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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디가 벗겨낸 허재호 부끄러운 민낯 

[OSEN=서정환 기자] 화장을 지운 허재호의 민낯은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14일 이란 테헤란의 1만2000 피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 챌린지 농구대회 2차 조별리그 F조 이란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47-85, 38점차 대패를 당했다. F조 2위가 된 한국은 16일 대만과 8강전을 치른다.

충격적인 참패였다. 하지만 예견된 결과였다. 경기 시작 후 내리 14점을 내준 한국은 1쿼터 단 4득점에 그쳤다. 26-4로 마감한 1쿼터에서 사실상 승부가 났다. 한국은 2쿼터에서도 4분 넘게 첫 득점을 못 올렸다. 한국은 한 때 44점차까지 끌려간 끝에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하메드 하다디는 29점, 10리바운드로 이번에도 한국 골밑을 유린했다. 한국은 리바운드에서 27-46으로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 이란, 허재호가 경험한 첫 번째 강팀


한국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이란을 79-77로 이겼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8강전에서 이란에게 62-75로 완패를 당했다. 현재 마디 캄라니, 하메드 아파그, 니카 바라미 등 노장들이 대거 빠진 이란은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의 1.5군도 한국을 대파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전력이었다.

허재 감독이 지휘봉을 넘겨받은 뒤 한국은 지난 7월 튀니지와 두 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2년 만에 안방에서 치른 A매치였다. 높이를 갖춘 튀니지였지만 한국의 부족한 점을 들춰내기에 부족했다. 리우올림픽 진출에 실패한 튀니지는 이미 동기부여를 잃은 상황. 설상가상 감독과 협회의 불화까지 겹쳤다. 3점슛과 속공이 폭발한 한국은 2경기를 모두 쉽게 이겼다. 평가전의 내용보다 결과에 취했다. 한국은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평가전의 근본 취지가 무색했다.


아시아챌린지에서도 한국은 일본, 태국, 카타르, 이라크 등 비교적 쉬운 상대들과 먼저 만났다. 외곽슛이 잘 터지니 이란을 상대로도 통할 줄 알았다. 오산이었다. 한국이 자신의 한계치를 시험할 수 있는 강팀은 이란이 처음이었다. 한국은 이란전에서 문제점이 잇따라 터져 나오며 완패를 당했다.

한국이 8강과 4강에서 이긴다면 결승에서 다시 이란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의 전력으로 다시 붙어도 이길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결과보다 내용이 중요한 대회다. 이란과 대결로 문제점을 파악한 것만으로도 한국은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 단기전, 11명이 뛰는 한계

한국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출국 직전 박찬희가 손가락을 다쳤다. 결국 박찬희는 1초도 뛰지 못했다. 박찬희의 결장이 양동근의 체력부담으로 이어졌다. 김태술의 부진까지 겹쳤다. 한국은 대회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력이 떨어졌다. 쏙쏙 들어가던 3점슛도 터지지 않았다. 11명이 빡빡한 대회일정을 소화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한 명이 빠진 구멍은 예상보다 컸다.

한국은 똑같은 문제점을 반복하고 있다. 김시래가 대회를 10일 앞두고 무릎부상을 당했다. 김시래는 이번 대회서 단 1초도 뛰지 못하고 있다.

FIBA 규정에 따르면 대회 일주일 전 부상선수가 나오면 예비명단 멤버로 교체가 가능하다. 허재 감독은 또 다시 예비명단에 없는 선수를 원했다. FIBA 아시아도 비협조적이었다. 한국은 FIBA에 공식항의를 했지만 교체가 승인되지 않았다. 방열 대한민국농구협회장은 외교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는 FIBA 아시아 부회장직을 겸하고 있다.


한국은 이라크전을 소화한 뒤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란전을 소화했다. 선수들 몸이 전체적으로 무거웠다. 하지만 핑계는 될 수 없다. 이틀 연속 격전은 FIBA 주관경기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한 책임은 결국 선수단이 져야 한다.

▲ 3점슛 의존, 외곽농구의 한계

그간 허재호의 연승행진에 3점슛의 호조가 대단히 큰 기여를 했다. 조성민, 이정현, 허웅 등이 돌아가며 터졌다. 이라크전에서는 무려 3점슛 20개가 터졌다. 언론에서도 한국의 외곽슛이 좋다며 띄워주기 바빴다.

하지만 모든 경기서 이렇게 터질 수는 없다. 3점슛은 경기마다 기복이 있기 마련이다. 심지어 스테판 커리라도 터지지 않는 날이 있다. 그간 좋았던 3점슛 성공률 덕분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문제점이 이제야 드러났다. 허재 감독은 외곽슛이 터지지 않았을 때 전술적으로 어떤 차선책을 보였는가.

이란전 한국은 21개의 3점슛을 던져 5개만 성공, 23.8%를 기록했다. 2점슛 성공률마저 24.1%에 그쳤다. 3점슛도 안 터졌지만, 이란의 페인트존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2점슛이 이렇게 저조하다면 설령 3점슛이 터진다한들 전혀 승산이 없다. 한국은 리바운드에서 27-46으로 19개를 뒤졌다. 신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지도 없었다. 한국은 파울수에서 19-21로 오히려 뒤졌다. 이란의 블록슛은 2개에 불과했다. 적극적으로 림을 공략하려는 뜻이 부족했다.


3점슛은 단순한 슛감각의 문제만은 아니다. 자신보다 큰 수비수를 제치고 슛 찬스를 잡아 던지는 것은 배로 힘이 든다. 당연히 체력이 빨리 떨어지고, 성공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슈터진 조성민, 이정현, 허웅, 허일영은 국제무대서 신장이 작은 편이다. 외곽슛이 막히니 좁아진 골밑수비는 더욱 뚫기 어려워진다. 신장과 기동력을 모두 보유한 이란을 상대로 한국은 한계를 노출했다.

▲ 스몰라인업, 국제경쟁력 없다

하다디를 막지 못해서 졌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하다디는 어차피 1대1로 막을 수 없는 선수다. 골밑에서 버티는 수비가 중요하고, 유기적인 도움수비가 필수다. 한국은 전략적인 도움수비법을 들고 나와 하다디를 최대한 괴롭혀야 했다. 2년 전 유재학 감독이 하다디를 잡았던 비결이다. 하지만 허재호에서 이런 전술적인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종규는 하다디를 1대1로 막다가 조기에 파울트러블이 걸렸다. 공수에서 중요한 자원인 김종규가 일찍 빠지면 되려 한국에 타격이 더 크다. 지난해 하다디 수비에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였던 이승현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대목.

허재 감독은 조성민, 이정현을 동시에 기용하는 걸 즐긴다. 백업으로 나오는 허웅마저 신장이 작다. 단신슈터 두 명이 동시에 터지면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면 둘 다 신장이 작기 때문에 도움수비를 들어갔을 때 위력이 반감된다. 오히려 상대 장신포워드들에게 미스매치 먹이감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하다디가 코트에 없을 때도 이란의 농구에 당했다. 이란의 차세대 에이스인 모하메드 잠시디는 199cm의 키를 활용해 내외곽에서 11점, 5어시스트를 뽑았다.


한국에서 내외곽을 고루 소화할 수 있는 2미터급 장신포워드가 없다. 최준용은 부상으로 빠졌고, 최진수는 허재 감독이 뽑지 않았다. 정효근을 데려왔지만, 백업 4번으로 기용할 뿐 3번으로 쓴 적이 없다. 허재 감독은 정효근의 3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평가전에서 이를 시험해보지 않았다.

단기전을 뛰다 보면 어차피 각 팀의 장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이 이란전 대패를 통해 자신의 약점을 파악했다면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 단기간에 약점을 얼마나 만회할 수 있는가는 전적으로 코칭스태프의 역량에 달렸다. 허재 감독의 전술적 역량이 부임 후 처음으로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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