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거포 육성, 김동엽까지 터지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7.27 10: 00

‘급할 수록 돌아가라’ 2군서 실전 경험
공·수에서 문제점 보완, 2년 뒤가 더 기대
“힘 하나는 리그 최고인 것 같아요. 조명탑을 맞혀버렸다니까요.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나가면 100% 우승입니다”

SK의 올해 플로리다 전지훈련 당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이 바로 김동엽(26·SK)의 어마어마한 장타력이었다. 미국 도전을 접고 귀국,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의 지명을 받은 김동엽은 탁월한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백기가 있고 여러 측면에서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SK는 가능성을 믿고 지명권 한 장을 투자했다. 하위 라운드에 갈 때까지 타 팀에서 지명하지 않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또한 모험이었다. 
힘은 진짜였다. 연습배팅에서 담장을 넘기는 것도 모자라 조명탑을 맞히는 괴력을 과시했다. 정의윤 최승준 최정 박정권 등 파워가 있는 동료 선수들로 혀를 내두를 만한 힘이었다. 그러나 김동엽이 1군 무대에서 빛을 발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신인급 선수가 당장 1군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은 KBO 리그의 수준도 수준이었지만, SK도 김동엽이라는 거포 자원에 적잖은 인내심을 발휘했다.
변화구 대처 능력에서 다소 약점을 보인 김동엽은 시즌을 사실상 2군에서 시작했다. 퓨처스리그 성적은 좋았다. 55경기에서 타율 3할6푼, 7홈런, 43타점을 올렸다. 장타율은 0.577이었다. 잠깐 1군에 콜업되기도 했다. 그러나 수비 쪽에서의 불안감이 컸다. 사실상 지명타자로 활용할 수밖에 없어 활용도가 조금 떨어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기 스윙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SK는 그런 김동엽을 2군에 내려 좀 더 완성된 타자로 키우길 원했다.
2군에서 타율은 좋았지만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진단이었다. 갖다 맞히는 스윙이 적지 않았다. ‘장점’보다는 ‘타율’에 더 신경을 쓰는 타격이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회상이다. 김경기 SK 퓨처스팀(2군) 감독은 “수비 경험이 아직 부족해 김동엽이 1군에 가면 대타나 지명타자 임무를 해야 한다. 그런 자신의 위치에서 이런 스윙으로는 안 된다. 확실히 자기 스윙을 해 타구를 외야로 날려야 한다”고 김동엽을 몰아붙였다. 김동엽도 당시 “훈련이 계속되다보니 힘이 조금 떨어진 것 같다”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에 1군에 올라올 때는 그런 단점이 상당 부분 고쳐진 뒤였다. 김동엽은 6월 29일 화성(넥센 2군)전부터 7월 9일 고양(NC 2군)전까지 5경기에서 홈런 3방, 2루타 2방을 날리며 자신의 매력을 드러냈다. 1,2군 모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4개월 이상 준비를 마친 김동엽은 최승준의 부상이라는 특수한 상황까지 등에 업고 1군에 콜업됐다. 그리고 26일 대전 한화전에서 자신의 KBO 리그 첫 홈런 등 5타점을 몰아치며 팀을 구해냈다.
2군에서 1루 수비 훈련도 병행한 김동엽은 수비 쪽에서의 약점도 조금은 나아졌다. 발은 빠르지만 타구 위치를 잡는 경험은 물론 송구에서도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2군에서 계속 경기에 나서다보니 이 문제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1군에 계속 있었다면 제한된 출전 기회 속에 보완하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물론 앞으로도 수많은 고비가 올 것이다. 당장 정의윤과 같은 선수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다. 상대의 집요한 약점 찾기에 수많은 삼진을 당할지도 모른다. SK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적응의 시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 무대는 2군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정의윤, 올해 최승준을 터뜨린 SK가 또 하나의 즐거운 유망주를 확보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보다는 오히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거포 타선’의 출발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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