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맛.을.보.았.다['SNL8-더빙극장'①]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6.09.23 13: 35

 TV에서 봤던 것보다 더 격렬한 '병맛'을, 촬영장에서 보았다.
tvN 'SNL코리아'는 국내에서 방영되는 유일한 생방송 코미디쇼이자, 소수 마니아층을 겨냥한 B급 유머, 이른바 '병맛 유머'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유일한 방송이다. 프로그램 제작진의 의중이나 코너 종류에 따라 19금이나, 풍자 등에 다른 쪽에 무게중심을 싣는 경우도 있지만, '1인 다역'을 더빙으로 소화하는 '더빙극장'이야말로, 누가 뭐래도 이 '병맛코드' 쪽에 포커싱을 집중한 코너다.
'더빙극장'은 '거침없이 하이킥' 나문희 더빙을 통해 '호박고구마'라는 막강한 콘텐츠를 생성하며, 대중의 관심을 모으며 인기가 수직상승했다. 이에 제작진과 합심한 권혁수는 시즌8부터는 금단의(?) 애니메이션 영역에까지 발을 들여놓으며, 강렬한 '병맛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들장미 소녀 캔디'를 한 발 딛고, 도착한 '올림포스 가디언'은 이제껏 본 적 없는 '병맛의 향연'으로 시청자를 안내했다.

지각한 오프페우스를 다그치는 디오니소스.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져버렸으니 책임져!". 이에 오르페우스는 자신의 악기인 리라를 연주, 사람들을 흥에 겹게 만들어 열광하게 한다. 리라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전자 기타음이다. 또한 등장한는 모든 이들의 얼굴은 결국 권혁수다. 웃음이 터질 수 밖에 없다.
이를 만들어내는 현장을 엿보기 위해서 지난 22일 OSEN이 '더빙극장'이 촬영중인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를 직접 방문했다. 현장만은 정상적이고 말짱할 것이라 여겼다면, 그것은 오산. 그곳은 TV를 통한 '더빙극장'에서 보는 것보다, 몇 배로 웃긴 장면들이 속출하며 시종 웃음꽃을 흐드러지게 피게 했다.
애니메이션의 장면을 화면에 띄어놓고, 권혁수의 연기 싱크로율을 맞추는 작업은 몇 번이면 오케이 됐다. 완벽한 싱크로율을 위해 미세한 구석들까지 제작진이 디테일하게 지시하는 모습은, 콩트 그 자체였다. "오른눈을 좀 미세하게 작게, 왼눈은 더 크게", "이길듯한, 자신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은 느낌적인 느낌으로", "연주하면서 자신이 '멋있다'는 생각" 이를 말없이 소화하던 권혁수도,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핵 멋있게? 이미 그러고 있어". 하프를 연주하는 손가락이 마치 관절을 잃어버리기라도 한 듯 여기저기 정신없이 뛰어논다. 이것은 미(美)친 연주고, 미친 연기다. "미국 오리지널 'SNL'에도 없는 거다. 출연자 1명, 음향감독도 없는 '더빙극장'은, 솔직히 말도 안되는 작업". '더빙극장'에 담긴 긍지와 자부심이 하늘을 쿡쿡 찌르고 있다.
이날 가장 큰 웃음이 터졌던 순간은 기계나 컴퓨터가 책임져야할 몫을 인간이 '호기롭게' 빼앗아 꿰찬 순간이었다. 강풍기가 준비되지 않아, 아폴론의 머리칼과 옷자락이 흩날리는 장면 연출이 여의치 않자, 머리카락 가닥과 옷자락에 낚시줄을 연결해 현장 스태프가 잡아당디는 방식으로 대체했다. 아름다운 수작업의 현장이다.
이 뿐만 아니다. 아폴론의 아름다운 연주에 시들었던 꽃이 되살아나는 장면은 컴퓨터 CG가 아닌, 현장 스태프들이 바닥에 누워 1인 2송이의 꽃을 책임지고, 손으로 꽃이 살아나는 장면을 실감나게(?) 연출했다. '꽃을 위한 리허설', '꽃을 위한 큐사인'도 즉석에서 생겨났고, 촬영 도중에 권혁수는 "4번꽃이 좀 느린 것 같다. 분발하라", "내가 누군지 모를 것 같지?"라는 말을 건네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고백컨대, 현장을 기록하는 이도, 사진을 찍는 이도, 모두 다 웃음이 크게 터져 솔직히 제대로 된 취재가 불가능 했을 지경이었다. / gato@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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