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종호의 태클 걸기] 전주의 늦은 대처, 합리적이지만 아쉬움 남는다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6.10.21 06: 00

전주시의 늦은 대처는 합리적인 결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축구 열정이 뜨거운 도시'라는 이미지는 손상을 피할 수 없었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결정이다.
지난 19일 전북 현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로 전주시는 5년 만에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개최하게 됐다. 아시아 클럽 최정상을 가리는 대회의 결승전인 만큼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전주시에는 낭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다음날 비보가 도착했다. AFC는 전북의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확정된 다음날인 20일 오전 대한축구협회에 전주월드컵경기장에 대한 우려가 담긴 공문을 보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의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다는 내용과 함께 AFC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상태가 호전되지 않을 경우 전주월드컵경기장이 아닌 다른 경기장에서 결승전을 치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AFC가 보낸 공문과 같이 경기장을 바꿔야 하는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주시 시설관리공단은 AFC의 공문과 별개로 20일 오전 전주월드컵경기장의 그라운드 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전주시 시설관리공단은 5400여만 원을 들여 2000㎡를 보수하는 대대적인 보식 작업에 착수했다.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이 다음달 19일 열리는 만큼 그라운드의 상태는 크게 호전될 전망이다.
전주시 시설관리공단은 AFC가 공문을 보내기 전에 이미 AFC의 입장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AFC는 지난 9월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때부터 전북에 그라운드 상태에 대한 경고와 함께 보수를 요구했다. 결승전 개최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당연한 요구였다. 이에 전북은 AFC의 경고를 전달하며 지속적으로 그라운드 보수를 요청했다. 그럼에도 전주시 시설관리공단은 보수 작업에 들어가지 않았다.
전북이 AFC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면서 AFC는 그라운드 상태에 대해 지속적인 보고를 요청했다. AFC의 요청에 그라운드 상태가 호전이 됐는지, 그렇지 않다면 보수 작업이 들어갔는지 전북은 주기적으로 보고를 올려야 했다. AFC는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이 열리기 직전까지 전주시 시설관리공단에서 보수 작업을 실시하지 않자 대한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내 사태의 심각을 강조했다.
물론 전주시 시설관리공단이 전주월드컵경기장의 그라운드 보수를 결정한 것은 AFC의 공문이 도착한 이후가 아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전주시 시설관리공단은 지난주에 이미 그라운드의 보수를 결정했다. 시기적으로도 지난 15일 전북의 홈경기가 열린 후 그 다음 홈경기까지 18일의 시간이 있어 적절했다.
그러나 전주시 시설관리공단은 전북의 홈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보수 작업에 착수하지 않았다. 잔디 보식이 이루어지더라도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뿌리가 자리를 잡을 시간이 필요한데, 전주시 시설관리공단은 3~4일의 시간을 허비하다 20일에서야 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전북의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이 확정되고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은 내년 FIFA U-20 월드컵 개최로 인해 전북의 올 시즌이 끝난 뒤 그라운드의 잔디를 완전히 바꿀 예정으로, 수십 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라운드의 전면 교체가 임박한 상황에서 전주시 시설관리공단은 섣불리 5400여 만 원을 사용해 그라운드 보수를 결정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전북의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도 확정되지 않았으니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 하지만 무형의 이미지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지난해 FIFA U-20 월드컵 개최를 확정한 직후 "시민들의 축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라는 근거가 확실히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설관리공단은 전주시가 강조한 '축구에 대한 열정'이라는 이미지에 대해 외부에서 의문 부호를 갖게 만들었다. 전주시가 FIFA U-20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축구에 대한 열정'에 먹칠을 한 셈이다. /sportsh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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