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의 야구산책] 염경엽과 넥센 결별에 대한 근본적 질문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6.10.19 10: 30

지난 17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나고 염경엽 넥센 감독이 갑자기 "사퇴하겠다"라고 말했다. 시리즈 패퇴 인터뷰에서 사퇴한 감독은 그가 처음이다. 그만큼 전격적이었다. 구단 프런트는 당황했다. 그러나 기자들 사이에서는 패하면 사퇴를 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만큼 넥센 이장석 사장과 염경엽 감독의 골은 깊었다. 
이장석 사장은 코치였던 염 감독을 발탁했다. 찰떡궁합을 보이는 듯했지만 두 사람은 4년 만에 등을 졌다. 대체로 갈등은 지난 201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직후 이장석 사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임시킬 생각도 했다"는 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우승을 할 수 있었는데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염 감독에게는 마음의 상처였던 모양이다. 지휘봉을 잡자마자 하위권의 팀을 추슬러 2013년 첫 가을야구로 이끌었고, 2014년 준우승까지 했는데 "자르겠다"는 말을 들었다. 자존심이 강한 염 감독은 자신의 실적을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후 시나브로 골은 깊게 파였고 결별까지 왔다. 

이번 결별은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일까? 현장을 대표하는 감독과 사장으로 대표되는 구단의 영역 분담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즉, '감독의 영역은 어디까지인가'이다. 메이저리그는 감독은 경기에 전념하고 구단은 미래의 밑그림을 그리고 육성, 선수 관리, 선수 영입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는 않다. 상호 보완 관계이다. 신인 지명, 트레이드, FA 영입, 외국인 선수 선택 과정에서 감독들은 비중은 다르겠지만 자신의 견해를 밝히거나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육성과 팀 체질 개선에는 1군 감독의 각별한 관심과 기회 부여가 필요하다. 지금 넥센을 만든 상호 보완 과정에서 파열음이 나고 말았다.      
양측의 갈등에는 선수 기용 문제도 있었다. 포스트시즌에서 불펜 투수 기용을 놓고 힘겨루기가 있었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는 조상우의 1년 휴식을 놓고도 기싸움이 벌어졌다. 메이저리그는 단장도 선수 기용에 입김을 행사한다. 영화 '머니볼'에는 단장이 유망주 기용 요구를 감독이 듣지 않자 아예 해당 포지션의 주전을 트레이드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아직 한국 야구에서 선수 기용은 감독 고유 권한으로 여겨지고 있다.   
양측의 결별 과정에서 말 못할 속사정도 많았을 것이다. 여러 문제가 켜켜이 쌓였다 터졌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현장과 프런트의 인식과 영역 차이에서 이번 결별은 예고되었다. 상호 보완이 아닌 갈등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게다가 염 감독의 사려깊지 못한 퇴장 행보, 유감을 표시한 넥센의 뒤끝 보도자료. 양쪽은 마지막까지 서로에게 상처를 입혔다. /OSEN 야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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