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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챌린지가 허재 감독에게 남긴 3가지 숙제 

[OSEN=서정환 기자] 한국농구가 갈 길은 아직 멀다.

허재 감독이 이끈 남자농구대표팀은 이란 테헤란에서 개최된 2016 FIBA 아시아챌린지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19일 새벽에 열린 결승전에서 이란에게 47-77로 참패를 당했다. 대표팀은 20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리빌딩 과정에서 얻은 준우승은 값지다. 대표팀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국가를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했다. 다만 준우승에 너무 취해서는 곤란하다. 한국은 대부분 2진이 나선 일본, 대만, 이라크와 경기서 신승을 거뒀다. 이란과 두 차례 승부에서 모두 30점 이상 대패를 당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앞으로 대표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숙제를 얻었다.



▲ 3점슛과 신장의 한계

한국의 12명 선수명단 중 절반은 190cm이하 가드였다. 조성민, 이정현, 허웅, 허일영까지 네 명의 슈터가 활약했다. 허재 감독은 슈터 두 명을 주로 동시에 기용했다. 조성민과 이정현의 활약은 눈부셨다. 대회 초반 두 선수의 3점슛은 가장 날카로운 무기였다. 한국은 이라크와 예선에서 3점슛 20개를 쏟아내기도 했다. 이정현(42%), 김선형(42.1%), 허일영(39.6%)은 경이적인 3점슛 성공률을 보였다.

3점슛의 한계도 맛봤다. 한국은 대회 후반으로 갈수록 3점슛이 먹혀들지 않았다. 슈터들의 의존도가 높다보니 체력부담이 심했다. 상대팀의 역량도 한국의 3점슛을 막는데 집중됐다. 한국은 경기당 27.6개의 3점슛을 시도했다. 12개 참가국 중 세 번째로 많은 기록이었다. 저조한 평균득점 74.3점(전체 9위)의 40.4%인 30점이 3점슛으로 채워졌다. 3점슛이 들어가지 않는 날에는 패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반면 한국의 2점슛 성공률은 46.7%로 전체 7위에 그쳤다. 페인트존을 공략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종현, 강상재, 오세근, 하승진 등 부상자 빅맨들이 많아서 그랬을까. 아니다. 한국은 원래 골밑에서 1대1 포스트업으로 득점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결국 투맨게임이나 컷인 등 부분전술로 이를 메워야 하는데 허재호에서 이런 전략적인 공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격루트의 다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결승전에서 허재 감독은 허일영을 주전 포워드로 올리고, 정효근도 실험했다. 특히 정효근이 탑에 선 3-2 매치업존은 상대 패스흐름을 차단하며 나름 효과를 봤다. 정효근은 투박했지만 13분 21초를 뛰면서 7점, 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3개의 야투를 던져 다 넣었다. 2미터 큰 키를 살려 넣은 득점이 대부분. 농구에서 장신포워드가 왜 필요한지 보여준 대목이었다.

농구는 신장의 스포츠다. 현대농구에서 전 포지션의 장신화를 요구한다. 비슷한 실력이라면 더 장신인 선수를 데려가는 것이 유리하다.

▲ 더 많은 선수를 시험해야 한다

이번 대표팀에 허훈, 허웅, 정효근, 장재석, 김시래 등 대표팀과 인연이 없던 선수들이 대거 발탁됐다. 이들이 태극마크를 달아본 것만 해도 큰 경험이다. 하지만 활약상은 인상적이지 않았다. 김시래는 무릎부상으로 1초도 못 뛰고 돌아왔다. 백업가드 허훈은 경기당 17분을 뛰며 5.2점, 2.5어시스트, 2실책을 기록했다. 그는 대학에서 좋은 슈터지만 3점슛은 21.4%에 머물렀다. 허웅은 5.4점, 3점슛 30.6%를 찍었다. 장재석과 정효근은 약체와 경기서 뛴 것이 대부분.

김선형, 김종규, 이승현, 조성민 등 기존 대표팀의 주축들이 이번에도 가장 많이 뛰었다. 최부경, 허일영, 이정현의 역할이 더 커졌다. 신예들의 활약은 많지 않았다. 허재 감독이 더 많은 선수들을 시험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 예비명단을 짤 때부터 어떤 철학을 갖고 어떤 색깔의 농구를 하겠다는 의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허재 감독은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테스트하고 균등한 기회를 줘야 한다. 현 시점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을 뽑아야 할뿐 아니라 2~3년 뒤를 내다본 선발도 있어야 한다. 예비명단에 있던 이재도는 존스컵에서도 별다른 출전시간을 얻지 못하고 탈락했다. 최근 기량이 부쩍 성장한 이대성도 국가대표팀에서 시험받지 못했다. 허재 감독이 모든 선수들에게 적어도 허웅과 허훈만큼의 기회는 줘야 잡음이 없을 것이다. 물론 그 선수들을 발탁하고 기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허 감독의 권한이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은 물론 챌린지(2부 리그)와 대학경기까지 관전할 정도로 원석발굴에 열성적이다. 독일, 영국 등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 기량도 현장에서 직접 챙길 정도다. 반면 해외파가 단 한 명도 없고, 선수풀이 좁은 농구는 대표팀 관리가 더 용이할 것이다. 대표팀 전임감독이라면 적어도 대학농구와 프로팀 경기는 현장에서 스카우팅하는 열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 귀화선수, 선택이 아닌 필수

아시아챌린지에서도 귀화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퀸시 데이비스(대만), 아이라 브라운(일본)처럼 자국리그에서 뛴 인연으로 귀화한 선수도 있었다. 다 터커(요르단)처럼 돈을 받고 단기간 ‘알바’를 한 선수도 있었다. 모두 미국출신이다. 사연이야 어찌됐든 이들의 기량이 매우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터커는 평균 26.8점을 넣어 득점왕에 올랐다. FIBA는 귀화선수 한 명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란, 중국처럼 장신선수가 많지 않다면, 귀화선수를 보유하는 것이 전력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부작용이 있다. 한국농구가 제대로 된 선수를 키워낼 역량이 없는데, 선수를 수입해서 성적을 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귀화선수를 영입하는데 만만치 않은 돈이 드는 것이 사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이를 충당할 자금여력이 매우 부족하다. 게다가 한국에 대한 애정이 없는 선수라면 태극마크의 의미마저 퇴색될 수 있다. 이승준, 이동준, 문태영, 문태종, 전태풍 등 대표로 뛰었던 귀화선수들이 노쇠하며 이제 뛸만한 선수가 없다.


한국계 혼혈선수 아이라 리(17, 203cm, 97.5kg, 프롤리픽 프렙)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는 할머니가 한국사람인 미국시민권자다. 전미에서도 실력자로 손꼽히는 그는 미국 농구명문대 애리조나, 애리조나 주립대, 캘리포니아, 텍사스, 코네티컷, USC로부터 장학금 입학제의를 받은 선수. 본인이 한국계임을 자랑스러워하며 한국대표로 뛰고 싶다는 확실한 의지도 있다.

기자는 지난 4월 아이라 리를 미국에서 만났다. 그는 “난 피닉스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거기서 날 기르셨다. 매일 한국음식을 먹고 자랐다. 한국이름은 범근이 ‘이범근’이다. 그게 내 이름이다. 하하하. 난 두 가지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면서 자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대표팀에서 뛰고 싶냐고 묻자 그는 “우리 할머니가 한국대표팀 유니폼을 구해서 날 주셨다. 그래서 막 입고 돌아다녔다. 주변에서 ‘너 한국대표팀에서 뛸 생각 있냐?’고 물어보더라.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지금은 미국시민이다. 한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아름다운 곳이라도 들었다. 정말 가보고 싶다”면서 의욕을 보였다.

기자는 아이라 리의 실력을 확인했다. 2미터의 좋은 신장과 엄청난 탄력은 이승준과 비슷하다. 3,4번을 오가는 그의 플레이스타일은 문태영 쪽에 가깝다. NBA 진출은 힘들어도 유럽리그에는 충분히 통할 실력자다.


대한민국농구협회 관계자에게도 이미 아이라 리를 소개했다. 관계자는 “리의 존재를 우리도 알고 있다. 다만 귀화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아이라 리가 농구에서 확실한 업적을 쌓아야 한다”고 밝혔다. 아이라 리가 NCAA 디비전1 농구명문대에 진학해 주전으로 뛴다면 실력검증은 끝날 것으로 본다.

물론 걸림돌도 있다. ‘첼시 리 사건’으로 대한체육회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농구에서 다시 한 번 특별귀화를 신청하기 매우 힘들어졌다. 이 여파로 KBL은 혼혈선수제도를 폐지했다. 아이라 리가 확실한 인재라고 해도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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