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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BMW ‘뉴 740Li xDrive’…럭셔리, 완성형과 진행형의 큰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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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현 시대 럭셔리의 기준을 제시하겠다.” BMW가 ‘뉴 7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천명한 슬로건이다. BMW코리아도 작년 말 ‘뉴 7시리즈’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럭셔리’에 초점을 맞춰 이미지 메이킹 전략을 짰다. 마침 2016년은 BMW 브랜드가 100주년을 맞는 해인지라 ‘럭셔리’를 앞세우는 타이밍도 좋았다. 

BMW코리아는 최근 ‘럭셔리’ 중에서도 ‘더 럭셔리 한’ 차를 출시했다. 정식 이름이 ‘BMW 740Li xDrive’다. 이름에 L이 붙었으니 일반 모델보다 더 길고, xDrive가 붙었으니 지능형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이 장착 됐다. 3000cc 트윈파워 터보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을 달고 전장이 5,238mm에 달하는 사륜구동 럭셔리 세단이다.

이 호사스러운 차를 타볼 기회를 얻었다. BMW 삼성전시장에서 경기도 가평에 있는 아난티 펜트하우스를 왕복하는 구간에서 갖출 것 다 갖춘 차의 매력에 잠시 빠져 봤다.

이 차는 휠베이스가 일반 모델보다 140mm가 길다. 늘어난 공간은 대부분 뒷좌석에 할애 됐다. 일명 ‘회장님’ 자리에 온갖 편의 사양이 다 지원 된다. BMW는 ‘항공기 일등석’이라는 콘셉트 아래 이 공간을 꾸몄다. 조수석을 9cm까지 앞으로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운전석 대각선 방향 뒷자리에는 엄청난 공간이 만들어진다. 거만하지 않으려 마음 먹어도 그 자리에 앉는 순간, 결심은 한순간에 무너지고 만다.

최고급 나파 가죽 시트 안쪽에는 마사지 기능이 숨겨져 있어 이동하면서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고, 뒷좌석에 앉아서도 주행 관련 사항을 제외한 다양한 편의 시설을 조작, 내지는 조절할 수 있다. 가볍게 몸을 누이고 눈을 지그시 감을 채 하만 카돈의 서라운드 시스템이 들려주는 청량한 사운드에 빠져들면 고급 휴양지가 따로 없다.

뒷자리가 편안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정숙성이 뛰어나야 한다. 3.0리터 직렬 6기통 트윈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이 만들어 내는 기동성은 제로백 5.2초의 강력한 파워에만 있지 않았다. 부드러울 때 부드럽고 강해야 할 때 강해지는 허허실실 테크닉이 운전자를 위압하지 않는다. 최고출력 326마력, 최대토크 45.9kg·m의 성능은 외유내강의 미덕 속에 잘 감춰져 있다. 더 낼 수도 있지만 최고 속도는 안전을 위해 250km/h로 제한 돼 있다. 

직렬 6기통 엔진은 스텝트로닉 자동 8단 변속기와 연결 돼 있다.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에코 모드, 컴포트 모드, 스포츠 모드로 선택해 주행의 질을 다르게 할 수 있고, 변속기 레버의 수동 모드 조작으로 스포츠 주행 전환도 가능하다.

BMW가 자랑하는 xDrive는 변화무쌍하기로 유명한 양평 중미산의 와인딩 코스에서도 운전자를 차와 같이 놀게 만든다. 운전자가 불안감을 느낀다면 회전이 만들어내는 원심력에 맞서 버티기를 했겠지만 740Li의 xDrive는 차의 움직임에 몸을 맡긴 채 좌로 흔들, 우로 흔들 가볍게 춤추게 했다.

1977년에 출범해 6세대까지 이어온 7시리즈의 완성형 주행성능, 왠만한 강심장으로 이 헤리티지를 꼬집기는 어렵다. 그런데 완성체를 보유한 자들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 된다. 이 덕목들이 이미 이전 세대에 완성 된 것들이라면? 

6세대 7시리즈를 출범시킬 무렵, BMW의 고민도 이 지점에서 오래 머물렀다. 고심 끝에 끄집어낸 키워드가 ‘럭셔리’다. 이전 세대와 차별화 할 수 있고, 새로운 모습으로 어필할 수도 있다. 

‘럭셔리’를 구성하는 요소로 BMW는 몇 가지 작품을 내놓았다. ‘제스처 컨트롤’이라고 해서 손동작으로 사운드 시스템의 음량을 조절하거나 걸려 오는 전화를 받거나 거절할 수 있다. 센서가 손의 열을 감지해 명령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나름 신선한 발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 하나는 ‘요즘 대세’인 운전 보조 시스템이다. 자율 주행으로 가는 기초작업들이다. BMW ‘뉴 740Li xDrive’에도 이 시스템이 잔뜩 들어 있다. 측면 충돌 보조장치가 내장 된 ‘차선 유지 어시스턴트’, 후면 충돌 보호장치와 교차 차량 경고 장치가 추가 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 반자율 주행이 가능한 ‘트래픽 잼 어시스턴트’, 스타트/스톱 기능이 내장 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이다.

여기에 BMW는 ‘리모트 컨트롤 파킹’이라는 기술도 선보였다. 차에서 내려 전자식 디스플레이 키의 버튼을 누르면 아주 비좁은 주차 공간에도 혼자 들어갔다 나왔다 할 수 있다.

그런데 ‘럭셔리’에 걸맞게 적용한 이 기능들이 영 마뜩잖다. 애초에 완성형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진행형 기술들을 무리하게 갖다 붙인 기색이 역력하다. 크루즈 컨트롤에서 앞 차와 간격을 맞춰 달리는 기능은 인제 이 분야에서는 기초 기술이 됐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전기차에도 수준급의 시스템이 장착 돼 있다.

완성도 높은 ‘차선 유지 어시스턴트’ 정도는 돼야 명함을 꺼낼 수 있다. 하지만 ‘뉴 740Li xDrive’의 차선 유지 어시스턴트는 ‘럭셔리’라는 수식어를 적용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서울춘천고속도로로 가는 올림픽대로에서 차량 운행이 뜸한 틈을 타 ‘차선 유지 어시스턴트’를 테스트 했는데, 차선이 점선으로 표시 된 구간에서는 가벼운 커브 구간에서도 선을 넘어가려 했다.

편도 1차선의 지방도로에서는 거의 직선도로였지만 우측 실선으로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는 술 취한 운전을 했다. 양 차선의 중간을 인식하지 않고, 좌우측 한쪽 차선을 기준으로 했을 때 생기는 현상이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좌우로 작은 상가 건물과 주택이 나열 돼 있는 왕복 2차선 도로. 전방의 상가 주차장에서 1톤 트럭이 후진으로 도로에 진입하고 있었다. 운전자는 중앙선을 살짝 넘을 정도로 좌측으로 핸들을 꺾었다. 그러자 ‘뉴 740Li xDrive’는 꽤나 묵직한 힘으로 핸들을 우측으로 돌리고 있었다. 차가 유도한 방향은 추돌 방향이다. 

물론 아직은 어떤 자동차 브랜드도 완벽한 운전 보조시스템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런데 BMW의 이 시스템들은 ‘럭셔리’라는 단어에 접목시키기에는 한참 모자라 보였다. 

운전자가 내린 상태에서 아주 좁은 공간에 자동 주차를 시키는 ‘리모트 컨트롤 파킹’. 마틴 슈토이렌탈러 BMW 코리아 R&D센터 이사는 “‘문콕’ 사고가 많은 한국적 상황에 이 기능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문콕’은 ‘내 차’가 내는 게 아니고, ‘내 차’ 옆에 있는 조심성 없는 차가 낸다. 1억 4,920만 원짜리 차를 산 사람이 한번 들어가면 운전자가 내릴 수 없는 주차공간에 무리해서 차를 대야 하는 가정도 넌센스다.

또한 ‘리모트 컨트롤 파킹’은 T자형 주차가 아니라 차량이 주차 공간 직선 진입방향에서 각도가 10도를 넘지 않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주차 공간과 차가 거의 일직선이 되도록 조향을 해 놓은 뒤(앞 뒤로 차가 빽빽하게 주차가 된 상황이라면 사실 이 과정이 더 어렵다) 운전자가 내리고 리모트 컨트롤 파킹 기능을 작동시켜야 한다.

이 기능은 양산이 결정 되기는 했지만 현재 국내에 들어오는 차는 장착이 안 돼 있다. 옵션 사양이라 추후에 장착하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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