또래보다 잘 나가서, 친해졌던 사람이 있었거든요. 커밍아웃 이후에는 그걸 알고도 나랑 친해지는 거죠. 예전 같았으면, 이야기가 결국 겉돌 수 밖에 없는데, 이젠 그렇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다를 다 버리고 나니깐, 더 많은 걸 얻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은 잃는 게 너무 커보이니깐 두려워서 선뜻 못그러는데, 깨고 나오면 또 다른 세상이 있어요. 그 즐거움을 아직 겪어보지 못했으니, 두려운거죠. 그럴 수 밖에 없어요. 전, (커밍아웃을 한 지금이) 좋아요.
-미드(미국 드라마)가 '게이 친구'에 대한 환상을 너무 심어준 거 같아요. 주변을 보면 '게이 친구를 갖고 싶다'는 여자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아요.
왁스: 글쎄요. 전 그런 생각을 아예 해본 적이 없어서…저흰 그냥 자연스럽게 친해졌거든요. 특별하게 생각해본 적 없어요. 오빠를 알았고, 이쪽 세계를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뿐이에요. 미드 같은 걸 보고, 선입견을 갖고 물어보는 친구들은 제주변에도 있어요. 기분이 썩 좋진 않아요. '어때? 어때?' 하고 물어보는 친구가 많은데, 대답도 안해요.
-그런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도.
왁스: '게이 친구를 갖고 싶다', '연예인 친구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나 표현 자체가 좀 웃기다고 생각해요. 액세서리를 얻는 게 아니라, 사람과 친해지는 거잖아요.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게 힘들 거 같아요. 목적에 의해서 누군가를 만나는 건, 그저 자기 만족이죠. 이기적이라고 생각해요.
홍: 얘(왁스)는 나란 사람을 좋아해주고, 이해하는 거지, '게이'라서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요.
왁스: 여자든 남자든, 나랑 맞고 좋은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잖아요. 이쪽 세계도 마찬가지에요. 성격이 전부 다르고, 나쁜 사람도 있고, 의리있는 사람도 있고, 다양해요. 전 오히려 석천 오빠가, 맨날 술마시고 흥청망청 쓰면서 놀 것 같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만나고 나니 전혀 그렇지가 않았죠. 저흰 10년동안 한 번도 같이 술을 마셔본 적이 없어요. 우린 커피 마시며 밤을 새는 타입이죠.
홍: 제가 술을 잘 못 마시거든요.(웃음)
-진짜 두 분은 절친이라 그런지 비슷한 구석이 많은 거 같아요. 확실히 이건 다르다, 하는 부분도 있어요?
왁스: 오빠는 미래지향적이고, 전 현재에 충실한 쪽이에요. 제가 지금 놀고 먹고 즐기는 게 중요하다면, 오빠는 앞으로가 더 중요해요. 맨날 저보고 절약 안하고 막 쓴다고 구박하고, 전 오빠한테 좀 쓰라고 해요. 뭐, 사실 본인의 선택이죠. 어떤 게 맞다고 할 수는 없어요.
홍: 제가 너무 안쓰긴 해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절약이 몸에 뱄어요. 남한테는 안 그런데, 저한테는 인색해요. 좋은 옷, 좋은 신발, 좋은 시계 하나, 절 위해서 사는 게 없어요. 70% 세일 하는 게 아니면요. 신상? 안사요. 이월하고 세일하면 그때 사요. 트렌드는 그냥 알고만 있어요. 즐길려고 허덕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저도 물론 돈을 쓰죠. 다만 합리적인 선을 만든느 거에요. 남들보다 먼저 사서 갖는 기쁨보다, 70% 다운된 가격으로 여유있게 누리는 게 더 재미있어요. 앞서가는 걸 즐기기 위해서, 제가 하고 있는 것들을 포기하는 게 있을 걸요. 시간이 지나면, 결국 제가 승자가 될 걸요?
왁스: 맞아요. 오빠는 건물이 있는데, 저는 없죠.(흑)
-왜 그렇게 안 쓰세요? 벌어들이는 수입이 엄청날 거 같은데요.
홍: (커밍아웃 이후) 3년을 쉬었거든요. 가진 걸로 먹고 살았어요. 일이라는 게, 돈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너무 잘 알아요. 인생에서 한 번 나락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해요.
왁스: 그래도 지금, 엄청 많이 쓰고 있어요. 이제까지의 인생에 비교하면요.
-이제 마지막이요! 홍석천 씨는 오는 10월 방영되는 SBS 새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 출연하시고, 왁스 씨는 이번달에 '딱 한 잔만'이라는 콜라보 곡이 나왔는데, 올해 남은 활동에 대해 각자 이야기 부탁드릴게요.
홍: 저보다는 왁스요. '딱 한 잔만'은 스페셜한 곡이었거든요. 앞으로 나오게 될 왁스 새 앨범에는 왁스의 색깔을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 노래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변화도 좋지만 자신가 가장 잘하는 게 뭔지 알고, 거기에서 일등을 하는 게 중요해요. 사람들이 왁스 노래를 들을 때, 위로가 되는, 가슴 절절한 노랫말을 떠올렸잖아요. 이번 앨범에는 사람들의 눈물샘을 터뜨리겠다는 각오로 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들었던 왁스의 노래를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촉촉히 적셔지는 것 같거든요.
왁스: (홍석천을 보며) 아니, 각자 얘기하라는데 왜 내 얘기를 해! 전 그럼 그냥 제 얘기 할래요.(웃음) 생각했던 것처럼 곡이 쉽게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마냥 그 곡이 나오길 기다릴 수도 없는 일이고요. 9월쯤 왁스표 발라드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편한 가수가 되고 싶어요. 있어보이고 싶지도 않고. 이웃집 언니나 누나처럼, 위로해주고 싶어요. 아직도 대중이 절 보는 이미지가 우울하고, 딱딱한 이미지인 거 같아서, 아쉬워요.
홍: 저도 오해를 받아요. 사실 보이는 거랑 우리 둘은 반대거든요.
왁스: 오해를 풀려면 같이 리얼리티라도 했으면 해요. 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홍: 그러니깐 그거 하자니깐, '우결'.
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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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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