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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그냥 SUV가 ‘태권도’라면 QM6는 ‘택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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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소프트 카리스마.’ 기아자동차가 올뉴 K7을 출시하면서 잡았던 슬로건이다. 당시는 적절한 역설이 섞인 멋있는 조어 정도로만 여겨졌다. 22일, 르노삼성자동차의 신차 ‘QM6’를 운전해 보고 나니 이 단어가 절로 떠올랐다. 멋져보이던 조어가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 

‘QM6’는 르노삼성자동차의 SUV라인업, ‘QM3’ ‘QM5’와 궤를 같이하는 모델이기는 하지만 접근이 전혀 다른 차다. 기존의 SUV, 즉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이 갖추고 있던 미덕과는 많이 다른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어떤 모습인지를 깨우치게 했다. 기존의 SUV가 태권도라면 ‘QM6’는 택견이다. 부드러움 속에 굉장한 파괴력을 지닌, 그런 모습 말이다.

하긴 스포츠라고 해서 모두 강하고 빠른 것은 것은 아니다. 유연성을 자랑하는 리듬체조도 있고, 선이 아름다운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도 있다. 강하고 부드러움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요소는 있다. 카리스마다. 택견의 그것처럼.

르노삼성자동차는 ‘QM6’를 선보이면서 ‘도심형 SUV’를 표방했다. 동시에 사륜구동도 강조했다. 도심에서 주로 쓰였으면 하는 차인데, 사륜구동이라. 모순 같지만 그 안에 ‘QM6’의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오프로드의 거친 숨결이 아니라 도심의 세련 된 속삭임을 위해 사륜구동을 갖췄다는 얘기다. 도심에서의 사륜구동은 평상시는 이륜처럼 다니다가 꼭 필요한 순간에 사륜의 장기를 드러낸다. 준비성이다. ‘안전’을 위한 준비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도심형 프리미엄 SUV를 표방하면서 시승장소는 충북 제천에 있는 리솜 포레스트를 택했다. 이곳을 출발해 38번 국도와 평택제천 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와인딩이 심한 청풍호로(82번 지방도)를 달리게 했다. ‘소프트함’은 도심에서도 맛볼 수 있지만 ‘카리스마’는 도심에서는 만나기 어렵다. 풍광이 아름다운 청풍호로를 달리며, 시작은 부드러우나 그 끝은 카리스마 넘치는 ‘QM6’를 느낄 수 있었다. 

▲친근한, 너무나 친근한 디자인 

‘QM6’는 기존에 없던 완전한 신차다. 르노삼성자동차가 2012년 11월부터 개발을 시작해 개발 기간 3년 6개월, 총 개발비 3,800억 원을 투입해 완성한 모델이다. 르노삼성자동차의 부산 공장에서 생산이 되고 ‘르노 꼴레오스’라는 이름으로 세계 80개국에 수출이 추진 되고 있는 신개념 SUV다. 

그런데 신차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는 매우 친근하다. 기본적인 디자인 콘셉트가 르노삼성의 중흥을 이끌고 있는 히트작, SM6를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승행사에서도 차가 주는 주행 느낌이 궁금했을 뿐, 디자인은 내집 안방처럼 친근했다. 

SM6가 중형 세단의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해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요소는 ‘감성’이었다. ‘QM6’도 감성적 접근이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했다. ‘QM6’가 도심형을 표방해 더욱 그러했겠지만 외관이 주는 위압감은 없다. 편안하면서 세련 된 멋을 추구하는, 거부감 없는 외형이다. 

태블릿 PC를 갖다놓은 듯한 인스트루먼트 패널도 SM6와 똑같다. 기기 조작도 터치 스크린 방식이라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것처럼 친숙하다. 반대급부도 있다. 터치 방식이 편하긴 하지만 아날로그 방식 보다는 조작 실수의 가능성은 높다.

시트는 운전자의 양 허리를 받쳐주기 위해 도드라진 볼스터가 눈에 띈다. 세단에 비해 중심이 높은 SUV의 특성상 볼스터는 급격한 코너링에서 SM6보다 역할이 더 컸다. 관성을 억지로 버티기 보다는 볼스터를 믿고 몸을 온전하게 맡기는 게 가능했다. 시트의 ‘사이드 서포트(support)’를 강화한 르노삼성은 횡방향 인체공학 형상이 적용 된 세미 버킷 시트라고 운전석을 설명했다. 덕분에 운전자와 차와의 일체감은 수준급에 달해 있었다. 

시트 포지션과 운전대의 높이를 맞추기는 쉽지 않았다. 르노삼성자동차 제품  담당자는 여성 운전자 체형도 고려해 SUV를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했다는 데, 되레 앉은키가 큰  남성이 불편할 수도 있는 구조였다. 

도심형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사운드에서 찾을 수 있었다. ‘QM6’에 장착 된 BOSE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의 휑할 수 있는 공간을 감성으로 채우고 있었다. 12개의 스피커가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구현해 내는데, 저음에서 서브 우퍼의 떨림까지 세세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좋은 스피커를 달아도 주변이 조용하지 못하면 성능은 반감되기 마련. SM6에서 적용 돼 높은 만족도를 보인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은 ‘QM6’에서도 제 구실을 했다. ANC는 운전자 머리 좌측 상단, 동승석 우측 상단, 그리고 뒷좌석 중앙 천장에 설치 된 마이크로 실내 소음을 수집한 뒤 그 소음을 상쇄시키는 반대파를 쏜다. 디젤 엔진의 소음은 그래서 실내로 들어오는 순간, 맥이 탁 풀려 버린다. ANC로 소음이 제거 된 공간은 BOSE의 성능 좋은 스테레오 사운드가 채운다. 태블릿을 닮은 인스트루먼트 패널에서 ‘터치 후 끌기’ 방식으로 실내 전후좌우의 어느 지점이든 소리의 중심을 옮겨 놓을 수 있다. 

▲CVT 변속기의 부드러움, 그리고 강인함 

‘QM6’에는 2.0 dCi 디젤 엔진과 일본 자트코(JATCO)사의 엑스트로닉 무단 변속기가 동력계를 구성하고 있다. 최대 출력은 177마력(3,750rpm)이고 최대 토크는 38.7kg.m(2,000rpm)이다.

경쟁모델로 꼽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2017 쏘렌토 2.0은 최고 출력 186마력(4,000rpm), 최대토크 41kg.m(1,750~2,750rpm)이다. 쏘렌토가 출력과 토크가 약간씩 높다. 최대토크가 발휘 되는 시점도 쏘렌토가 1,750rpm부터인 반면 QM6는 2,000rpm부터이다. 하지만 최대 출력은 QM6가 쏘렌토보다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발휘 된다. 

수치로도 확인 되는 최대 출력과 토크의 발휘 시점은 두 차의 성격을 달리 규정 짓는다. 최근 기아자동차가 2017 쏘렌토 광고에서 ‘남자의 길’을 강조 하고 있는 근거 일 수도 있다. 쏘렌토는 낮은 rpm에서 높은 토크로 치고 나가는 특성이 있는 반면, QM6는 출발은 부드럽지만 최대 출력에 더 빨리 도달한다. 

QM6에서 이런 특성이 나오는 배경은 CVT변속에서 찾을 수 있다. 변속이 부드럽고, 연비가 좋지만 튕겨 나가는 맛이 덜한 CVT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 되고 있다. 그러나 QM6의 CVT는 이미 여러 세대를 거치며 진화를 거듭한 제품이다. 일반적인 CVT가 변속 풀리를 벨트로 연결하고 있지만 QM6는 체인으로 연결하고 있다. SUV 차량에 대응하는 하이테크용 CVT를 QM6는 채택했다. 

무단 변속기이기는 하지만 수동으로 작동할 때는 7단까지 변화를 줄 수 있다. 주행 중에 추가적인 토크가 필요할 때는 저단 기어로 바꾼 뒤 엑셀을 밟으면 스포츠 모드와 같은 주행감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인위적인 변속감을 위해 D-STEP 콘셉트도 적용했다. 엑셀의 강도가 감지 되면 RPM을 순간적으로 떨어뜨리는 소프트웨어가 작동되도록 한 게 D-STEP 콘셉트의 원리다. D-STEP으로도 성이 덜 찰 때는 수동 변속기를 활용하면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이런 대체 수단들을 동원할 수 있지만 어쨌든 결과물은 2,000rpm에서 최대 토크가 발휘 된다. 어떤 특성이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다. 운전자의 취향에 맞는 유형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중요하다. ‘도심형 SUV’라는 개발 콘셉트 그대로, 가다 서다가 많은 도심에서도 세단 같은 부드러운 운전이 가능한 게 QM6다. 고속 주행이 가능한 도로에서는 일찌감치 터지는 최대 출력으로 매끄러우면서도 시원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CVT의 장기가 발휘 된 복합연비는 1리터로 12.8km를 달리게 했다. 

▲도심을 달리는데 사륜구동? 

QM6은 이륜 모델도 있지만 주력을 사륜구동으로 삼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륜구동은 오프로드를 주무대로 산정한다. 하지만 QM6는 도심이다. 

도심 도로라도 사륜구동 성능이 필요한 상황은 있다. 겨울철 눈 내린 도로가 대표적이고, 비가 와서 미끄러운 도로, 급격한 회전이 필요한 도로에서도 사륜구동은 효과적이다. 오프로드를 거침없이 헤쳐나가기 위한 용도라기 보다는 도심의 다양한 도로 환경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사륜구동이다. 

대체로 사륜구동이 강조된 SUV는 오프로드 체험 코스를 시승구간에 넣곤 한다. 하지만 QM6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QM6 사륜구동 ‘자동’ 모드는 평상시에는 사실상 이륜 구동을 했다. 계기반에는 앞뒤 바퀴의 동력 배분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는데 대부분 전륜 100:후륜 0이었다. 후륜 배분은 와인딩이 심한 청풍호로에서 잠깐잠깐 적용 됐다. 급격한 코너에서 전륜 95%, 후륜 5%로 대응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더 확실한 효과는 급제동 상황에서 몸으로 느껴졌다. 급하게 풀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가 좌우로 흔들리는 모습은 없었다. 노련한 체조 선수가 뜀틀에서 착지하는 모습처럼 야무지게 속도를 줄였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간간이 ‘프리미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프리미엄과 어울리지 않는 사양도 있다. 다이내믹한 운전을 즐기는 이들이 찾는 ‘스포츠 모드’ 선택 기능이 없고, 크루즈 컨트롤도 앞차가 감지 됐을 때 자동적으로 속도를 줄여주는 ‘어댑티드’는 아니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추가적인 옵션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QM6는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었다. SM6가 ‘감성’이라는 키워드로 중형 세단 시장에서 새로운 선택을 가능하게 한 것처럼, QM6 또한 SUV 시장에서 부드러움을 추구하는 운전자를 만족시키는 강력한 대안을 던지고 있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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