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개봉]‘미스 페레그린~’, 팀 버튼의 ‘엑스맨’ 잔혹동화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9.28 11: 55

[OSEN=유진모의 취중한담]팀 버튼은 전혀 할리우드 같지 않은 감독이다. 그는 샘 레이미보다 더 강한 공포를 조성하는가 하면, 의외로 유머러스하고, 피터 잭슨보다 더 동화 같은 세상과 캐릭터를 창조하는 기괴함의 대표 작가다.
또한 유년 시절 경험한 질병과 광기, 죽음의 형상들을 왜곡된 형태와 격렬한 색채에 담아 표현하는 뭉크보다 더 강렬한 표현주의를 추구하는가 하면 피카소보다 더 입체적인 공간과 주인공을 창조해내는 마술사다.
그런 그가 베스트셀러 소설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을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이십세기폭스코리아 배급)이란 영화로 연출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대감과 화제성은 충분하다.

미국 플로리다의 평범한 고교생 제이크(에이사 버터필드)는 할아버지 에이브의 유일한 친구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의 각별한 애정을 받으며 자란 그의 유년시절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어린 시절의 경험담이었다. 1940년대 에이브는 특별한 재능을 지닌 아이들을 돌보며 사는 그들보다 더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 미스 페레그린(에바 그린)과 각별한 사이였다.
할아버지는 낡은 흑백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의 얘기가 지어낸 게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었음을 주장하지만 소년에서 청소년으로 성장한 제이크는 정신과 상담의사와 대화를 나누면서 할아버지가 노망이 났거나 허언증에 빠졌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느 날 할아버지의 심각한 전화를 받은 뒤 그의 안위가 걱정돼 찾아간 제이크는 두 눈이 파인 채 피투성이로 쓰러져있는 에이브를 발견한다. 그리곤 할아버지의 죽음의 단서를 찾기 위해 웨일스의 외딴 섬으로 떠난다.
할아버지가 말하던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존재했지만 1943년 9월 3일 독일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후 방치된 상태. 그런데 거기서 제이크는 할아버지가 그의 귀에 딱지가 앉도록 떠들었던 이상한 아이들을 만난다.
페레그린은 시간을 조종하고 새로 변신하는 능력을 가진 임브린 중 하나로서 이름처럼 송골매로 변신한다. 아이들은 공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소녀 엠마, 손에서 불을 만들어내는 소녀 올리브, 놀라운 힘을 가진 소녀 브론윈, 베일에 싸인 수수께끼의 형제 쌍둥이, 투명인간 소년 밀라드, 식물을 놀라운 속도로 성장시키는 소녀 피오나, 뒷머리에 악어의 입을 가진 소녀 클레어, 몸 속에 벌을 키우는 소년 휴, 눈으로 예지몽을 영화처럼 보여주는 소년 호레이스.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소년 에녹 등이다.
페레그린이 무한 반복되는 타임루프로 1943년 9월 2일로 시간을 되돌리는 이유는 3일 밤 독일군의 폭격으로 저택이 폭파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영원히 늙지 않고 영생하고자 함이며, 또 다른 별종들인 할로게스트들로부터 아이들과 자신을 지키기 위함이다.
할로게스트들 역시 임브린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능력을 지닌 별종들인데 마음이 사악해 임브린을 통해 더 큰 능력을 얻으려다 괴물이 됐고, 일부는 착한 별종들의 눈을 파먹고 인간의 모습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임브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눈을 먹고자 혈안이 돼있으며 이젠 사람과 동물까지 해친다.
제이크의 실수로 인해 페레그린이 할로게스트의 지도자(새뮤얼 잭슨)에게 잡히고 아이들은 할로게스트들에게 잡힐 위기에 처한다.
제이크는 에이브 역시 특별한 능력을 지닌 별종이었고, 그 능력은 바로 아무도 볼 수 없는 괴물로 변한 할로게스트를 볼 수 있는 시력이었는데 그것을 자신이 물려받았음을 깨닫고 아이들과 페레그린을 구하기 위해 1943년에 머문다.
  
이 영화의 글로벌 표어는 ‘Stay Peculiar’,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별종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을 의미한다.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SF판타지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엑스맨’이라는 잊지 못할 영화가 있다. 엑스맨의 주인공들은 별종이 아니라 아예 변종, 즉 뮤턴트(돌연변이)다. 이상한 아이들은 바로 그 뮤턴트에 다름 아니다.
‘엑스맨’에도 나오듯 ‘미스 페레그린~’ 속 아이들 역시 그 특별한 능력이 오히려 핸디캡이기에 일반인들과 어울려 살지 못하고 그들만의 세계 안에서 갇혀 산다. 사람이지만 사람 취급을 못 받는 것이다.
버튼은 항상 이런 소외된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가위손’의 주인공 역시 특별한 능력을 지녔지만 얼굴엔 핏기 하나 없는 히키코모리형(은둔형)이다. 인간세상에서 평범하게 살아왔지만 제이크 역시 은둔형이었다. 가장 가까워야 할 부모마저도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정신과의사를 붙였을 정도다.
‘미스 페레그린~’은 버튼의 영화 중 비교적 쉬워서 꽤 많은 관객을 끌어들일 것이 예상된다. 무시무시한 할로게스트들과 아이들과의 대결은 마치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센티넬들과 엑스맨들과의 대결을 잔혹동화로 푸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긴장감 넘치면서도 아름다우며 유머까지 담겨있다. 쌍둥이들이 왜 면 보자기 가면을 쓰고 살아야했는지 드러나는 끝부분의 반전도 재미있다.
그래서 주제도 비교적 쉽다. 꿈과 장애인들에 대한 당당함 희망이다. 사람들은 자라면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 순간 꿈과 희망은 삭막한 현실이 된다. 낭만은 사라지고 눈앞에 보이는 돈만 좇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수와 다르면 이상하게 쳐다본다. 다수가 만든 ‘규칙’에 모든 기준과 룰을 적용하려함으로써 소수의 인권의 희생을 강요한다. 영화는 여기에 경종을 울린다. ‘맨 오브 스틸’은 ‘만약 슈퍼맨이 그 힘을 인류를 위해 쓰지 않고 반대라면?’이라는 질문으로 끝을 맺는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게 끊임없이 의심하기 마련이다.
스스로 희생하는 페레그린은 제이크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이것 하나만 약속해줘, 아이들을 꼭 지키겠다고”라고. 아이들은 곧 꿈이다. 동화를 안 믿는 사람들은 똑똑해지는 게 아니라 각박해지는 것이라고 버튼은 비교적 쉬운 화법으로 웅변한다. 기상천외하던 팀 버튼이 ‘빅 아이즈’ 이후 늙은 것은 맞지만 화합의 소통은 좋은 것이다. 28일 개봉./osenstar@osen.co.kr
<사진> '미스 페레그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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