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경기 출장’ 히메네스에게 켜진 적색경보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7.26 06: 15

‘군계일학’ 히메네스, 7월 들어 극심한 슬럼프
전 경기 출장으로 인한 체력저하...관리 필요한 시점
눈앞의 한 경기도 중요하다. 그래도 아직 58경기가 남았다. 아무리 팀 내 최고타자라고 해도, 전 경기를 소화하는 것은 무리다. 저조한 컨디션으로 오랫동안 슬럼프에 시달리느니 관리를 받으며 시즌을 치르는 게 팀에도 도움이 된다. LG 트윈스 역대 최고 타자로 올라서고 있는 루이스 히메네스(28) 이야기다. 

올 시즌 히메네스는 그야말로 군계일학이다. 86경기 375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3할2푼 23홈런 70타점 OPS 0.952를 기록, 리그 최고 3루수 중 한 명으로 올라섰다. 39홈런 117타점 페이스. 이대로라면 LG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홈런(1999시즌 이병규 30개)과 최다타점(2010시즌 조인성 107타점)을 모두 달성한다. 히메네스가 2년 연속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LG에 몇 안 되는 위안거리가 되고 있다.
정규시즌은 마라톤이다. 마라톤 내내 전력질주 할 수 없는 것처럼, 매 경기 안타를 날리는 타자는 없다. MVP를 수상한 선수도, 시즌을 돌아보면 슬럼프에 빠지는 시기가 있다. 히메네스에게는 7월이 그 시기다. 7월 16경기 72타석에 나서 타율 1할9푼 3홈런 13타점 OPS 0.645에 그치고 있다. 4월부터 6월까지는 매달 OPS 1.000 이상(4월: 1.013, 5월: 1.046, 6월: 1.015)을 찍었다.  
어쩌면 예고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히메네스는 올 시즌 LG가 치른 전 경기에 출장했다. 모든 경기에 3루수로 선발 출장한 것은 아니다. 5월 22일 잠실 넥센전에선 라인업에서 제외됐다가 7회에 대타로 나섰다. 6월 9일 잠실 삼성전은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는데, 8회초부터 3루수를 봤다. 그리고 이후 33경기에서 모두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그냥 서 있기도 힘든 무더위에서 모든 경기를 소화한 것이다. 올스타 브레이크도 없었다. 홈런레이스 우승을 차지하고, 본 경기서도 안타를 날리며 누구보다 바쁘게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히메네스는 후반기 6경기 26타석 동안 안타 2개로 타율 8푼7리에 그쳤다. 
일단 양상문 감독도 히메네스가 다소 지쳐있음을 인정했다. 양 감독은 지난 24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체력적으로 떨어질 시기가 온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올스타전에 참가하느라 휴식기도 따로 없었다. 홈런 레이스에 참가했다가 타격감이 흔들리는 경우도 있다. 히메네스에게는 여러모로 힘들 수 있는 시기다”고 밝혔다. 그러나 히메네스는 이날 경기서도 4번 타자겸 3루수로  선발 출장했고, 3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두산과 주말 3연전에서 11타석 1볼넷 1희생플라이 9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히메네스는 지난해에도 지독히 힘든 7월을 보냈다. 2015년 6월 17일 KBO리그 데뷔전에 나선 히메네스는 6월 마지막 경기까지 타율 3할2리 2홈런 10타점 OPS 0.830으로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7월에 치른 19경기에서 타율 1할9푼2리 2홈런 6타점 OPS 0.573으로 부진했다. 결국 히메네스는 2군행을 자청했고, 열흘 동안 휴식과 훈련을 통해 페이스를 찾았다. 당시 고전했던 것을 두고 히메네스는 “한국에 오기 전 충분히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체력적으로 부족했고, 금방 지치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작년처럼 히메네스를 엔트리서 제외, 열흘 동안 쉬게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주일 6경기 중 한 두 경기 라인업에서 제외하거나, 지명타자로 출장시키며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히메네스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손주인이나 양석환에게 3루를 맡기고, 클린업에 약간의 변화를 감수해야한다. 부상을 피하는 방법은 없으나, 부상의 절대적 원인은 체력저하다. 부상 방지를 위해서라도 히메네스에게 여유를 줄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한 달에 한 두 경기는 주전 선수를 쉬게 한다.
지금 시점에서 LG가 할 일은 히메네스를 매 경기 출장시키는 게 아닌, 히메네스와 서둘러 내년을 약속하는 것이다. LG 구단은 지난해 6월 히메네스를 데려오면서 2016시즌 계약을 옵션으로 남겨뒀다. 결국 LG는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히메네스 측에 옵션 행사를 통보, 원활하게 히메네스를 잔류시킨 바 있다. KBO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는 일본 구단의 표적이 되곤 한다. 히메네스를 두고 다시 한 번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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