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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쎈 테마] ‘이상과 현실 사이’ 김영란법, 출구없는 아마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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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대한민국 전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28일 발효됐다. 대한민국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귀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애매한 유권해석으로 이상과 현실 사이에 갇혀 있는 사각지대도 있다. 아마추어 운동부가 하나의 사례인데 현장은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참에 국고 지원을 대폭 늘린 새 판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마추어 운동부는 학교에서 지원하는 금액으로 운영되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이다. 학교에서 지원하는 금액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일선의 볼멘 목소리다. 감독으로 대변되는 전임 지도자 연봉, 그리고 학생들을 위한 기초적인 지원에 머무른다. 요즘은 일부 고등학교에서 각 파트별로 코치를 두기도 하는데 인건비만 해도 자연히 돈이 모자란다. 그나마 코치들은 월 200만 원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마추어 운동부 재정의 허약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돈이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운영을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이상이다. 그러나 ‘진학’이 걸렸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더 좋은 성적을 내면 진학에 유리하고, 그 더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사실 투자가 필요하다.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이 바로 이해당사자, 학부모들이 내는 이른바 회비다. 예전에는 그 회비가 ‘검은 돈’이 돼 지도자들이 잘못된 길로 빠지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금전이 오고간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계속된 정화 노력으로 회비까지는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가 되는 시대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시비는 끊이지 않는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김영란법이 그 회비 자체를 부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강제적으로, 주기적으로 걷히는 게 학부모들의 회비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권익위가 내리고 있는 후원의 개념에도 벗어난다.

국민권익위에 문의한 결과, “정식 교원이 아니더라도 아마추어 지도자라면 그에 준하는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모두 법 적용 대상이 된다. 강제성은 파악해야겠지만, 지도자의 급여로 활용되거나 회비의 납부 유무가 대가성 청탁이거나 어떠한 직무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저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현재까지의 정리다.

아직 공식적인 지침이 내려가지는 않았으나, 위법 사항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여건조차 되지 않아 교육부에서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아이들마다 가정 형편이 달라 가정에서 내는 회비도 천차만별이다. 아예 못 내는 학생들도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회비의 차이에 따라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았다’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 기준은 굉장히 자의적이 될 수 있다. 김영란법은 기본적으로 그런 애매한 경우는 아예 피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회비가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이에 현장에서도 구체적인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 학교 회계에 포함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도 있지만, 회비 자체가 부정 청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긴장된 시각도 존재한다. 교육부와 권익위 판단이 아마야구 환경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진 것이다. 아마추어 운동부 중에서도 선수단 규모가 가장 많은 축에 속하는 야구는 더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수도권의 한 고교야구 감독은 “일단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분위기다. 학부모들의 문의가 많지만 어떻게 해줄 말이 없어 올스톱 상태”라면서도 “회비나 동문회 후원금이 없으면 사실상 야구부 운영은 생활체육 수준에 머문다. 꼭 김영란법이 아니더라도, 학교 측에 ‘운영비를 더 올려야 한다’는 건의는 많이 해왔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모두 거부당하곤 했다. 학교에서도 쓸 돈이 많은데, 사실 운동부는 우선순위에서 가장 바깥으로 밀려나 있다. 같은 돈을 써도 대다수의 학생들이 혜택을 받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답답해했다.

애꿎은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윗선에서 확실한 대안을 찾아주길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 프로구단 관계자는 “지금껏 야구계가 지은 죄가 있기에 다들 당당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돈으로 학력을 사는 경우도 많았는데 눈을 감은 경우도 많다. 사필귀정”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그래도 회비의 영향력을 부정하기는 어렵고, 어려운 아이들이 덕을 본 경우도 있다. 아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조속히 학교 측에서 해답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 취지처럼 회비 제도는 궁극적으로 없어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현행 수준으로 운동부를 운영할 수 있게끔 예산이 확충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시대가 언제 올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현재 몇몇 지방교육청은 누리과정 재원 등을 놓고 정부와 수시로 충돌하고 있다. 시급한 사안이 많아 운동부까지 온기가 미치려면 한참 남았다는 게 중론이다. 아마야구계에서는 “대한야구협회는 기대하기 힘들고, 국민체육진흥기금 아니면 돈 나올 곳이 없는데 지난해 그마저도 거부당했다”며 자조 섞인 반응이다.

일단 현장에서는 현행 회비 제도를 유지하되, 투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자는 의견이 대세다. 경기권 지역의 한 감독은 “대회가 끝나면 학부모들이 회비를 따로 걷어 밥을 사거나, 부족한 용품을 충원하는 경우는 많다. 전지훈련비도 마찬가지다. 대회에 나갈 숙박비조차 지원이 안 돼 회비에서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면서 "지도자들도 법 시행을 계기로 반성하고, 이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는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젠 법의 시행과는 무관하게 관행처럼 이어져왔던 회비 제도의 끝을 볼 수 있을지도 관심사가 됐다. /skullboy@osen.co.kr

[사진] 기사 내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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