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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재의 무회전킥] 감독교체 촌극은 한 번으로 끝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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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균재 기자] 지난 14일 K리그에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K리그 클래식 제주와 전남 그리고 K리그 챌린지 부천이 느닷없이 사령탑을 교체했다. 제주, 전남, 부천은 각각 김인수 수석코치, 송경섭 전 FC서울 코치, 정갑석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올렸다. 기존 조성환 감독, 노상래 감독, 송선호 감독은 모두 수석코치로 보직 변경됐다.

전례 없던 사건이다. 프로에서 아마추어적 행정이 나오게 된 원인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 자격 때문이다. ACL 출전권은 K리그 클래식 1~3위 팀과 FA컵 우승팀에 주어진다. 2강 전북과 서울을 제외한 상위 4팀의 간극은 좁다. 3위 제주(승점 49)부터 4위 울산(승점 48), 5위 전남(승점 43), 6위 상주(승점 42)까지 모두 ACL 진출 가능성이 있다.

올 시즌은 ACL에 나갈 호기다. 통상 3위까지 출전권이 주어지지만 서울과 울산이 FA컵서 우승하고 3위 이내에 들면 4위가 대신 ACL에 나간다. 군경팀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ACL에 참가하지 못하는 상주는 또 다른 변수다. 가령 울산이 FA컵 우승과 3위를 동시에 하고, 상주가 4위를 하면 5위 팀도 ACL에 출전할 수 있다. 챌린지 소속 부천도 FA컵 4강에 올라있어 역시 ACL 출전 기회가 있다.

AFC는 최근 프로축구연맹을 통해 오는 28일까지 클럽라이센스 심사 자료를 제출하라고 통보해왔다. 수많은 항목 중 지도자의 자격증도 이에 포함된다. 제주, 전남, 부천이 14일 나란히 '감독교체' 코미디를 벌인 배경이다.

연맹 관계자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지난 2013년부터 P급 라이센스를 보유한 감독이 아니면 2017년부터 ACL에 참가하지 못한다고 강조해왔다. 우리도 매년 구단에 공문을 보내 상기시켰다. P급 자격증은 2년 주기로 딸 수 있고, 따는 데만 2년이 걸려 AFC도 미리 여유를 두고 얘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특수한 상황이다. 상주는 3위 이내에 들더라도 ACL에 못 나간다. 서울과 울산이 FA컵을 우승하면 기회는 늘어난다. 제주와 전남, 부천이 ACL에 나갈 준비가 안 돼 있어서 부랴부랴 이런 모습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사태는 비단 세 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연맹 관계자는 "수원FC를 비롯해 성남, 인천 등의 감독들도 P급 라이센스가 없다"고 했다.

K리그는 P급보다 아래인 A급 자격증만 있어도 감독을 할 수 있다. 노상래, 조성환 감독도 A급 라이센스를 갖고 있어 K리그 활동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AFC가 지도자 규정을 강화하면서 ACL 출전을 위해서는 P급 자격증을 갖춰야 했다.

성남과 인천의 경우도 최근까지 팀을 이끌었던 김학범 전 성남 감독과 김도훈 전 인천 감독은 P급 라이센스를 갖고 있지만 구상범 성남 감독대행과 이기형 인천 감독대행은 P급 자격증이 없다. 성남과 인천은 올 시즌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져 걱정할 상황은 아니지만 내년 ACL 진출권에 오를 경우 '감독교체 촌극'은 또 한 번 빚어질 수 있다. 

제주 관계자는 "조성환 감독이 2014년 12월 지휘봉을 잡아 P급 연수기간과 시점이 겹쳤다. 우리는 지난 2011년 ACL에 한 번 나간 뒤 계속 못 나갔다. 매년 나가는 팀들과는 현실적으로 달랐다"면서 "이번에 상위 스플릿에 오른 뒤에야 방법을 찾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전남의 경우도 비슷하다. 전남 관계자는 "노상래 감독은 2014년 11월 사령탑에 올랐다. 당시 코치였던 노 감독도 연수 신청 기간이 안 맞아서 못했다"면서 "우리는 올해 초 하위권에 머물러 ACL 진출은 상상도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돼서 늦게라도 대비를 해야 했다"고 감독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작금의 사태를 보며 떠오르는 건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평소에 준비가 철저하면 후에 근심이 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K리그 구단과 감독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할 말이다./dolyng@osen.co.kr
[사진] 조성환(위)-노상래 수석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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