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프로야구 감독을 하려면 방송해설을 하라?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6.10.14 10: 42

프로야구 kt 위즈 구단이 14일 오전에 조범현 초대 감독의 후임에 김진욱(56) 스카이 스포츠(sky sports) 해설위원을 2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김진욱 신임 감독은 2012년부터 계약기간 3년의 조건으로 두산 베어스 감독을 맡아 2013년에는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으나 삼성 라이온즈에 3승 4패로 역전 우승을 내준 뒤 남은 계약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김 감독이 두산 감독 시절 장시간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여태껏 많은 야구 지도자들을 만났지만 그처럼 말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인물을 보지 못했다. 아주 달변이었다. 목청이 크지 않았지만 설득력 있는 어조였고, 상황에 대한 설명이 공감을 이끌어내는 말의 조합이 인상적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부터 스카이 스포츠 야구해설을 했다. KBO 리그가 2015시즌부터 10구단 체제로 정립된 이후 날마다 5개 TV 중계방송에 투입되는 선수, 코치, 감독 출신 해설위원들이 저마다 이론과 언변으로 시청자들을 붙들어 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들 가운데 김진욱 감독은 해설자로도 탁월했다.
최근 일부 해설자들이 신변잡담이나 상황에 걸맞지 않는 어색한 진행으로 시청자들의 눈총을 받았지만 김진욱 감독은 달랐다. 상황이나 흐름을 제대로 짚었고 그 때마다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는 조근 조근한 해설로 호평을 받았다. 감독 경험에서 우러나온 선수들의 상황 심리분석이 뛰어났고, 사투리를 쓰긴 했지만 거부감이 별로 없는 억양과 편향되지 않은 해설로 폭 넓은 공감을 자아냈다.
kt 위즈가 김진욱 감독을 선택한 배경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으나 ‘아마도 그의 방송해설의 긍정적인 효과도 일부 작용하지 않았을까’하는 시각도 있다. 공교롭게도 그에 앞서 양상문(55) LG 트윈스 감독도 방송해설위원으로 활동하던 2014년 시즌 초반 김기태 감독(현 KIA 타이거즈 감독)이 손을 내젓고 나간 뒤를 이어 LG 사령탑을 맡은 전례가 있다. 양상문 감독도 그 무렵 학구적인 야구인답게 논리정연한 해설로 호감을 사고 있었던 터였다.
양상문 감독과 김진욱 감독 둘 다 이미 프로야구 감독을 경험한 바 있다.(양상문 감독은 2004, 2005년 롯데 자이언츠를 지휘했다) 방송해설은 감독 시절을 반추하고 현장에서 객관적으로 야구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단련하는, 스스로를 조련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감독 출신 해설자들은 자신이 팀을 지휘하면서 직접 작전을 구사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일반 선수나 코치들과는 다른, 보다 깊이 있는 해설을 할 수 있다.
LG 감독을 역임했던 이순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방송해설위원 출신 감독의 잇단 탄생에 대해 “아무래도 자신이 감독을 맡아봤던 팀 시절을 비교하고 검토하는 객관적인 기회를 갖게 되고 시야도 넓힐 수 있는 이점이 있지 않겠는가.”하는 풀이를 했다.
감독→방송해설→감독으로 회전한 사례는 양상문, 김진욱 두 감독이 있고, 그 이전 해설자를 거쳐 감독 경험을 한 야구인은 허구연 MBC 해설위원이 있다. 허구연 위원은 1986년 청보 핀토스 감독을 맡은 적이 있으나 성적부진과 내부 갈등으로 한 시즌을 채 소화하지 못하고 중도퇴진 했다.
김진욱 감독이 2년 연속 최하위의 신생팀을 맡아 방송해설을 자양분 삼아 양상문 감독 같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일본 프로야구 명장이었던 노무라 가쓰야(81)는 감독에게는 이른바 ‘3적(敵)’이 있다고 했다. 그가 지적한 그 적은 ‘선수와 팬, 오너(구단 소유주 또는 사장)’를 지칭한다. 구태여 ‘적’으로까지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했던 노무라의 ‘3적론’ 가운데 가장 난적은 어찌 보면 오너일 수 있다. 과연 김진욱 감독이 내외부에 도사리고 있는 어려움을 물리치고 kt를 강호의 반열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그의 지도력은 이제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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