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쇠 등판 오승환, MLB 역대급 베테랑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9.23 05: 59

마이크 매시니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명석한 두뇌를 바탕으로 이 전통의 명문 팀을 비교적 잘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필연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는 토니 라루사 전 감독의 그림자에서도 잘 헤쳐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호평 일색인 것은 아니다. 몇몇 부분에서는 현지 언론이나 팬들의 질타를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특정 불펜 투수들에 대한 의존도다. 지난해는 트레버 로젠탈과 케빈 시그리스트의 출전 경기가 많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 그런 지적이 향하는 선수는 오승환이다. 지난해 많은 경기에 나선 로젠탈과 시그리스트가 올해 모두 부상에 고전했다는 점은 언론의 비판 논조에 기름을 부었다.
오승환은 22일(이하 한국시간)까지 총 72경기에 나섰다. 이 페이스대로 간다면 올 시즌 76~77경기 정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세인트루이스 역대 4위권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그나마 7월 이후 로젠탈을 대신해 상대적으로 등판 시점이 명확한 마무리로 전향했고, 허벅지 부상으로 일주일 정도 휴식을 취했는데도 이 정도다. 계속 불펜으로 뛰었다면 더 많은 경기 등판은 불 보듯 뻔했다.

이런 오승환의 피로도는 다른 불펜 투수들과 견줘볼 때 최고조다. 22일까지 올 시즌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선 투수는 샌디에이고의 좌완 브래드 핸드로 77경기다. 오승환은 리그 공동 7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마무리만 놓고 비교할 때는 쥬리스 파밀리아(뉴욕 메츠, 73경기)에 이어 2위인데 오승환은 파밀리아보다 3이닝을 더 던졌다. 그러면서도 평균자책점 1.79의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으니 더 대단해 보일 수밖에 없다.
나이 차이도 있다. 핸드는 아직 팔팔한(?) 만 26세의 나이다. 오승환보다 더 많은 경기에 나선 선수 중 30대 선수는 팀 동료 잭 듀크(71경기)인데 유일한 30대(만 33세다)다.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20대 중반의 선수들이다. 만 34세 시즌인 오승환은 한참 젊은 선수들에게 체력적으로 전혀 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체 경기의 100%를 불펜에서 출전한 만 33세 이상의 선수가 70경기 이상 출전, 100개 이상의 탈삼진을 기록한 사례는 흔치 않다. 1963년 스투 밀러(당시 볼티모어, 71경기·114탈삼진), 1993년 그렉 해리스(보스턴, 80경기·103탈삼진), 2006년 사이토 다카시(LA 다저스, 72경기·107탈삼진), 2010년 빌리 와그너(애틀랜타, 71경기·104탈삼진), 2013년 우에하라 고지(보스턴, 73경기·101탈삼진) 정도다. 오승환도 앞으로 2개의 탈삼진만 더 기록하면 이 대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현지 언론에서 ‘혹사’라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오승환은 매번 “팀에서 관리를 철저하게 해주고 있다. 혹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의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승환이 베테랑의 진가를 과시하며 화려하게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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