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투구보단 선택과 집중’ LG의 가을야구 방정식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8.26 06: 41

양상문 감독, 시즌 막바지임에도 투수진 오버페이스 경계
2014시즌 기적처럼, 관리 동반한 순위상승 전략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이 오버페이스를 경계했다. 4위와 5위가 눈앞에 있어도, 투수들을 무리시키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일주일 6경기를 치러야하는 야구의 특성상, 한 두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가 다음 경기서 무너지는 일은 피할 뜻을 분명히 했다.

양 감독은 지난 25일 고척 넥센전을 앞두고 “사실 야구에서는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축구처럼 경기 막바지 수비수까지 모두 공격에 가담시키게 하는 게 야구에는 없다”며 “물론 투수 운용에서 변화를 줄 수는 있다. 하지만 투수들을 한 두 경기에 모두 썼다가는 다음 경기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우리 팀의 잔여경기 일정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투수 운용은 시즌 끝까지 지금 노선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양 감독은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기존에 세운 원칙 그대로 마운드를 운용하고 있다. 혹사 없이 투수들의 체력관리에 각별히 신경 쓴다. 7월 유난히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했던 김지용도 후반기에 셋업맨으로 자리가 확정되고 나서는 철저히 관리 받고 있다. 불펜투수가 3일 연투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간혹 지나친 관리로 인해 승부처에서 강한 투수를 올리지 못하는 모습도 나온다.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지더라도, 섣불리 불펜진을 가동시키기 보다는 최대한 이닝을 소화하게 한다. 
양 감독의 이러한 마운드 운용은 지난 24일 잠실 두산전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1회부터 선발투수 이준형이 6점을 내줬으나. 불펜투수를 준비시키지 않았다. 이준형은 2회는 물론 3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LG는 6-18로 대패를 당했다. 그런데 LG는 이날 경기에 앞선 23일 두산전에선 10회 연장 끝에 6-5로 신승했다. 당시 셋업맨 김지용이 1이닝 투구수 30개, 마무리투수 임정우는 2이닝 투구수 26개를 기록했었다. 일주일의 시작부터 필승조 투수 2명이 한계점을 찍은 것이다. 
양 감독은 25일 고척 넥센전을 앞두고 “어제 필승조를 소모하지 않고 진 것은 다행이다. 지용이와 정우 모두 등판시키기 힘든 상황이었다. 오늘은 지용이와 정우가 등판할 수 있다. 잘 진 경기긴 하지만, 실점은 더 줄였어야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다. 잡을 경기는 잡고, 버릴 경기는 버리면서 시즌 마지막까지 경기력을 유지시킨다. 
이러한 전략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선발투수의 호투다. 그리고 25일 선발투수 허프는 최적의 투구를 펼쳤다. 1회 3실점으로 주춤했지만, 8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8이닝 4실점했다.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적극적으로 타자와 붙었고 볼넷 없이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타선은 시즌 6번째 선발전원 안타에 성공, 홈런 2개 포함 14안타를 몰아치며 넥센 마운드를 공략했다. LG는 허프와 이동현, 단 두 명의 투수만 마운드에 올리면서도 9-4로 경기를 가져갔다.
가장 큰 소득은 이틀 연속 불펜 필승조를 아낀 것이다. 이번 주 첫 3경기서 2승 1패했으나 김지용과 임정우는 단 하루만 마운드에 올랐다. 그만큼 여유 있게 이번 주 남은 3경기를 치를 수 있다. LG는 26일에도 고척돔에서 넥센과 맞붙고, 오는 27일과 28일에는 잠실로 돌아가 kt와 2연전에 임한다.
양 감독은 기적을 이뤘던 2014시즌에도 올 시즌과 똑같이 마운드를 운용했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불펜진이 강했지만, 그렇다고 불펜투수들의 루틴을 깨뜨리지 않았다. 8회와 9회를 책임졌던 이동현과 봉중근이 경기 초중반에 등판하거나, 리드를 빼앗긴 상황에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최하위에서 4위까지 뚜벅뚜벅 올라갔고, 4위를 찍고 나서는 시즌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결국에는 최종순위가 모든 것을 평가한다. LG는 현재 4위 SK와 1.5경기, 5위 KIA와는 1경기 차이로 두 팀을 추격하고 있다. 9연승으로 5위권 진입에 도전장을 던진 후 5할 승부(5승 6패)를 통해 숨을 고르는 중이다. SK와 KIA 모두 잡힐 듯 잡히지 않지만, 양 감독은 시즌 종료까지 31경기가 남아있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무리 없이 레이스에 임하되 4위 혹은 5위에 올라가고 나서는 그대로 시즌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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