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SK랩북] SK의 2016년, 빛났던 이름 10가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0.16 07: 31

SK가 2017년을 위해 다시 뛴다. 선수단 휴가가 16일로 끝나고 17일부터는 다시 모여 차분히 2017년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 애리조나로 교육리그를 떠났던 선수들도 귀국한다. 인천에서 가벼운 훈련을 마친 선수들은 11월 일본 가고시마와 강화로 나뉘어 마무리훈련에 들어가는 것으로 한 해를 마감한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한 시즌이었다. 사령탑 교체를 결정하면서 가을도 시끄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돌려 말하면 그런 측면에서 17일부터는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다고도 볼 수 있다. 새 시즌 준비를 앞두고, 한 해를 빛냈던 이름으로 2016년을 돌아봤다. 가을야구를 못했다는 아픔만으로 평가절하 하기는 아까운 이름들이기도 하다. 기자의 지갑이 얇은 이유로 상금은 없지만(!), 2016년을 관통하는 10가지 이름을 선정해봤다.
최고 투수상 : 메릴 켈리

대충 성적표를 보면 10승도 따내지 못한 투수였다. 그러나 가치는 환히 빛났다. 2001년 이후 SK에서 처음 나온 200이닝 투수였다. 비가 오나, 타선 지원이 없거나, 다리에 쥐가 나거나 상관없이 꾸준한 모습으로 한 시즌을 완주했다. 200이닝을 던지고도 10승을 따내지 못한 KBO 리그 역대 세 번째 투수가 되는 불운은 있었지만 켈리의 공헌도는 단연 으뜸이었다. 어쩌면 SK는 켈리의 여권을 진작 압수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차점은 김광현. 다만 내년에 두 선수를 모두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함정.
최고 타자상 : 최정
KBO 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공을 얻어맞은 선수로 기록된 최정은, 분이라도 풀 듯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공을 담장 밖으로 넘겨버린 선수가 됐다. 역대 3루수로는 첫 40홈런-100득점-100타점을 동시에 기록하며 굴곡 심했던 시즌을 ‘해피엔딩’으로 마감했다. 건강하다면, 언제든지 리그 정상급 활약을 선보일 수 있는 스타라는 점을 입증했다. 부상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자신감이 될 것이다. 차점은 정의윤. 정의윤의 전반기와 최정의 후반기를 합쳤다면 어마어마한 기록이 나올 뻔했다.
감투상 : 채병룡
“내 심장에는 SK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라는 역대급 감동 멘트와 함께 FA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채병룡은 올해 그것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마운드에서 증명했다. 무려 68경기에 나섰고, 83⅔이닝을 소화하면서 SK 불펜의 중심으로 자리했다. 수치가 다소 떨어지던 경력의 그래프를 단숨에 오름세로 만들어놓은 것도 수확. 채병룡이 아니었다면 SK의 불펜은 끔찍한 참사를 겪을 뻔했다.
신인상 : 김주한
SK의 2016년 드래프트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주한 임석진 김동엽이 1군에 모습을 드러냈고 2군에 있었던 선수들 중에서도 큰 가능성을 인정받는 선수들이 더러 있었다. 이 중에서도 발군은 김주한이었다. 정기전의 사나이로 든든한 배짱을 뽐냈던 김주한은 올 시즌 39경기에서 59⅓이닝을 던지며 3승1패1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하며 시즌 중반 힘이 부친 베테랑들의 빈자리를 잘 메웠다. 한 선수는 “여러 의미(?)에서 신인 같지 않은 후배”라고 했다.
수비상 : 김성현
유격수 김성현의 수비력은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뛰어난 수비력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2루수 김성현의 수비력은 특별한 의문부호를 달 필요가 없었다. 리그에서 가장 수비가 좋은 2루수 중 하나였다. 넓은 범위는 물론 강한 어깨는 2루에 갖다 놓기는 아까웠던 수준. 수비에서의 불운은 외국인 선수 헥터 고메즈에게 다 떠넘긴 듯, 홀가분하게 공·수 모두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경력 최고의 시즌.
기량발전상 : 김민식
정상호(LG)가 떠난 공백을 어떻게 메워야 하느냐는 지난해 겨울부터 올 봄까지 SK의 최대 화두였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결과론적으로 SK는 옳은 선택을 했다. 주전 포수인 이재원은 물론 김민식의 뚜렷한 성장이 그 중심에 있다. 지난해 가고시마 특별캠프부터 올해 오키나와 캠프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훈련을 한 포수’인 김민식은 올해 공·수 모두에서 발군의 성장세를 보이며 자신의 입지를 넓혀갔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포수다.
재기상 : 박희수
투수에게 어깨 부상은 치명적이다. 매 경기 대기를 해야 하는 불펜 투수라면 더 그렇다. 그렇다면 박희수는 지옥에서 돌아온 투수였다. 어깨 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박희수는 올 시즌 팀의 마무리로 복귀해 개인 한 시즌 최다인 26세이브를 거두며 건재를 과시했다. 한창 좋을 때보다 구속은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노련함과 코너워크, 날카로운 볼끝으로 약점을 만회했다. 정우람(한화)과 윤길현(롯데)의 이탈을 고려하면 기막힌 타이밍에 돌아왔다. 스타는 이런 것부터가 다르다.
지도자상 : 김상진 코치
SK는 올 시즌 2군에서 꽤 많은 선수들이 그토록 바라던 ‘강화 탈출’에 성공했다. 팀 역사상 최다 인원이 1군에 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 중 마운드에서 즉시전력감이 많았다. 김상진 퓨처스팀(2군) 투수코치의 힘이 컸다. 팔꿈치 통증 후 좀처럼 예전 구위를 찾지 못했던 윤희상을 고쳐 보냈고, 오키나와 캠프 도중 탈락한 문승원을 기대되는 선발 자원으로 변신시켰다. 김주한 서진용 등 젊은 투수들의 성장 및 재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프런트상 : 전략프로젝트팀
올 시즌 SK는 “야구만 잘하면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쉬움이 묻어 나오는 말투이긴 하지만, 야구 외적인 부문에서는 팬들의 인정을 받았다는 긍정적인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 중 올 시즌 구단의 역점사업 추진을 맡은 전략프로젝트팀이 기획한 여러 가지 이벤트가 시선을 모았다. ‘희망더하기’ 실종아동찾기 캠페인은 올 시즌 KBO 최고의 화제작이었고, 그 외 김광현 100승, 전병두 은퇴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가 팬들의 큰 호응 속에 성공적으로 끝났다. ‘변하면 된다’는 시사점을 구단 조직 내에 줬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발견상 : 빅보드
웬만한 FA 선수 몸값에 버금가는 금액을 투자했다. 구매와 설치에만 70억 원이 들었다. 그러나 가격대비 성능비는 최상이었다. 전 세계 야구장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전광판 중 하나인 ‘빅보드’는 이제 SK의 상징이자 팬들의 자부심으로 떠올랐다. 다른 구단 관계자들도 감탄을 금치 못한 덩치를 자랑하는 빅보드는 팬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몸값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빅보드가 있기에 할 수 있는 이벤트도 적지 않았으니 이게 바로 창조경제였다. 무엇보다 전기만 넣어주면 먹튀가 될 걱정도 없으니 마음 편하다. /SK 담당기자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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