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위 한화, 김태균의 낙담 "개인 기록, 의미 없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9.30 06: 01

김태균, 역대 최다 297출루 등 기록 대행진
"팀 졌는데 개인기록 챙길 때 아냐" 책임감
"팀이 졌는데… 그냥 지나갔으면 한다".

한화 4번타자 김태균(34)은 지난 28일 대전 두산전에서 7회 윤명준에게 중전 안타를 치고 시즌 297출루를 달성했다. 지난해 NC 에릭 테임즈(296출루)를 넘어 역대 한 시즌 최다 출루 신기록. 전광판에는 그의 기록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떴고, 홈 관중들도 축하 박수를 보냈다. 김태균은 1루에서 헬멧을 벗어 멋쩍게 손을 한 번 들어 올리는 것으로 짧게 답례를 끝냈다.
안타깝게도 한화는 그 시점까지 2-11로 크게 뒤져 있었고 김태균도 개인 기록을 세웠다고 좋아할 게재가 아니었다. 올 시즌 김태균에겐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고 있다. KBO리그 14번째 시즌으로 꾸준함의 대명사답게 각종 기록을 새롭게 갈아치우고 있지만 하위권에 처진 팀 성적 때문에 고개를 못 든다.
'우상' 장종훈의 숫자를 넘어 이글스 구단 역대 통산 최다안타(1819개)·최다타점(1150개)에 단일 시즌 팀 최다 129타점 기록을 세우고 있는 김태균은 KBO리그 역대 3번째 1000볼넷에도 3개, 역대 10번째 3000루타에도 15루타만을 남겨 놓고 있다. 올 시즌 성적도 139경기 모두 선발출장, 타율 3할6푼1리(2위) 184안타(2위) 20홈런 129타점(2위) 104볼넷(1위) 출루율 4할7푼4리(1위) OPS 5위(1.024)로 정상급 성적을 찍고 있다.
하지만 김태균은 자신의 기록과 관련된 인터뷰를 완곡하게 사양하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팀이 졌는데, 성적이 안 좋은데 (개인 기록 관려해선) 그냥 지나갔으면 한다"며 "지금 내가 개인 기록 세웠다고 해서 어떻다고 말할 때가 아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 기록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오히려 고개를 숙였다.
김태균의 말대로 한화 팀 상황은 기록을 자축하기 어렵다. 올 시즌 우승 후보로 야심차게 시작한 한화이지만, 시즌 초반부터 추락을 거듭했다. 김태균 역시 시즌 초반에는 전에 없던 슬럼프로 고생했고, 팀 성적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시즌 중반부터 김태균을 중심으로 팀이 살아났지만 투수들의 혹사와 부상선수 속출로 이젠 9위까지 떨어져 가을야구 탈락이 눈앞이다.
김태균은 일전에도 "내 개인 성적을 포기하고 팀 우승과 맞바꿀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 개인 기록은 개인적인 영광이지만, 팀 성적이 좋으면 그룹·구단·코칭스태프·선수단·팬들까지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기쁨을 누릴 수 있겠는가. 개인 기록보다 팀 성적이 훨씬 더 가치 있다"며 팀 성적의 소중함을 말한 바 있다. 의례적인 '개인보다 팀'이 아니라 김태균의 진심이었다.
한화는 지난 2008년부터 어느새 9년 연속 가을야구와 멀어지고 있다. 김태균이 팀 최고 선수로 건재할 때 팀이 계속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으니 불운이 아닐 수 없다. 9위까지 처진 팀 성적 탓에 김태균의 화려한 숫자들도 조금은 빛이 바랬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 조명 받아야 한다. 암흑에서도 총총히 빛나는 김태균의 존재가 한화에는 큰 위안이고, 또 자부심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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