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다언] 이종성-이동국 그리고 우리, 모두 애처롭다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6.09.20 05: 19

지난 시즌 K리그 중반 한 때 자필사과문이 유행한 경우가 있었다. 상대 선수에 대한 가격 그리고 잔디 훼손 등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뒤 구단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유가 어찌됐든 발생된 문제에 대해 팬들에게 사과의 의사를 전달했다.
잠잠했던 자필 사과문이 다시 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자필은 아니다.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 인사를 전했다. 지난 1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경기에 출전했던 이종성은 당시 경기서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사과문을 SNS에 게재했다. 그는 " 조나탄선수와 김신욱선수가 충돌이 있었고 다른 선수들과 함께 말리러 가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뒤에서 저를 밀었습니다. 그 때 저도 반사적으로 팔과 몸으로 바로 밀었습니다. 돌아보니 이동국선배님이 넘어지신걸 보고 바로 가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린 후 일으켜세워드리려했으나 바로 일어서지 못하셔서 조금 상황이 정리된 후 다시 가서 죄송합니다라고 정중하게 사과드렸습니다"고 전했다.
정중한 사과다. 하지만 애처로움이 더 크다. 경기장에서 끝내야 할 일이 밖으로 나와 문제가 커지고 말았다. 단지 이종성에 대한 비난 뿐만 아니라 축구계 전체에 비난이 쏟아졌다. 포털 사이트 축구 기사 중 많이 본 기사 순위는 대부분 이종성이 차지했다.

▲ 선수와 코칭 스태프 그리고 심판 애처롭다.
직접 경기를 지켜보지 않았지만 논란이 생길 수 있어 경기 전체를 다시 지켜봤다. 또 논란이 된 장면도 10여차례 돌려봤다. 운동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문제는 홈팬들 앞에서 레전드인 이동국을 밀면서 문제가 됐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될 조짐은 먼저 있었다.
심판 판정의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라운드서 경기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심판은 이미 경기장에 모인 이들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애매한 판정이 거듭됐고 홈 이점과 원정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냉철한 판정이 아니라 오히려 우왕좌왕 하면서 경기를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
그 결과 전북 레오나르도의 프리킥 상황이 나왔고 논란의 상황이 발생됐다. 선수들 모두 열심히 하고 있었지만 심판의 경이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그 결과 문제가 커졌고 결국 모인 모든이들이 불만이 폭발했다.
경기를 마친 뒤 선수들에 대한 인터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논란이 되는 상황에 대해 언급하면 연맹에 의해 징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문제가 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상황은 없었고 결국 그대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제대로 된 표현은 이뤄지지 않았고 불씨가 살아남은 시한폭탄은 계속 타들어 가고 있었다.
▲ 관심 떨어진 레전드의 은퇴도 애처롭다.
같은날 열린 울산-포항전은 '꽁지머리' 김병지의 은퇴로 관심을 받은 경기였다. 프로축구에 여러가지 기록을 남긴 김병지에 대해 첫 소속팀인 울산이 대대적으로 준비한 경기였다. 하지만 김병지에 대한 뉴스는 부각되지 않았다.
그저 이종성이 이동국을 밀었고 사과를 했다, 안했다에만 관심은 집중됐다. 선수간의 소요사태는 경기 도중 가끔 발생되는 일이다. 아이스하키에서처럼 발생되는 신체적인 접촉이 크게 일어난 것도 아니다. 또 중국과 경기도중 뒷통수를 가격해 화제가 됐던 'XX타'처럼 폭력적인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경기를 지켜보지도 않은 이들이 문제라고 일으켰다. 무패행진을 달리는 전북 그리고 강등권을 벗어나기 위한 수원의 행보에도 관심은 없다. 그저 후배가 선배를 밀었다는 내용에만 관심이 몰렸다. 이종성이라는 이름 모를 선수가 13살이나 많은 선배를 밀었고 싹수가 없는 선수라는 비난만 쏟아졌다.
그들의 표현대로 폭력을 행사한 이종성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폭행을 당한 이동국의 이야기도 없었다.
▲ 우리 모두 애처롭다.
위에서 계속 언급된 이종성은 수원 유스출신으로 2011년 수원에서 K리그에 데뷔했다. 그리고 그는 상주를 거쳐 대구에서 31경기나 뛰었다. 수원으로 복귀한 뒤 올 시즌 13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이종성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다만 그는 이동국 보다 13살 어린 선수라는 것만 부각됐다.
갑작스러운 언론의 보도에 이종성도 사과문을 올렸다. 그가 올린 사과문처럼 이미 경기장에서 여러차례 사과를 했다면 굳이 또 언론에 사과를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이종성이 사과를 하더라도 이미 그는 마녀사냥을 당한 후다.
또 정말 미안하고 마음이 안타깝다면 전화로 직접 사과해도 된다. 굳이 사과문을 올린 이유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미 선수는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 데뷔한지 꽤 됐지만 그가 경기에 꾸준히 나선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필요하지 않은 마녀사냥을 한 마당에 사과문까지 게재하는 것은 본인에게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날 경기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말 그대로 가장 애처로운 이는 스포츠를 좋아하고 즐기는 팬들이다. 그 중 축구팬들은 더욱 애처롭다. 방문해 양팀의 경기장을 지켜본 팬들도 애처롭다. 애매한 판정으로 인해 벌어진 문제, 또 무개념의 마녀사냥으로 인해 우리 모두 애처롭게 됐다.  / 10bird@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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