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부상 관리' 한화 5강 버스는 이미 떠났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9.23 06: 00

김성근, 이용규·송창식·권혁 시즌 아웃 선언  
뒤늦은 선수 부상 관리, 한화 5강은 굿바이
"아픈 선수는 무리시키지 않을 것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22일 대전 NC전을 앞두고 부상 선수 이용규·송창식·권혁을 남은 기간 복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용규는 이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지난 11일 대전 SK전에서 종아리 근육 손상 부상을 당한 뒤 11일 만이었다. 김 감독은 "이용규는 돌아오고 싶어 하지만 안 쓴다. (종아리 통증) 만성이 되면 선수생명이 끝난다"며 "남은 경기도 아픈 선수들을 무리시키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용규 사례만 보면 김 감독과 한화의 트레이닝파트가 누구보다 선수들의 부상 관리를 세심하게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장의 여러 야구 관계자들은 올 시즌, 아니 지난 2년간 과연 한화의 부상 관리가 잘 이뤄졌는지 의문의 시선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 이미 5강 버스가 떠난 마당에 뒤늦게 여론을 의식한 관리 모드로 비쳐질 수도 있다. 
김 감독은 "부상 선수들의 공백으로 없는 속에 싸웠고, 그 여파가 이제야 온 것이다"고 최근 연패의 이유를 밝혔다. 김 감독 말대로 시즌 내내 한화는 줄부상 때문에 베스트 전력으로 싸우지 못했다. 펜스에 부딪쳐 어깨가 골절된 최진행처럼 뜻하지 않은 사고로 찾아온 부상도 있지만, 미흡한 관리 때문에 초래한 부상들도 없지 않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외야수 김경언이다. 지난달 6일 대전 NC전에서 최금강의 투구에 오른 새끼발가락을 맞아 미세하게 금이 갔다. 당시 김경언은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상태였지만 1군 엔트리에 말소되지 않았다. 선수 본인도 "조금만 참으면 괜찮을 것이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17일 청주 두산전에 안타를 치고 뛰어가다 발가락 통증이 악화돼 이튿날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부상 후 6일을 쉬었지만 완전치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다 아예 시즌 아웃됐다. 
지난 7월19일 오른 어깨 관절경 클리닉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된 투수 안영명도 조기 복귀가 부른 참사였다. 시범경기 기간 특투 이후 컨디션, 밸런스가 무너진 안영명은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지난 4월30일 1군 콜업을 받았다. 이때 구단 안팎에선 "2군 경기에서 구속이 140km도 나오지 않는 상태인데 너무 빨리 1군에 올라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 결국 안영명은 5월5일 문학 SK전 투구 중 어깨 통증으로 강판된 게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다. 
지난해 막판 선발·구원을 넘나들며 혹사 논란을 낳았던 2년차 유망주 김민우도 결국 어깨 통증이 심해져 5월1일 대전 삼성전이 시즌 마지막 등판이 됐다. 2년 내내 혹사 논란의 중심에 있던 권혁과 송창식도 결국 탈이 났다. 각각 8월21일 대전 kt전, 8월24일 대전 넥센전이 마지막 등판으로 시즌 아웃이 결정됐다. 김성근 감독은 "부상은 폼과 밸런스가 무너졌기 때문이다"고 설명했지만 무너진 폼과 밸런스로 계속 던지게 한 건 그 자신이었다. 스스로 부상을 악화시킨 것을 인정한 셈이다. 
물론 선수들이 스스로 등판을 자청하며 의욕을 보인 케이스도 있었다. 그럴 때 '스톱' 시켜줘야 할 사람이 감독이지만 멈춤 지시는 없었다. 그럴 듯한 자원 등판으로 포장했지만 당사자들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할 때에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게 다반사. 에스밀 로저스처럼 완투에 너무 욕심내다 팔꿈치가 나간 선수도 있지만, 그 역시 세심하게 관리했다면 최고 투수와 허무한 이별은 없었을 것이다. 이외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통증을 참고 뛰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참고 뛰길 꺼려한 선수는 회복 여부와 관계없이 전력 외로 처리됐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11일 "송광민을 불러 경기 시작 1시간30분 전쯤 샤워하고, 따뜻하게 몸을 만든 다음 스트레칭을 하라고 했다. 그래야 선수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선수가 얼마 없다. 훈련을 마치고 땀 흘린 채로 덥다고 에어컨 속에 들어가면 몸이 식어버린다. 그러다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리고, 다른 곳에 무리가 가는 것이다"며 "이 때문에 얼마 전 트레이너들을 야단치기도 했다"고 했다. 감독에게 야단맞는 트레이닝파트, 이게 한화의 씁쓸한 현실이다. 어느새 8위로 떨어진 한화의 5강 탈락 트래직 넘버는 이제 3이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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