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수학 아니다” 데얀의 의미심장한 한마디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8.25 06: 36

“축구는 수학이 아니다!”
중국프로축구는 왜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도 K리그 팀에게 패하는 것일까. 아시아최고 공격수 데얀(35, 서울)이 대답을 대신했다. 
FC서울은 24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1차전에서 나란히 한 골씩 뽑은 ‘아데박 트리오’에 힘입어 산둥 루넝을 3-1로 이겼다. 서울은 9월 14일 이어지는 원정 2차전서 비기기만 해도 4강에 오른다. 

최근 중국프로축구는 막대한 자금을 원동력 삼아 세계축구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장쑤 쑤닝은 무려 2500만 파운드(약 372억 원)를 들여 첼시의 특급스타 하미레스를 영입했다. 다른 중국팀들도 앞다퉈 세계적 스타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한국대표팀 수비수인 김영권과 홍정호 역시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 어느 팀을 보더라도 특급스타 2-3명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다. 
FC서울의 8강 상대 산둥 루넝도 마찬가지였다. 이탈리아 출신의 펠레, 아르헨티나의 몬틸로가 공격을 맡았다. 수비에서는 브라질의 주실레이와 질이 버티고 있다. 팀의 뼈대를 모두 외국선수가 이루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FC서울의 ‘아데박 트리오’가 더욱 빛났다. 박주영의 패스와 데얀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골 폭죽이 벌어졌다. 박주영은 직접 한 골을 터트렸다. 데얀이 보지도 않고 내준 힐패스를 아드리아노가 세 번째 골로 연결한 점은 하이라이트였다. 세 선수는 3골, 2도움을 합작했다. 
경기 후 중국기자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왜 중국에서 뛰던 시절보다 서울에서 더 잘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데얀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데얀은 “당신(중국기자)을 존중하지만 당신의 의견이다. 난 베이징에서도 2시즌 동안 많은 골을 넣었다. 지금은 한국최고의 팀인 서울을 위해 100%를 다한다. 친정팀인 서울은 편하다. 수비가 탄탄해 공격을 더 편하게 해준다. 황선홍 감독이 공격에서 나에게 자유를 많이 준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축구공은 둥글다. 많은 투자를 한다고 꼭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조직력이다. 황선홍 감독은 “데얀, 아드리아노, 박주영 뿐 아니라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운동장에서 충분히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이 충분한 투자를 하지만 내적으로 우리처럼 같은 색깔을 공유하고, 같은 생각으로 축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데얀이 만족스럽다”며 웃었다. 
데얀은 아드리아노에게 내준 ‘노룩패스’에 대해 “축구는 수학이 아니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이렇게 해봐야지’라고 생각했다. 앞서 말했지만 황선홍 감독이 마음껏 해보라고 자유를 주신다. 그래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했다”고 밝혔다. 
결국 황선홍 감독의 믿음이 데얀을 비롯한 선수들에게 창의적인 축구를 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아무리 돈을 많이 투자해도 살 수 없는 비결이 아닐까. / jasonseo34@osen.co.kr
[사진] 상암=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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