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사연 많은 김준성, ‘농구판 허각’ 될까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10.20 06: 32

농구계에서 과연 ‘흙수저 신화’가 탄생할 수 있을까. 
일반인참가자로 프로농구 신인선수 지명의 쾌거를 달성한 김준성(24, SK)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준성은 18일 치러진 2016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서 2라운드 9순위로 서울 SK의 부름을 받았다. 깜짝 놀란 김준성은 단상에 올라 눈물을 참지 못했다. 2년 전 명지대 졸업 후 운동을 그만뒀던 그가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지명되리란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 
김준성은 국내유일 실업팀 놀레벤트 이글스 소속이었다. 최근 치른 전국체전에서 놀레벤트가 대학리그 챔피언 연세대를 격파했다. 김준성은 천기범, 허훈 등 대학최고 가드들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쳐 주목을 끌었다. 결국 스카우트의 레이더에 걸린 김준성은 프로데뷔라는 믿기 어려운 꿈을 이뤘다.

문경은 감독은 "SK가 너무 화려하다는 이미지로만 알려져 있다. 김준성처럼 절실한 선수가 필요해서 뽑았다. 김선형의 백업선수가 부족하다. 김준성이 가드진에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명동기를 밝혔다. 
지명 후 인터뷰에서 김준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져 더욱 눈길을 끈다. KBL에서 이례적으로 2라운더 김준성을 공식인터뷰실에 불렀다. 김준성은 "제가 여기 앉아서 인터뷰를 한다고요?"라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다음은 김준성과 일문일답. 
▲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2014년 명지대 소속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했다가 떨어졌던 김준성이다. 놀레벤트 이글스에서 박성근 감독의 기회를 받아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준비하기가 힘들었다. 오늘 지명돼 기쁘다. 
▲ 군대는 다녀왔나
아직 안 갔다. 
▲ 어떻게 다시 선수생활을 시작했나 
이글스가 올해 3월 낸 선수모집 공고를 봤다. 선수들이 실질적으로 5월부터 운동했다. 선수들이 수시로 바뀌었다. 너무 열악했다. 포기하려 했는데 지금까지 왔다. 지인들이 재미로 동호회서 운동을 하자고 했다. 살이 많이 쪘다. 86kg까지 나갔는데 2016년 올해 실업팀에서 운동 시작해서 72kg까지 뺐다. 
▲ 졸업 후에는 어떻게 지냈는지 
2014년 드래프트에 떨어지고, 카페서 커피도 만들고, 어린이 농구교실 주말강사도 했다. 장례식장 매니저도 했다. 음식을 나르고 이런 일이었다. 항상 아르바이트만 하다 2015년 2월 강동 경희대병원 장례식장에 정직원으로 처음으로 들어갔다. 일을 해서 돈을 벌고 뿌듯했다. 8개월 동안 일했다. 농구를 아예 접었었다. 1년 정도 공도 만지지도 않았다. 
▲ 아버지가 운동을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들었다  
아버지가 힘이 됐다. 내 집안 사정상 운동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아버지께서 내가 농구를 다시 하고 싶어 하는 걸 보고 ‘성공하든 실패하든 넌 내 아들이란 건 변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다시 시작했다. 아버지가 간암 수술을 받고 많이 좋아지셨다. 2014년 드래프트서 떨어진 날이 바로 아버지가 항암치료를 받고 나오신 날이었다. 드래프트 3-4일전에 간암 판정을 받았다. 
▲ 농구에 대한 열정의 원천은 뭔가
위기의식을 느꼈다. 외동아들이다. 아버지가 편찮으시고, 어머니 혼자 직장에 다니며 뒷바라지를 하셨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 농구다. ‘이거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일단 암세포가 없는 상태지만 재발 가능성이 있다. 어머니는 전기회사에서 검침 일을 하신다. 경기 날에는 항상 오셨다. 오늘도 오셨다. 내가 커서 사회생활을 해보니 (어머니가 직장을 다니며 매번 아들의 경기를 보러 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포기하면 안 된다’는 힘이 됐다.  
▲ 선수로서 주특기는 
성실하다. 열심히 한다.  
▲ 프로 지명을 기대했나 
아예 기대안했다. 마음을 비웠다. 문 감독님이 내 이름을 부를 때도 몰랐다. 정말 얼떨떨했다. 너무 감사드린다. 이글스가 체육관도 없고, 숙소도 없다. 전국을 돌며 고등학생들과 연습했다. 버스도 없이, 테이핑도 못했다. 이글스 팀원들 다 열심히 했다. 힘들었던 것이 스쳐지나가서 울었다.  
▲ 만약 올해 지명이 안됐다면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농구를 그만둘 생각이었다. 
에어컨 정비사로 활약했던 가수 허각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며 일약 가수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과연 사연 많은 김준성이 ‘농구판 허각’이 될 수 있을까.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학생체=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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