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호의 트윈시티] ‘가을의 왕자’ 허프, 어떻게 LG 유니폼 입었나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10.17 06: 00

외국인선수 영입은 도박이다.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들인 비용이 많을수록 성공확률이 높을 수도 있으나 절대적이지는 않다. 모든 것은 시즌을 치러봐야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LG 트윈스도 그랬다. LG는 2015시즌에 앞서 외국인선수 영입비용을 늘렸다. 2014년 12월 아킬레스건이었던 핫코너를 자리를 메우기 위해 메이저리그 베테랑 내야수 한나한과 1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2년 전 빅리그에서 두 자릿수 승을 올린 루카스를 90만 달러를 들여 데려왔다. 넥센에서 맹활약한 소사와는 60만 달러에 계약하며 외국인선수 셋을 완전히 바꿨다. 
하지만 결과는 영입비용과 비례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부터 부상을 달고 있었던 한나한은 전반기를 소화하지도 못하고 방출됐다. 루카스는 빼어난 구위를 자랑했으나, 한 시즌 볼넷 108개를 기록할 정도로 제구 불안이 심각했다. 지난해 제 역할을 한 외국인선수는 가장 적은 비용을 들였던 소사와 한나한의 대체선수로 영입한 루이스 히메네스였다. 계약기간은 짧았지만 LG는 히메네스 영입에 35만 달러를 들였다. 

지난해 겨울 LG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일찍이 소사와 히메네스는 2016시즌을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투수 한 자리였다. 루카스와 함께 가자니 이래저래 위험 부담이 컸다. 그렇다고 교체를 택하려니 외국인선수 시장에 루카스만한 구위를 지닌 선수가 거의 없었다. 베스트시나리오는 좌완에 구위와 제구를 모두 갖춘 투수. 수 년 동안 영입을 바라봤던 데이비드 허프를 데려오는 것이었다.
사실 당시 허프는 LG가 작성한 리스트 최상단에 자리하지는 않았다. 빅리그에서 허프보다 뛰어난 커리어를 쌓은 다른 좌완투수가 영입후보 1순위였다. 계약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 투수가 갑자기 방향을 선회, LG가 아닌 메이저리그팀과 사인했다. LG는 서둘러 허프를 바라봤다. 하지만 허프는 3개월 전 왼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상태였다. 허프 측은 정상적으로 다가오는 시즌을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으나, LG는 확신할 수 없었다. 
LG 외에 KBO리그 수도권 A팀과 지방 B팀, C팀도 같은 고민을 했다. 4팀 모두 허프의 수술 전 기량에는 엄지손가락을 세웠으나, 수술 후 활약에 대해선 의문 부호를 던졌다. 결국 지난겨울에는 KBO리그 어느 팀도 허프와 계약하지 않았다. LG는 2016시즌이 시작되고 나서도 외국인투수 한 자리를 확정짓지 못하다가, 4월 중순 스캇 코프랜드를 영입했다.
그런데 LG는 허프를 향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외국인 스카우트 한나한으로 하여금 허프의 컨디션을 꾸준히 관찰하게 했다. 한나한은 허프가 등판한 메이저리그 경기와 마이너리그 경기를 모두 체크했다. 일찍이 코프랜드가 안 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우려대로 코프랜드는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KBO리그 스크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하며 극심한 기복에 시달렸다. 멘탈도 강하지 않았다. LG는 결단을 내렸다. 7월 8일 13경기 63⅓이닝 2승 3패 평균자책점 5.54를 기록한 코프랜드를 방출하고, 허프를 데려오기로 했다. LG 구단은 허프와 총액 55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LG 구단 관계자는 “허프가 미국에서 보낸 시즌 초반에는 불펜에서 주로 나왔다. 메이저에 올라갔다가 고전했는데, 그러면서 많이 상심한 것 같더라. 한나한 스카우트가 미국에서 지켜봤는데 구위는 아주 좋았을 때보다는 조금 내려왔지만 150km를 던진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허프는 실력과 인성, 그리고 적응력까지 모두 만점이었다. LG는 전반기를 8위로 마감했으나, 후반기 허프와 류제국 선발 원투펀치를 앞세워 쉬지 않고 올라갔다. 8월초 9연승을 달렸고, 시즌 막바지에는 경쟁팀과의 경기를 모두 가져갔다. 
4위로 정규시즌을 마친 LG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KIA를 꺾었고, 준플레이오프에선 넥센에 2승 1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허프는 후반기부터 포스트시즌까지 14경기 87이닝을 소화하며 8승 3패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 중이다. 가을 신바람 중심에 자리하며 LG를 더 높은 무대로 이끌고 있다.    
 
아직 시즌이 종료되지는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허프로 인해 순위가 정해졌다. LG가 철저한 준비 끝에 시도한 도박의 결과는 잭팟이었다. 반면 LG와 함께 허프를 바라봤다가 허프를 놓친 3팀은 이미 시즌이 끝났다. / LG 담당기자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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