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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시네마]이병헌, '매그니피센트7'으로 본 할리우드 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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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유진모의 취중한담] ‘매그니피센트 7’(안톤 후쿠아 감독, UPI코리아 배급)은 한국엔 ‘황야의 7인’이란 제목으로 알려진 동명의 고전 웨스턴무비를 리메이크했다. 또한 ‘황야의 7인’ 역시 오리지널 작품은 아니니 바로 일본의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7인의 사무라이’를 서부로 옮긴 것이었다.

‘7인의 사무라이’가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은 개봉되던 1954년에 할 수 있었던 모든 카메라 기법을 동원했으며, 거의 처음으로 ‘어벤져스’ 급 멀티 캐스팅을 했다는 데 있다. 더불어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1976)이 제2차 세계대전 후 절망과 무기력감에 빠진 일본 사회구조를 날카롭게 해부했듯, 16세기 일본 정부가 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사회구조를 비판했다는 데 그 의의가 크다.

전쟁 후 사무라이가 용도폐기돼 제 취급을 못 받고, 농민들은 도적떼로부터 재산과 생명을 지키지 못하던 시절의 한 마을에서의 농민들의 자립과 사무라이의 마지막 명분이 주제다. 그리고 엄연한 계급차가 있었던 사무라이와 농민의 갈등 사이에서의 화합과 사무라이와 농민 딸과의 사랑이 드라마로 끼어든다.

‘황야의 7인’은 비교적 원작에 충실한 스토리를 담았다면 ‘매그니피센트 7’은 군더더기를 제외하고 오로지 재미 하나에 충실하고자 한 노력이 굉장히 두드러진다. 액션에 있어서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후쿠아 감독은 ‘트레이닝 데이’의 심리극이나 ‘킹 아더’의 역사의식은 지우고, 오로지 화려한 액션과 각 주인공들의 캐릭터에 집중함으로써 133분이란 러닝타임에 지루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마치 ‘뭐 어때? 추석 때면 으레 청룽(성룡) 영화를 아무 생각 없이 즐기던 한국관객 아니던가?’라고 음흉한 미소를 짓는 듯하다.

슬랩스틱의 코미디를 결합한 리얼액션으로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20년간 한국 관객들을 사로잡은 청만큼은 못 하지만 이병헌의 액션은 봐줄 만하고, 그 존재감은 한국인이란 자존심을 상당히 부추긴다. 흑인배우 중 가장 지적인 섹시함을 갖췄다는 덴젤 워싱턴부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주인공 스타로드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크리스 프랫, 연기파의 대명사 에단 호크 등이 나오고 5번째로 크레딧에 올린 이병헌이다. 마치 ‘7인의 사무라이’의 대표 대사인 “이긴 것은 우리가 아니라 저 농부들이다”를 인용해 “이긴 것은 이병헌”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1879년 평화로운 마을 로즈 크릭을 보그라는 부유한 무법자가 점령한다. 인근에 금광이 있기 때문이다. 보안관 및 공무원을 매수하고 용병 군대를 거느린 그는 헐값에 주민들의 땅을 강매하겠다는 선언을 한 뒤 이에 맞서는 엠마의 남편을 총살한다.

이에 엠마는 치안유지 관료를 가장한 현상범 사냥꾼 치좀(덴젤 워싱턴)을 찾아가 전 재산을 건 복수를 의뢰한다. 치좀은 도박꾼 패러데이(크리스 프랫), 명사수 굿나잇(에단 호크), 동양의 암살자 빌리(이병헌), 무법자 바스케즈, 추격자 잭, 그리고 인디언 전사 레드를 규합한다. 보그가 자리를 비운 마을로 들어간 이들은 22명의 보그의 부하들을 순식간에 제압하는 실력을 보여줘 마을사람들의 신임을 얻는다.

그들은 인근의 금광을 습격해 금과 다이너마이트를 탈취하고 인부들을 해방시켜준 뒤 그들을 데려와 마을의 남자들과 함께 전투훈련을 시키며 곧 엄청난 용병과 화력으로 들이닥칠 보그와의 일대결전을 준비한다.

특별한 드라마나 반전 혹은 메시지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초반에 보그가 마을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이유를 “민주주의는 결국 자본주의인데 너희들이 종교와 결합한 자본주의로 가는 길을 막는다”는 아전인수식 궤변을 늘어놓음으로써 기독교와 자본주의를 살짝 비웃는 게 전부다.

마을입성 첫 업적(?)으로 교회에 불을 지를 정도의 이율배반으로 언어도단을 이끌어낸 보그가 불리한 상황에서 신을 운운하는 것 역시 종교에 대한 도발이자 유머다. 그러나 그렇게 불경하진 않은 게 곰 같은 잭이 올바른 기독교의 교리와 신을 믿는 선량한 사람으로서의 정의를 부르짖는 것으로 존경심을 표시하기도 한다.

굳이 한국관객이 아니더라도 이병헌의 존재는 굉장히 두드러진다. 말수가 적은 게 오히려 그에 대한 신비감을 키워줌으로써 다소 늦은 등장에 대한 아쉬움을 채워주고도 남는다. 특히 1대1 권총대결에서 총 대신 머리핀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장면에선 감독의 아날로그에 대한 강한 애정이 엿보이는 가운데 흑인 덴젤 워싱턴, 황인 이병헌을 왜 전면에 배치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후쿠아는 흑인이다. 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osenstar@osen.co.kr

<사진> '매그니피슨트7'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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