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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응답하라 1994년 LG’의 주역, 인현배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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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의 시구(詩句)처럼,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때를 떠올리면 기억날 법도 하다.

1994년 6월 17일 잠실구장이 그 무대였다.

“LG 신인 인현배는 해태 선동렬과 맞대결, 팽팽한 투수전을 이끌어가다 9회 말부터 선동렬로부터 마운드를 넘겨받은 송유석을 상대로 한대화의 끝내기 적시타로 감격적인 1-0 승리를 안았다. 비록 패전의 기록은 송유석에게 돌아갔지만 선동렬과 맞붙어 조금도 꿀리지 않고 0의 행렬을 이어갔다는 것이 인현배의 자랑거리.”

이 글은 1995년 『한국프로야구연감』 150쪽에 실려 있다. 인현배가 누구인가. 아스라한 옛 기억 속에 묻혀있던 그를 다시 불러낸 것은 6일 밤 8시에 날아온 한 통의 전자우편을 통해서였다.

인현배는 자신이 (주)리쿠르트솔루션의 이사로 일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그 회사가 ‘일본 고치시의 협조를 얻어 일본 시코쿠아일랜드리그plus 산하 구단의 한국 내 트라이아웃을 개최하게 되었는데 간단한 소개 자료를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1994년은 LG 트윈스가 한국프로야구 최정상에 올랐던 해였다. LG는 그 해 18승을 올렸던 좌완 에이스 이상훈을 비롯해 김태원(16승), 정삼흠(15승)과 더불어 새내기 인현배가 10승을 더해 4명의 선발투수가 59승을 올렸고 정규리그는 물론 한국시리즈도 제패했다. 선발진 뿐 만아니라 마무리에 김용수(30세이브)가 버티고 있었고, 김동수가 포수로,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 등 신인 타자 3인방이 맹위를 떨쳤다. 우승 조건이 착착 맞아 떨어졌다.

이른바 ‘신바람 야구’의 원년이었던 그 해를 끝으로 LG는 더 이상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내지 못했다.

선린상고, 단국대를 나온 인현배는 1994년 LG 입단 첫 해에 10승 5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LG 우승에 큰 몫을 해냈지만 오른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1996년 이후에는 2군에 주로 머물렀고 2000년을 끝으로 프로야구 무대에서 사라졌다.

인현배(45) 리크루트솔루션 이사는 “많은 이들이 선동렬 선배와의 대결을 얘기한다. 내 야구 선수생활의 구체적인 이력”이라고 옛 일을 떠올리며 웃었다. 그의 프로야구 선수 이력에 1995~1996년은 비어 있다. 그에 대해 인현배 이사는 “1994년 시즌 뒤 오른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1년간 재활을 거친 뒤 2군에서 뛰었다. 가을이 돼 로스터 확대 때 1군에서 중간계투로 좀 뛰긴 했다. 트레이드를 시켜달라고 구단과 옥신각신하다가 방출을 늦게 해 줘 나이 서른 살 선수를 받아 줄 팀이 없어서 결국 은퇴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인현배 이사는 야구판을 떠난 뒤 이른바 레슨프로골퍼 생활 등 몇 년 동안 골프 쪽 관계 일을 주로 했다. 그러다가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에 취업, 이번에 일본 독립구단 트라이아웃에도 관여하게 됐다.

이번 트라이아웃을 계기로 리크루트솔루션은 2017년 한국에서 독립야구단 창단을 계획 중이다. 고치 파이팅독스 트라이아웃에서 선발되지 않은 선수들과 국내 유망선수 등 30명으로 팀을 꾸려 국내 대학팀, 프로야구 2, 3군 팀들과 친선경기도 갖고 고치 파이팅독스와 교환선수 제도 운영, 시코쿠 리그 팀들과의 교류전도 구상하고 있다.

인현배 리크루트솔루션 이사는 “한국프로야구 인기가 높지만 저변이 취약하다. 고교 졸업 선수 중 프로에 입단하는 선수는 10%도 되지 않는다.”며 “스무 살도 안 된 나이에 인생의 성공, 실패를 결정할 순 없다. 고치 파이팅독스 트라이아웃과 독립야구단 창단을 통해 후배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고 싶다. 꿈이 있다면 끝은 없다”고 말했다.

트라이아웃과 관련, 인현배 이사는 “일본과는 전략적 제휴관계로 보면 된다. 일본 고치시는 야구를 매개로 국내 지자체 결연 등을 통해 포괄적인 문화 교류를 바라고 있다.”면서 “프로에 진출하지 못한 많은 후배들이 이번 트라이아웃에 참여해 꿈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많은 후배들의 적극 참여를 부탁했다.

일본의 독립야구단 고치 파이팅독스의 한국 트라이아웃은 오는 26, 27일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한국 선수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1994년의 기억은 인현배 이사의 뇌리에도 아직까지 선명하게 남아 있다. LG는 2016년 KBO리그에서 4위로 2년 만에 다시 가을 야구 초청장을 받아들었다. 젊은 후배들이 신바람 야구의 감흥의 되살려 선배들의 성과를 재현해 낼 수 있을까. 현재 LG 코치진에는 1994년 우승의 주역 유지현, 서용빈이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사진]리쿠르트솔루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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