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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시네마]‘스타트렉 비욘드’, 성공일까, 실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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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유진모의 취중한담]지난주 개봉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타트렉 비욘드’(제임스 린 감독, 이하 ‘비욘드’)가 첫 주 누적 관객 수 67만 8179명으로 흥행에 청신호를 켰다. 아직 ‘덕혜옹주’가 순항중이고 ‘터널’이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는 등 한국영화의 강세 속에서의 선전이라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대한 실망감의 여론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리부팅된 ‘스타트렉’ 시리즈의 전편인 ‘스타트렉 더 비기닝’(이하 ‘비기닝’)과 ‘스타트렉 다크니스’(이하 ‘다크니스’)는 각각 111만여 명, 16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J J 에이브럼스가 연출을 했지만 이번엔 제작자로 참여하고, 대만 출신의 액션 전문 감독 린에게 메가폰을 넘겼다. 일단 흥행의 흐름은 2편의 전작의 기록을 넘을 기세다. 하지만 호불호는 거의 백중세로 엇갈리고 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한국에서 혹평이고 미국에선 흥행성공이지만 ‘비욘드’는 미국에선 배급사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과연 한국에서의 최종스코어는? 그리고 4편에 미칠 영향은?

일단 관객 입장의 여름용 흥행의 블록버스터로서나, 배급사의 텐트 폴 무비로선 그럭저럭 합격점이란 평가가 대세다. 전 시리즈 2편을 능가하는 커다란 스케일의 비주얼이 그 근거다. TV시리즈가 그랬듯, 전작 2편은 ‘스타워즈’ 같은 소형 우주선의 대규모 전투신은 배제한 채 거대 함선끼리의 대치에 집중한 기준에선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행성에서의 맨투맨 액션은 훨씬 강화된 점에선 볼거리가 꽤 많다. 그건 이미 린 감독이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통해 아날로그 정서에서 벗어나지 않는 웅장한 디테일의 액션 솜씨를 보여줬듯 이번에도 주특기를 잘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토리 및 메시지 측면에선 전작들만 못하다. 전체 플롯 안에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베끼기도 여럿 눈에 띈다.

USS 엔터프라이즈 호는 점검 및 휴식을 위해 우주 한 가운데 건설된 유토피아적 인공행성 요크타운에 정박한다. 그리고 여기서 만난 아브로나스 행성의 씰 소위를 돕기 위해 미지의 행성 알타미드로 향한다. 씰은 임무수행 중 우주악당 크롤이 이끄는 정체불명의 종족을 만나 함선을 빼앗기고 대원들을 잃은 것.

엔터프라이즈는 적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해 위기에 처한다. 크롤은 행성연합을 무너뜨리기 위해 커크 선장이 우연히 손에 쥔 고대의 유물을 빼앗기 위해 씰을 이용한 것이었다. 결국 고대 유물을 손에 쥔 크롤은 행선연합의 심장부라 할 요크타운으로 향한다.

어디선가 많이 본 내러티브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다. 좀도둑 스타로드가 전설로 내려오는 무시무시한 에너지원인 오브를 훔치지만 우주정복의 야욕을 품은 크리족 지도자 로난에게 빼앗긴다. 오브를 통해 절대적인 힘을 얻은 로난은 원수인 잔다르족을 멸망시키기 위해 수도 노바를 공격하고, 스타로드가 일행들과 그 뒤를 쫓아가 필사적으로 저지한다는 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기둥줄거리다.

엔터프라이즈의 치명적인 손상으로 알타미드 행성에 추락한 커크 일행은 베일에 싸인 종족의 여전사 제이라의 도움을 받아 수십 년 전에 활약한 엔터프라이즈의 앞선 모델 프랭클린 호를 찾음으로써 크롤의 전함을 쫓을 수 있게 된다.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자원고갈로 새로운 행성을 찾아야 생존할 수 있게 된 미래의 인류가 로빈슨(‘로빈슨 크루소’를 연상케 한다) 박사에게 그 임무를 맡기면서 시작된다. 가족과 함께 우주탐사 끝에 한 행성에 불시착한 로빈슨 일행은 거기서 낡은 우주선과 생명체를 발견하는데 알고 보니 바로 미래의 자신들과 우주선이었던 것이다.

제이라의 무기는 봉이고 특수능력은 분신술이다. ‘서유기’의 손오공은 여의봉이 무기고 분신술로 상대방을 교란한다. 크롤은 상대방의 영육을 흡수해 죽임으로써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고 힘을 보강한다. 중국 무협지의 흡성대법이다. 커크가 크롤을 이기는 결정적인 무기는 헤비메틀 음악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마크로스’와 팀 버튼의 ‘화성침공’ 역시 적에 대한 결정타가 음악이었다.

메가폰을 린에게 넘긴 에이브럼스는 작품성 대신 장삿속을 선택한 게 명백하다. ‘비기닝’은 커크의, ‘다크니스’는 스팍의 성장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거창한 주제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비욘드’엔 그저 승진을 거부한 채 현역에 남길 강하게 주장하는 커크의 전우애와, 지구인 연인 우후라에게 집착하는 마지막 벌칸족 스팍의 미련만 있다.

‘비기닝’은 주인공 커크의 탄생드라마다. 우주를 항해하던 거대 함선 USS 켈빈호가 정체불명의 함선으로부터 공격당해 함장이 죽자 조지 커크가 임시함장이 돼 자신의 목숨을 희생함으로써 800명의 선원들을 구해낸다.

그날 지구에서 태어난 조지의 아들 제임스 커크는 방황한 채 성장해 진로를 못 찾고 헤매다가 조지의 멘티인 파이크 함장의 조언을 듣고 깨달은 바 있어 ‘공군사관학교’ 격인 스타플릿에 입대해 아버지의 뒤를 잇는다.

커크는 스타플릿 아카데미에서 훈련받던 중 만난 자신과 정반대 성격의 냉철하고 원리원칙주의자인 스팍과 경쟁하고 갈등하는 가운데 악당 네로와 싸우며 함께 성장해간다. 특히 커크는 지도자로서의 타고난 자질을 깨닫게 된다. 청소년 성장드라마다.

‘다크니스’는 한층 더 진화한다. 함장과 부함장이 된 커크와 스팍은 파이크의 명령으로 미개행성의 화산폭발을 조사하던 중 뜻밖의 사고에 직면하자 원칙과 인간애 사이에서 대립한다. 커크는 스팍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규칙을 무시하지만 스팍은 자신을 구해준 데 대해 고맙다는 표현을 하면서도 원칙을 깬 커크에 대해 곧이곧대로 보고함으로써 서로 갈등하게 된다는 게 오프닝이다.

모든 함장과 부함장 및 그들의 직계 상관들이 모여 회의하던 스타플릿 회의장이 존 해리슨이란 전직 스타플릿 대원의 공격을 받는다. 파이크 등이 죽는 대참사가 일어나고 최고 사령관 마커스는 적국의 행성으로 도망 간 해리슨을 죽이라며 72개의 미사일을 커크와 스팍에게 내준다.

이 미사일의 승선을 놓고 스팍은 규정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최고기술자인 스카티는 아예 팀에서 탈퇴한다. 해리슨 체포과정에서 오히려 그의 도움을 받은 커크는 심한 갈등에 휩싸인다. 해리슨의 증언에 따르면 그와 72명의 부하들은 마커스의 전쟁 프로젝트에 의해 첨단기술로 수퍼파워를 지니게 된 살인기계였던 것. 그러나 해리슨 일행은 오히려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마커스에 반발했고 결국 테러집단으로 규정됐던 것. 이에 해리슨은 마커스에 의해 동면된 부하들을 깨우고 마커스를 죽이기 위해 테러를 감행했던 것이다.

커크는 이런 상황에서 누가 옳은지 갈등하지만 일단 무조건 미사일을 발사해 해리슨을 죽이라는 마커스의 명령을 거부하고 원리원칙대로 그를 체포해 지구로 회항하지만 한 거대함선의 위협을 받는다. 그 함선의 최고책임자는 마커스였고, 커크는 부하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다크니스’에서도 커크와 스팍은 여전히 갈등하지만 이젠 분쟁이 화합과 이해로 발전해간다. 스팍이 그토록 감정의 변화 없이 원리원칙에 충실한 채 살아가려 했던 이유가 벌칸족과 지구인의 혼혈인 자신에 대한 지구인의 편견을 이겨내기 위함에 있었던 것을 깨달은 커크는 이제 그의 능력과 인성을 믿고 한편으론 의지하게 된다.

스팍 역시 커크가 가진 지구인의 속성과 인간미를 이해하게 되고, 절반이 지구인인 자신을 지구와 융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더불어 마커스와 해리슨을 통해 ‘전쟁은 전쟁을, 폭력은 폭력을 낳을 뿐’이란 비폭력 평화주의를 설파한다. 에이브럼스가 내린 결론은 대의명분은 명분일 뿐 인류애와 인간미 그리고 우정은 원리원칙을 앞선다는 것.

에이브럼스가 설정한 주인공들은 바로 다인종국가 미국이자 넓게는 지구다. 커크가 전형적인 제임스 딘이라면 스팍은 여기에도 저기에도 속하지 못한 히스패닉이자 전체 혼혈인이다. 사사건건 커크의 건강에 잔소리를 하는 고문 역할의 의사 본즈는 프랑스나 영국 출신의 엘리트 계열이고, 스팍과 사랑에 빠지는 우후라는 아프리카 노예의 후예인 흑인계층이다. 자유분방하면서도 자존심이 강한 스카티는 유럽계 기술자고, 체코프는 10대 소년이지만 매우 똑똑한 소련계 기술자며, 커크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술루는 동양계 이민자다.

적어도 에이브럼스는 인종차별이 아닌, 화합과 더불어 각 민족의 특성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그려내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스타 트렉’의 미덕은 현저하게 차이 나는 에피소드 4~6과 1~3편으로 나뉘는 ‘스타워즈’ 시리즈와 달리 별로 길지도 않은 미국의 역사를 거창하게 미화하려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권력투쟁과 미 제국주의의 완성과정을 억지로 창조하려 하지 않고, 그냥 우주라는 광활한 무대를 통해 오히려 지구 내부의 국지적이지만 공통적인 문제점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현재의 스팍과 미래의 스팍을 공존하게 만든 설정은 판타지를 이용한 홀로서기의 교훈이다. 현재의 스팍이 미래의 스팍에게 해리슨이 어떤 존재인지 묻자 그는 스스로 해결하라며 “절대 인간의 역사에 관여하지 말라”고 슈퍼맨에게 가르친 그의 아버지 조엘의 조언을 차용한다. 그건 무기력한 운명론이 아니라, 역사는 왜곡돼선 안 된다는 진지한 사관이다. ‘비욘드’가 상업적인 시각과 작품성적인 관점에서 어떤 축에 속하는지 가늠이 가능한 내용들이다./osen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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