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다언] '레드존 사수'='한국축구 자존심 사수'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6.07.30 05: 29

진짜 위기다. 하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공한증'과 함께 압도적인 관중들의 응원만이 동북아 축구의 진짜 주인을 선보일 기회다.
오는 9월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첫 경기가 열린다. 지난 29일 일정과 개최장소 그리고 티켓 판매일정이 확정된 가운데 엽기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중국 축구팬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몰려들 기세다. 이미 중국축구협회는 대한축구협회에 5만장의 티켓을 요청했다. 16년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중국은 비록 원정에서 열리는 경기지만 대대적인 응원을 펼치겠다는 의지다. 중국축구협회의 요구는 당당했다. 정당하게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하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협상 결과 15000석만 중국축구협회에 판매하기로 했다. 남쪽 1-2층에 해당하는 좌석이다.
그러나 다행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중국 여행사들과 한국 거주 중국인들이 직접 티켓 구매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들에게 축구는 굉장히 솔깃한 관광이다.
시진핑 주석의 '축구굴기' 선언으로 더욱 인기가 높아진 중국내 축구 열기가 대표팀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위기가 될 수 있다. 사상 초유로 압도적인 원정팬들 앞에서 축구 대표팀이 경기를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까지 국내 단일 경기에 외국인 관중 최다 입장 기록은 지난 1997년 11월 서울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일본전에서 참석한 일본팬 1만명이다.
당시와 현재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대표팀 경기력이 최고조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그동안 열렸던 A매치는 압도적으로 경기장이 가득차지 못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그 결과 A매치 혹은 올림픽 대표팀 경기는 지방에서 열리기도 했다. 적극성을 보인 지자체들의 요구로 인해 지방 경기가 열리기도 했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관중들을 가득 채우지 못했다.
따라서 대한축구협회는 방법을 고안했다. 경기장 북쪽 응원석에 '레드존'을 설정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할인코드를 선착순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또 'Red Zone을 사수하라!'는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물론 중국 축구팬들이 현장을 찾는 것에 대해 '축구한류'라고 애써 스스로 위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경기는 한국 축구를 보려는 것이 아니라 중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방문하는 것이다.
'축구굴기'로 중국 축구의 수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중국 슈퍼리그 팀들은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면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FC)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여전히 부진하다. 한국을 상대로는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공한증은 분명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중국과 만나 30전 17승 12무 1패를 기록중이다.
하지만 최근 5경기만 놓고 본다면 압도적인 우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2승 2무 1패를 기록하고 있다. 2010년 2월 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대회서 0-3의 패배를 당했다. 그 후에도 무승부가 이어졌다. 지난해 8월 2일 동아시안컵서 2-0의 승리를 챙겼다.
이번 1차전을 통해 한국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공한증'을 이어가는 것과 함께 중국의 자존심을 눌러야 한다. 또 원정팬들이 많다면 아무리 승리를 거두더라도 힘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장을 찾아 그라운드에 뛰는 선수들처럼 압도적인 응원을 보낸다면 경기력 뿐만 아니라 축구 수준도 우리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아니 적어도 중국인들에게 우리의 홈을 내줘서는 안된다.
9월 1일 열릴 경기는 레드존이 아닌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사수해야 할 상황이다. 자존심은 축구장에서 지켜내야 한다. 모두 한국 축구를 위하는 길이다. (www.kfa.or.kr) / 10bird@osen.co.kr
[사진] KFA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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