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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용이 될 이무기들…박용택, 정성훈, 박한이, 이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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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에 바래지면 역사가 되고, 월광(月光)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이병주 장편소설 『산하(山河』에서)

기록이 켜켜이 쌓여 그대로 한국 야구의 역사가 되고, 전설로 남을 선수들이 줄을 잇고 있다. 개인통산 2000안타 고지를 저만치 앞에 두고 있는, ‘세월을 이겨낸’ 선수들은 박용택(37. LG 트윈스)을 비롯해 박한이(37. 삼성 라이온즈), 정성훈(36. LG) 등이다. 7월 28일 현재 박용택은 1980안타, 정성훈은 1975안타, 박한이는 1973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안에 2000안타를 달성할 가장 유력한 주자들이다.

박용택은 지난 2002년 LG에 입단한 이후 2008년만 빼곤 올해까지 14시즌 동안 세 자릿수 안타를 생산해 왔다. 1999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출발했던 정성훈 역시 18시즌 가운데 14시즌에서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2001년부터 줄곧 삼성에 몸을 담고 있는 박한이는 올해 부상으로 주춤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데뷔 이래 15년 연속 100안타 이상 기록했다. 꾸준함과 기복 없는 활약이 이들의 2000안타 고지 등정에 큰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순수 국내 무대 최초 2000안타 작성자는 양준혁(47. 전 삼성)이다. 개인통산 최다안타(2318개) 1위 보유자인 양준혁은 2007년 6월 9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이승학을 상대로 9회 초에 안타를 때려내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개인통산 2000안타 고지에 올랐다. 양준혁의 뒤를 이어 전준호(47. 전 넥센 히어로즈. 2018개), 장성호(39. 전 kt 위즈. 2100개)가 기록했다. 현역 선수 가운데는 이병규(42. LG)와 홍성흔(40. 두산)이 2042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해외기록까지 합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7월 28일 14년 연속 100안타 기록을 세웠던 이승엽은 한·일 통산으론 양준혁을 제치고 2646안타(한국 1960+일본 686개)로 단연 1위다.

‘불혹’의 나이인 이승엽은 2017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나겠다고 ‘예고 은퇴’를 선언했다. 국내 무대 2000안타 달성이 은퇴의 기준선이다. 지난해까지 1860안타를 기록했던 이승엽은 앞으로 2000안타 고지에 40개만 남겨놓고 있다. 만약 이승엽이 올해 안에 2000안타를 작성하게 된다면 양준혁(전 삼성)과 이병규(LG)의 15시즌을 한해 앞당겨 KBO 리그 역대 최단기간인 14시즌 만에 기록을 세우는 셈이 된다.

이미 국내무대에서 2000안타를 돌파했던 이병규는 일본(주니치 드래곤즈) 4년간 기록(253안타)을 보태면 2295안타이고, 이종범(46. 전 해태)은 국내에선 1797안타로 200안타에 못 미쳤지만 일본(주니치) 기록(286안타)까지 합치면 2073안타로 2000안타 고지를 넘어섰다.

2000안타는 지난 2009년 1월 13일 송진우(50. 전 한화), 전준호, 양준혁이 의기투합해 만든 ‘성구회(星球會. Diamond Club)’에 가입할 수 있는 기준기록이다. 성구회는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서 투수는 개인통산 200승이나 300세이브, 타자는 2000안타 이상 기록하면 자동 가입 요건을 갖추게 된다.

송진우(개인통산 210승)가 제1호 가입자이자 회장을 맡고 있는 성구회는 양준혁, 전준호에 이어 장성호가 2012년 9월 18일 개인통산 2000안타를 기록, 순수 국내 기록만으로 기준선을 통과했다. 일본무대에서 뛰었던 이종범, 이승엽, 이병규와 2015년에 2000안타 고지에 올라선 홍성흔 등 모두 8명이 성구회 가입요건을 충족시킨 ‘전설’ 들이다.

앞으로 2000안타 기록 달성이 가능한 타자들로는 이진영(36. kt. 1908안타)과 이호준(40. NC 다이노스. 1789안타) 등을 꼽을 수 있다.

성구회 가입요건은 녹록치가 않다. 타자의 경우 홈런은 기준이 없고 투수도 300세이브는 기준 기록이 너무 높다. 국내 기록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이를테면 메이저리그에서 124승을 거두었던 박찬호(43) 등은 아예 가입 자격이 없다. 선동렬 같은 위대한 투수와 장종훈(340홈런) 같은 전설적인 타자들도 배제돼 있는 상태다. 한국 무대에서 146승 132세이브를 올렸던 선동렬 전 KIA 감독은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에서도 10승 98세이브를 기록, 양쪽을 합치면 156승 230세이브가 된다. 선동렬 전 감독은 해태 타이거즈 시절 마무리로 돌면서 구단 측과 연봉 계약을 할 때 ‘2세이브를 1승으로 한다’는 단서를 단 적도 있는데 그 조건으로 한다면, 그의 승수는 무려 271승으로 볼 수도 있다.

송진우 회장은 “앞으로 얼추 멤버가 구성되면 활동방향이나 가입 요건 등을 회원들과 의논할 작정이다. 가입 요건이 너무 엄격하다는 소리도 듣고 있지만 그렇다고 일정한 기준선을 두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 “홈런 부문과 2세이브를 1승으로 간주하던지, 일본 등 외국에서 뛰었더라도 한국무대 활동기간이 70% 넘으면 가능한 쪽으로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진우 회장은 “성구회는 여태껏 팬들에게 많이 받았던 사랑을 되돌려 준다는 취지에서 결성된 모임이다. 그 사랑을 돌려줄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할 때가 됐다.”면서 “박찬호는 한국에서 뛴 기간이 너무 짧아 안 되지만 선동렬 같은 선배님은 모실 수 있고, 꼭 20승, 2000안타 아니더라도 기준선은 조정이 가능하다”고 정리했다.

성구회는 한국 프로야구 선수 출신 가운데 ‘별 중의 별’들의 모임이다. 앞으로 KBO가 설립할 예정인 ‘명예의 전당’과는 다른 성격의 성구회는 ‘가입조건이 특별한’ 봉사단체로 이해하면 되겠다.

성구회는 일본의 ‘명구회(名球會, GOLDEN PLAYERS CLUB)’를 연상시킨다. ‘명구회’는 현역시절 최고의 성적을 올린 선수들을 주축으로 결성한 모임으로 타자는 개인통산 2000안타 이상, 투수는 200승이나 250세이브가 참가 자격 기준선이다. 1978년 7월 24일에 발족한 명구회는 ‘사회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야구선수로서 받았던) 혜택을 되돌려주고 저변확대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발족당시 회원은 한국계로 알려진 개인통산 400승의 가네다 마사이치를 비롯해 재일교포 장훈(3085안타)을 포함한 18명이었다. 회원 가운데는 이치로 같은 현역 선수도 들어 있다. 명구회가 일본과 미국에서 활동한 기록을 합쳐서 따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야구를 통해서 얻은 경험을 되살려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야구교실이나 강연회를 여는 등 야구 보급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어 그 영향력이 꽤 크다.

성구회는 가입 회원에게 목걸이 메달을 주고 있다. 500원짜리 동전크기만한 그 메달의 앞면에는 엠블럼과 그라운드를 상징하는 ‘Diamond Club’이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한자로 ‘星球會’와 일련번호, 그리고 그 회원의 달성 기록이 들어 있다. 회원 1호는 송진우, 2호는 양준혁, 3호는 전준호이다. (기준 기록 달성일 순서)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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