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시간 30초"…1인 15역 권혁수['SNL8-더빙극장'②]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6.09.23 13: 35

 현장에 있는 배우는 분명 단 한 명 뿐이다. 하지만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대기실에서는 성별과 연령을 불문하고 약 15명 가량의 그리스 시대의 신, 시민, 그리고 기타 생물(?)이 순차적으로 튀어나왔다. tvN 'SNL코리아8'의 현장에서 취재진이 겪은 미스터리한 이야기다. 출연 크루는 권혁수 1인, 촬영 코너는 최근 핫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애니메이션 '올림포스 가디언'을 부활시킨 '더빙극장'이었다.
'더빙극장'은 코너 특성상 1명의 출연자(크루)가 '1인 다역'을 소화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의상만 대충 바꿔입고, 가볍게 흉내내는 수준에 그치지는 않는다. '캐릭터의 숨소리까지 똑같이 판박이처럼 옮겨낸다'는 게 'SNL코리아8'의 '더빙극장' 팀이 추구하는 방향성이다.
실제로 권혁수는 15명 모두 다른 인격인 것처럼 소화하며, 현장 스태프의 감탄사를 절로 자아내게 했다. 솔직히 감탄보다는 급작스럽게 터진 웃음의 횟수가 상대적으로 훨씬 더 많았다. 홀로 모든 장면을 속도감 있게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권혁수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함은 물론이거니와, 현장 분위기에 활력을 주는 비타민으로서, 혹은 제작진에게 더 좋은 콘셉트와 연기 등을 즉석에서 제안하는 열의까지 완벽하게 갖추며 '더빙극장'에 대한 자신만의 애정을 톡톡히 드러냈다.

이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덥수룩한 갈색 수염이 난 아저씨였던 권혁수는, 이후에 아폴론, 금발 여자, 빨간옷의 여자, 빨간 숏컷의 여성 등의 인물로 순식간에 변신했다. 나이가 지긋한 한 여성이 나왔을 때는 '호박고구마' 나문희의 표정과 손짓 등 고유의 특성들을 캐릭터에 녹여내기도 했다.
이를 두고 권혁수는 "'올림포스' 속 숨어있는 나문희 선생님 찾기가 될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수준급 악기 연주에 놀라는 여러 명의 마을 주민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장면에서 겹쳐서 사용될 캐릭터들의 촬영이었다.
인물 변화는 이후에도 지속됐다. 분장을 바꾸는 생각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분장실에 들어가 만난 권혁수는 "옷만 갈아입어야 되는 경우는 30초에 한 명씩도 가능하다. 다만 특수 메이크업이 필요한 경우에는 10여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머리색이나 옷차림이 크게 차이나지 않아도, 바보 연기, 건들거림, 오버스러움 등을 적절하게 조합시켜 새로운 캐릭터를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것은 오롯이 권혁수의 몫이었다. 비록 0.1초쯤 스쳐나갈 인물들 촬영에서도, 권혁수는 사력을 다해 그 캐릭터로 빙의해 소화하려고 애썼다. 보고 있자니, 권혁수는 확실히 진짜 '연기자'였다.
아폴론을 연기하면서 하프를 왼손으로 연주했다가, 오르페우스로 돌아와서는 오른손으로 리라 연주를 했다. "내가 오른손 잡이라 오르페우스 연주가 편하다"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여자에 너무 빠진 오르페우스보다는 아폴론이 나랑 맞다"고 덧붙인다. 두 사람의 다른 성격과 연주 방식 역시도 자신이 설정한 범주 내에서 움직이며 수시로 변주했다. 나중에는 팬파이프도 불었다. 제작진이 '왠지 실제로 부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 하자, "실제로 불어지지도 않는 소품을 건네놓고, 이걸 어떻게 부느냐"고 장난스럽게 응수하기도 했다. "제작진과는 이제 가족 같다"고 하는 그의 이야기가 십분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올림포스 가디언'을 다룬 '더빙극장'은 방송 직후 공개와 함께 온라인과 SNS 등에서 즉각적으로 수십만, 수백만 조회수를 초고속으로 달성하고 있다. 해당 영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번지며 늘 화제를 불러모았다. 그럼에도 불구, 의외로 권혁수 자신은 이를 아직 체감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나문희 선생님의 '호박고구마', 김경호 성대모사 등으로는 저를 찾아주는 곳은 많다. 반면 '올림포스 가디언'의 디오니소스, 오르페우스 등은 행사나 CF 등으로 활용하고 싶은 분은 아무래도 없는 것 같다"고 진지하게 전했다. 그는 "'올림포스'는 SNS나 'SNL코리아' 내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캐릭터다. 여기 안에서는 재미있지만, 밖에 나가서는 존재할 수 없는 느낌이다. 말하자면 '포장 안되는 맛집' 같은 것"이라고 적절하게 빗대어 설명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이날 변신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끝판왕에 있었다. 신과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은 또 다른 존재, 이는 오는 24일 방송되는 tvN 'SNL코리아8'의 코너 '더빙극장'을 통해 확인 가능할 예정. / gato@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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