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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번의 시련과 PS 1승, 리치 힐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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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례 마이너 강등, 8차례 부상자 명단 수난
방출 2번-트레이드 3번, 드디어 꽃핀 잡초

[OSEN=김태우 기자] 리치 힐(36·LA 다저스)은 복잡한 경력을 가진 선수다. 우여곡절이라고 표현조차도 모든 것을 설명하기 어려울 야구 인생을 살았다.

그의 복잡한 야구 인생을 쭉 정리하자면 몇 페이지가 모자랄 정도다. 상징적으로만 정리하면 그는 3차례의 드래프트를 거쳤고, 8번이나 마이너리그로 강등됐으며, 마이너리그로 강등된 숫자만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방출대기(지명할당) 신세를 2번 지기도 했고, 2번은 아예 팀에서 방출됐다. 올해 오클랜드에서 LA 다저스로 건너온 트레이드는 그의 인생에서 3번째 트레이드이기도 했다.

고교 졸업 후, 대학 2학년을 마친 뒤 드래프트 지명을 거부한 것이야 그의 선택이었으니 특별한 시련은 아니다. 사실상의 ‘영전’이었던 올해 트레이드를 빼면, 그래도 무려 22번의 시련을 겪었다고 할 수 있다. 이만한 ‘시련의 역사’를 쌓는 것도 사실 쉽지 않다. 대부분은 이 탑을 쌓기 전 야구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힐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 승을 달성하는 감격을 누렸다.

힐은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93개의 공을 던지며 6이닝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호투하며 팀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다저스 프랜차이즈 역사상 첫 포스트시즌 2경기 연속 완봉승을 이끈 주역이 됐다. 올 시즌 이전 두 번의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던 힐의 개인 포스트시즌 첫 승리였다.

공교롭게도 상대 팀 컵스는 힐의 개인 세 번째 드래프트 당시 그를 지명했던 MLB 친정팀이었다. 대학 시절부터 주무기인 커브의 빼어난 위력을 인정받았던 힐은 컵스 유니폼을 입고 2005년 MLB에 데뷔했다. 그리고 3년차였던 2007년 32경기에서 11승8패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하며 데뷔 후 첫 두 자릿수 승수를 따냈다. 하지만 2008년을 끝으로 힐과 컵스의 인연은 끝났는데, 컵스는 옛 기억이 날 법한 뼈아픈 패배였다.

컵스 시절 막판부터 제구에 애를 먹은 힐은 2009년 어깨 수술을 받았고 2011년에는 팔꿈치에 칼을 댔다. 떨어진 구위에 폼을 바꿔보는 등 이것저것 노력을 했지만 성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경력이 끝난 선수로 보였고 독립리그에서 뛰기도 했다. 지난해 중반 힐은 자신을 MLB에 승격시키지 않은 워싱턴을 제 발로 떠나기도 했다. 힐이 워싱턴과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의욕을 불태운 것도 이와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

다시 독립리그에서 재기를 꿈꾸던 힐에게 지난해 8월 보스턴 입단은 전환점이 됐다. 스티븐 라이트의 갑작스러운 연습 중 부상은 힐에게 천금같은 기회를 줬고 그는 이를 잘 활용한 결과 오클랜드의 부름을 받을 수 있는 위치가 됐다. 그 후의 성적은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상종가를 친 힐은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다저스로 이적, 2007년 이후 맞이한 자신의 첫 포스트시즌에서 끝내 승리까지 따냈다.

어깨와 팔꿈치 수술에도 부단한 노력으로 구속의 급격한 저하를 막았다. “마이너리그에서는 뛰게 해주겠다”는 제의에도 독립리그에 간 덕에 꾸준히 선발로서의 꿈을 품을 수 있었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던 사이드암 전환은 지금도 투구폼을 자유자재로 바꿔 위력적인 커브를 던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2002년 7월 컵스의 지명을 받은 뒤, 14년의 굴곡진 인생은 힐의 값진 성공을 만들어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다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힐은 그간의 시련을 보상받을 수 있는 충분한 금전적 대가를 손에 넣을 전망이다. 3년 정도의 기간에 연간 1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 조건을 점치는 시선이 많다. 힐은 관중들의 열광적인 성원과 함께 마운드를 내려간 3차전 승리 이후 “오랜 기간 많은 것을 이겨냈다. 포기하지 않으면 성공은 바로 그 다음에 와 있더라”고 담담하게 떠올린 뒤 동료들과 WWE를 본뜬 챔피언 벨트를 번쩍 들어올렸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skullboy@osen.co.kr

[사진]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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