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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주희정과 김병지, 그들이 위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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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싱가포르, 서정환 기자] '농구계의 철인' 주희정(38, 삼성)이 프로농구 정규리그 개인통산 1천 경기 출전의 대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1997년 원주 나래 블루버드에서 데뷔한 주희정은 프로농구 역사의 산증인이다. ‘테크노 가드’로 불리며 머리를 노랗게 염색했던 그는 어느덧 불혹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강철 같은 체력을 바탕으로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는 것은 똑같다. 

다가올 시즌에서 주희정은 22경기에 더 출전하면 정규리그 통산 1천 경기 출전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정규리그 54경기 중 평균 50경기를 뛴다고 가정해도 무려 20년이 걸리는 대기록이다. 대학졸업으로 프로데뷔가 늦고, 2년간 병역복무를 해야 하는 일반 선수들은 꿈도 꾸지 못할 진기록. 최고참 주희정은 싱가포르 전지훈련에서도 솔선수범하며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주희정이 얼마나 ‘아재’인지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주희정은 “97년에 호주에서 강병수(고려대 코치), 최호(송도고 코치) 형과 한 달 정도 훈련을 했다. 외국코치 집에서 생활을 했다. 하루는 아침에 러닝하다 길을 잃어서 세 시간을 뛴 적이 있다. 그 때 21살이었다. 시디플레이어로 UP의 ‘뿌요뿌요’ 한 노래만 계속 들었다. 지금도 그 노래는 절대 듣지 않는다”면서 껄껄 웃었다. 97년에 태어난 사람도 이제 성인이다. 제목을 듣고 바로 노래가 생각난 기자는 웃을 수만은 없었다. 

프로축구 K리그에서는 통산 706경기 출전을 달성하고 은퇴한 김병지(46)를 위해 갖가지 기념행사를 열었다. 친정팀 울산은 지난 18일 김병지를 위해 포항과 '동해안 더비'서 성대한 은퇴식도 열어줬다. 반면 프로농구는 대기록을 기념하는데 매우 인색하다. 하지만 주희정의 1천 경기 출전은 절대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역사의 순간이다. 

주희정은 “1천 경기를 뛴다니 감회가 새롭다. 지금 현재로서 몸에 와 닿지 않는다. 1천 경기를 치르면 되게 뿌듯할 것 같다. 아직 믿기지 않는다. 천 경기는 개인의 목표다. 지금은 시즌 첫 경기 모비스전에 맞추고 있다. KBL이나 구단에서 신경써주시면 좋겠지만, 지금은 선수이기 때문에 코트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면서 겸손함을 보였다. 

프로스포츠에서 철인으로 불린 주희정과 김병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엄청난 자기관리였다. 주희정은 “비시즌에는 야식도 먹고 밤 12시에 아내와 영화 보면서 간식도 먹는다. 콜라도 먹는다. 하지만 시즌이 한 달 남으면 그 때부터 먹는 걸 줄인다. 트레이너와 상의해서 비시즌과 시즌 때 다른 웨이트 프로그램을 한다. 탄산도 먹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병지의 두 아들은 아버지를 따라 축구선수의 길을 걷고 있다. 주희정 2세는 과연 코트를 밟을까. 주희정은 “첫째 딸이 운동을 좋아한다. 방학 때 스쿼시를 하는데 농구도 하고 싶어한다. 처음에 반대했지만 만약 운동을 한다면 첫째만 시키고 싶다. 나머지 아이들은 운동을 안 좋아한다. 넷 중 한 명만 농구를 좋아해서 다행이다. 여름에 체육관에서 농구를 시켜봤다. 아버지가 가르치면 안 된다는 걸 실감했다”면서 웃었다. 

주희정은 이규섭 삼성 코치보다도 고려대 한 학번 선배다. 사실상 코치나 다름없는 주희정이 있어 코칭스태프들도 든든함을 느끼고 있다. 주희정은 “농구하면서 진작에 전 은퇴해야 했을 나이다. 여기까지 뛸 수 잇는 자체가 큰 행운이다. 다른 종목도 힘들지만 농구는 어느 한 곳만 신체가 발달해도 안 되는 종목이다. 머리도 많이 써야한다. 이 나이까지 뛰면서 큰 다른 선수가 누리지 못한 것을 누려 행운이다. 언제 은퇴할지 몰라도 선수생활 끝까지 아쉬움과 후회 없이 그런 마음으로 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싱가포르=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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