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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래의 거인의 꿈] 조롱거리 된 롯데, 싸늘한 부산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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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3루측 원정 관중석 한 켠에 플래카드 하나가 걸렸다. 그 플래카드에 적혀진 내용은 롯데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었고, 롯데 팬들의 울분을 토해낸 것이었다.

'느그가 프로가? 1승12패 ㅋㅋㅋㅋ' 

지난 24일까지 올시즌 롯데의 NC전 전적이었다. 그리고 NC를 상대로 프로답지 못한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는 항의였다. 하지만 롯데는 25일 경기에서도 0-1로 패했다. NC전 상대 전적은 1승13패가 됐고 NC를 상대로 12연패 수렁에 빠졌다. 25일 경기가 끝나고 이 플래카드는 빠르게(?) 경기 결과를 반영, 1승13패로 수정됐다.

문구 뒤에 붙은 'ㅋㅋㅋㅋ'는 롯데의 현 상황에 대한 항의를 조롱으로 대신한 것이다. NC가 창원을 연고로 야구단을 창단할 때 가장 반대했던 구단이 연고 범위에 들어있던 롯데였다. 하지만 현재 롯데와 NC의 처지는 정 반대가 됐다. NC는 1군 진입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뒤 올해도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했다. 반면, 롯데는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올해도 9위로 전락해 가을야구가 4년 연속 좌절될 위기다.

꾸준히 야구장을 찾아오는 팬들에 롯데 야구단은 전혀 기쁨을 주지 못했고, 이젠 팬들 조차 부끄러움에 헛웃음을 치고 있다. NC의 KBO 진입 반대에 한껏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제는 그 NC 때문에 비교되고 있고 조롱거리가 됐다.

올시즌 NC전의 처참한 상대 전적을 떠나서, 최근 몇 년간 롯데의 부진으로 인해 롯데 야구에 대한 민심도 싸늘하다. 민심의 바로미터인 택시기사들의 입에서도 롯데 야구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진지 오래다. 

올시즌 기자가 택시를 타고 행선지로 사직야구장을 말하면, 되돌아오는 답은 "오늘 야구합니까?"다. 야구를 하는지 조차 이젠 관심이 없다는 것. "롯데 지금 몇 위 합니까?", "롯데 오늘 누구랑 경기 합니까?" 정도가 롯데 야구에 대한 추가적인 궁금증이다. 야구장으로 향하는 내내 야구 얘기를 하는 풍경은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롯데는 지난해 평균 관중 1만 1124명을 기록하며 2006년(평균 7,002명) 이후 9년 만에 최저 평균 관중을 기록했다. 2000년대 후반 제리 로이스터 감독 부임 이후 비롯된 '노피어'로 부산 야구팬들을 다시 끌어모았고, 양승호 전 감독이 그 분위기를 이었다. 하지만 2013년부터 팬들은 다시 야구장으로 향하는 발길을 끊고 있다. 

올시즌 롯데는 64번의 홈 경기에서 총 78만 6996명의 관중을 모았다. 경기 당 평균 1만 2296명이다. 아직 홈에서 8경기가 남았지만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이 사실상 좌절되면서 경기장을 찾는 관중은 점점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 19일 사직 넥센전에서는 2114명이라는 초라한 관중 수를 기록했다. 비바람이 몰아쳤고 월요일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그러나 성적이 좋았더라면 이 변수들은 무시됐을 것이다.

롯데 프런트는 올시즌을 앞두고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지난해 문제가 됐던 불펜 강화를 위해 FA시장에서 총 98억을 투자했고, 프랜차이즈 선발 투수를 위해 40억을 썼다. 그러나 총 138억을 쏟아부은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최근 4년간 3번째 감독을 맞이했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지난 2013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뒤, 롯데는 감독, 선수, 프런트 모두가 너나할 것 없이 "올해는 다를 것이다"를 외쳤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고 받아든 성적표에서 롯데의 이름은 언제나 아래쪽에서 찾아야 했다. 성적은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도 다를 바가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체질 개선, 그리고 개혁이라는 구호를 외쳤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개혁을 했는지 알 수 없고, 달라진 게 있다고 한들 임시방편적인 땜질 처방에 머무르며 환부를 도려내지 않았다. '제 2의 암흑기'가 엄습했다. 롯데가 조롱거리가 되고, 부산 민심이 싸늘해진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 롯데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 롯데 담당 기자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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