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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의 사자후] '성적지상주의' 방송사, 메달 못 따면 중계도 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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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정환 기자] 메달을 못 따는 종목은 중계도 없다. ‘성적 지상주의’에 매달린 국내 방송사들의 현실이다. 

레슬링의 메달기대주 류한수는 지난 16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아레나2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6kg급 8강전에서 미그란 아루티우냔(아르메니아) 1-2로 패했다. 류한수는 동메달결정전까지 진출하며 투혼을 발휘했지만 아쉽게 4위로 메달획득에 실패했다. 

그의 경기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오는 이유는 또 있다. 류한수는 경기 내내 심판에게 쓸데없는 지적을 당하며 불리한 경기를 펼쳐야만 했다. 사실상 심판이 경기에 개입한 장면이 여럿 있었다. 국민들은 이것을 보면서 다 같이 분통을 터트리지도 못했다. 류한수의 경기는 생중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메달을 노리는 인기종목 여자배구가 네덜란드와 8강전을 치렀다. 지상파 방송 3사가 모두 배구중계에 매달렸다. 류한수의 경기를 중계해주지 않았다.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며 채널이 두 개가 있는 KBS도 마찬가지였다. 동시간대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정규편성하며 류한수를 외면했다. 

국민들은 이미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인터넷 기사를 통해 류한수의 탈락소식을 먼저 접했다. 경기를 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어리둥절하고 김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녹화방송으로 그의 경기를 보면서 더욱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메달 유망주인 류한수 경기도 이 정도인데 다른 비인기 종목은 말할 필요도 없다. 메달획득이 유력한 종목에 밀려 경기를 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20일 오후 방송 3사는 금메달 획득이 유력한 박인비의 여자골프를 똑같이 생중계했다. 동시간에 조광희(23, 울산시청)는 남자 카약 싱글 200m 결선에서 37.265로 전체 12위를 기록했다. 김관욱(26, 국군체육부대)은 남자 레슬링 자유형 86kg급 16강전에서 레이네리스 살라스 페레스(쿠바)에게 폴패(1-4)를 당했다. 두 선수의 경기는 전파를 타지 못했다. KBS1은 음악방송을 편성했다. 

골프는 18라운드를 모두 돌기까지 4시간 정도의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찰나의 플레이가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반면 카약은 40초 안에 승부가 났다. 레슬링 역시 길어야 10분이 되지 않는다. 골프중계를 잠시 중단하고 다른 종목을 틀어준다 해서 이해하지 못할 국민들은 없다. 더구나 골프에서 당장 금메달이 결정되지도 않는 상황이었다. 작은 화면을 활용해 두 종목을 동시에 보여주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지상파 3사는 이번 리우올림픽 중계권을 400억 원을 주고 구매했다. 막대한 투자를 한만큼 최대한 상업적 이익을 뽑아내려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하지만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은 중계의 공익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올림픽때마다 방송사들은 성적이 좋은 국내선수 출전 종목을 중심으로 지나친 무한 반복중계를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국뽕’에 취해 무리하게 한국선수를 감싸는 편파중계를 하는 것도 이제는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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