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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부산행’ '아가씨', 시체스 수상 의의는?



[OSEN=유진모의 취중한담] 세계 3대 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하나인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지난 16일 폐막되면서 한국영화 ‘곡성’(나홍진 감독,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배급)의 포커스 아시아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촬영상 수상의 쾌거를 전했다. 또한 ‘부산행’(연상호 감독, NEW 배급)은 최우수감독상과 시각효과상(정황수)을, ‘아가씨’(박찬욱 감독, CJ엔터테인먼트 배급)는 관객상을 각각 받았다.

그동안 윤종찬 감독의 ‘소름’(2001), 박기형 감독의 ‘아카시아’(2003),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2003), 이수연 감독의 ‘4인용 식탁’(2003) 등이 시체스의 초청을 받았지만 수상은 ‘4인용 식탁’의 신인 감독상에 해당하는 시민 케인상’ 정도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성과다. 한국영화의 발전을 넘어선 그 이상의 다양화의 결과 혹은 더 큰 확장의 요구다.


우리 극장엔 스크린쿼터제도 있고, 관객들의 무조건적인 애국심의 발로에서 우러난 한국영화의 맹목적인 애정도 있다. 때론 다수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특정영화의 흥행의 이면을 까발리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의 인식과 기준의 저변엔 쇄국주의와 민족주의의 경계가 모호한 애국심이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를 유념하더라도 이번의 시체스의 한국영화의 3편의 5관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각 가정에 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 혹은 컬러시대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극장 구경’은 서민들의 대단한 ‘행사’ 혹은 레저였다. 달리 여가를 즐길 경제적 시간적 여유도, 그런 시설이나 문화가 없던 당시의 서민들에게 ‘극장 구경’은 영화를 관람하고 극장이란 시설을 즐긴다는 문화 경제적 사치심리를 만족시키는 최대의 나들이였다.

당시 영화는 요즘의 보편적인 드라마처럼 가족물 멜로 그리고 한국적 정치 역사 상황과 맞물린 군대물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영화라는 콘텐츠의 보편타당한 정서적 상업적 목적과 맞아떨어지는 장르이기도 해서 외국도 마찬가지.

하지만 냉전시대의 종식 등에 따른 세계의 정치 사회 경제적 판도의 극심한 변화와 더불어 과학과 지식의 진보는 영화의 장르와 기술과 메시지의 동반발전을 가져오는 동시에 무한한 판타지의 세계의 지평을 계속 넓히고 있는 중이다.

한국영화는 수많은 작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영화 선진국의 다양화하는 발전을 뒤따르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걸 인정하는 것은 애국심이나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런 맥락에선 ‘부산행’은 사실 할 말이 많은 게 적지 않은 영화인이나 관객의 속내다. 부성애라는 소재는 비단 한국만의 정서는 아니다. 악역의 극단적 이기주의 역시 할리우드에서도 많이 써먹는 소재다. 또한 미흡한 개연성이 한국 최초의 본격 상업적 좀비물이라는 허구성을 설명하지 못한다.

브래드 피트까지 ‘월드 워 Z’를 제작할 정도로 상업영화의 대세 중 한 줄기로 자리 잡은 데다 워낙 걸작들이 많이 배출된 좀비물인지라 ‘부산행’의 등장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런 점에선 ‘부산행’의 미흡한 점들이 오히려 한국영화의 다양성에 공헌하는 게 많고 크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일부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1000만 명이 넘는 흥행결과는 그 응원의 메시지다.

‘아가씨’의 쾌거는 ‘부산행’보다 그 의의가 조금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영화의 문법 화법 화풍 등은 보편타당한 상업적 방향과는 좀 다르다. 시대와 등장인물부터 일본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색감과 미장센 그리고 거기서 우러나오는 전체적 분위기는 왜색이 짙다. ‘쌍생아’ 등을 연출한 일본 영화감독 츠카모토 신야의 작품 등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일본 공포영화를 한번쯤 봤다면 느껴봤음직한 불편하고 메스꺼운 오싹함이 전편에 걸쳐 흐른다. 아내의 언니의 딸을 취하려는 이모부의 욕심 또한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썩 훌륭한 원작을 자신만의 영화적 시각으로 변주해내는 솜씨가 탁월한 박찬욱의 솜씨는 이번에도 실망을 주지 않았다. ‘올드 보이’만큼의 충격은 아니었지만 미장센과 디테일에선 훨씬 진일보한 솜씨를 뽐내며 서양적 정서를 손쉽게 빌려온 연상호와는 다른, 동양적인, 더 나아가 한국적인 판타지의 세계를 열었다.

‘곡성’은 거의 모든 면에서 진보한 세계를 그린다. 40년이 넘도록 오컬트 스릴러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엑소시스트’(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한국판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오싹하고 괴기하며 그로테스크한 공포영화의 신세계를 한국에서 열고 세계에 자랑했다.

이 영화엔 ‘부산행’ 못지않은 부성애가 담겼으며 ‘아가씨’를 뛰어넘는 반전이 존재한다. ‘아가씨’가 인간의 천박하거나 절박한 욕망의 자벌레가 스멀스멀 기어 다닌다면 ‘곡성’은 그와는 차원이 다른 무속과 믿음과 신념, 그리고 참된 진실에 대한 질문이 소용돌이친다.

자신의 몸에서 이상한 징후를 발견하고 치마 속을 뒤지는 아버지를 준엄하게 혼내는 어린 딸이 오히려 더 음험해 보이는 게 바로 이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다. 도대체 진실이 뭔지 그 누구도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을뿐더러 알 수도 없다는 게 바로 이 영화가 던지는 낚시다.

‘곡성’이 노리는 ‘결과를 알 수 없는 캐스팅’은 사람 혹은 악마의 타인에 대한 무차별한 공격이다. 그 목적은 생계일 수도, 종교일 수도, 신념일 수도 있다. 여기서 무당은 신부보다 더 우월하게 그려진다는 색채가 짙다. 만약 그렇게 느껴진다면 그건 도발이라기보다는 영화적 장치일 것이다.

‘부산행’의 완성도나 재미 여부를 떠나 개연성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아수라’ 역시 개봉‘빨’만 반짝 빛났을 뿐 손익분기점도 맞추지 못하고 허덕이며 혹평이 호평을 앞서고 있다. ‘검사외전’의 재미가 쏠쏠했다는 평가는 거의 강동원에 제한됐고, 결말이 시원하다는 2차원적인 카타르시스에 정체됐었다.

‘곡성’은 ‘불편했다. 찜찜했다, 불쾌했다, 속이 울렁거렸다’ 등의 불만사항은 많았지만 욕하는 평판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건 자신의 취향에는 안 맞았지만 영화의 완성도와 메시지와 울림에 대해선 항복하는 의미였다.

한국에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있다. 부산 전주 등의 큼지막한 영화제를 들지 않더라도 최근의 청소년영화제까지 전국에서 수많은 군소영화제가 쉼 없이 열리고 있다. 그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다양성을 향한 욕구 혹은 진화의 성장세다.

이번 시체스의 수상은 그 성장세가 이미 선진수준에 이르렀다는 파란불일까, 아니면 성장통에 머물지 말고 벌써 성장으로 갔어야 한다는 노란불일까?/osenstar@osen.co.kr

[칼럼니스트]

<사진> '곡성' '아가씨'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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