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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김성근, “선수육성은 조범현이 최고”, 감독 양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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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석에서 김성근(74) 한화 이글스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 “선수 육성은 조범현이 최고지 싶다. 염경엽도 선수 육성을 잘하고.”

듣기에 따라 여러 해석이 가능한 발언이었다. 공교롭게도 조범현(56) kt 위즈 초대 감독과 염경엽(48)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몸담고 있던 팀을 떠났다. 조범현 감독은 구단의 연장 계약 포기로 인한 ‘타의’로, 염경엽 감독은 자진사퇴 형식을 취하긴 했으나 구단과의 불화로 인한 ‘자의반 타의반’으로 결별했다.

조범현 감독은 계약기간 3년을 채웠지만 염경엽 감독은 계약기간 1년을 남겨두고 10월 17일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 3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되자 그날 전격적으로 사퇴를 공표해버렸다. 속사정은 속속들이 알기 어려우나 염 감독과 이장석 대표 사이의 갈등이 퇴진을 촉발시킨 요인으로 여러 매체가 풀이했다.

김성근 감독은 “조범현이 전화 통화에서 ‘시즌 중에 구단 측이 재계약을 하자고 했다’고 말했는데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선수들의 문제 행동이 영향을 주지 않았겠는가.”하는 유추를 했다.

그가 조범현 감독을 ‘최고의 선수육성 전문가’로 꼽은 것은 그의 경험도 작용했을 터다. 김성근 감독이 SK 와이번스를 3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수 있었던 뒷심은 “(전임이었던) 조범현 감독이 선수들을 잘 조련해놓은 덕분에 내 강훈련을 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발언을 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조범현 감독과 염경엽 감독이 부족한 자원이었지만 싹수가 보이는 선수들을 발탁해 성장시킨 공로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야 어쨌든 그 어느 해보다 올 시즌 뒤에는 감독들의 거취가 어지럽다. 이미 삼성 SK kt 넥센 등 4개 구단의 감독들이 물러났다. 삼성은 김한수 코치를 감독으로 자체 승격시켰고 kt는 방송해설을 하던 김진욱 전 두산 감독을 영입했다. 다른 두 구단은 아직 ‘물색 중’이다.

이 시점에서 생각해볼 것은 감독의 자원과 양성의 문제다. 감독 자리가 날 때마다 야구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의 하나는 연줄을 동원한 ‘줄대기’가 무성하다는 것이다. 구단마다 새 감독을 선임하는 방법은 크게 다를 바 없다. 롯데가 2008년에 외국인 로이스터를 선임한 것 외에는 대개는 자체 검증을 기초로 외부 평판, 또는 이미 일정한 성과, 이를테면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 따위를 지닌 지도자를 선택하는 ‘돌려막기’식의 선임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자체 감독 후보 리스트를 갖고 내부 승격이냐, 아니면 외부 영입이냐를 저울질하게 되지만 이제는 근본적인 ‘자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인상을 준다. 그런 면에서 차제에 그 구단 선수 출신 또는 코치를 장기간 관찰하고 적임자를 찾아내는 사다리, 계단식 감독 양성 방법이 합리적일 수 있다.

로이스터의 경우 롯데를 떠난 뒤 아직까지도 심심치 않게 한국 복귀설이 나돌고는 있지만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또한 없지 않다.

김인식 제4회 WBC 한국대표팀 감독은 “로이스터가 만년 하위권이었던 팀을 끌어올린 점은 높이 사야 되겠지만 사실 그 때의 롯데 전력으로는 우승을 했어야 마땅하다.”는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한 적도 있다. 이대호로 상징되는 로이스터 감독 시절의 롯데는 객관적인 면에서 우승을 할 수 있는 ‘강한 전력’이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감독 내부 양성론’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국내가 아닌 일본의 명문 요미우리 구단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야구계의 명장이었던 노무라 가쓰야 전 야쿠르트 감독은 “대기업의 사장은 ‘누구를 후계자로 할 것인가’하는 과제를 안고 산다. 리더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프로야구단도 ‘차기 감독을 누구로 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내부 감독 양성(養性)론’을 설파했다.(2009년에 나온 노무라의 『아아, 감독-명장, 기장, 진장』에서 발췌 인용)

노무라는 요미우리의 사다리 감독 양성을 성공 사례로 들었다. 요미우리는 1950년대 이후 미하라(三原)→미즈하라(水原)→가와카미(川上)→나가시마(長嶋)→왕정치(王貞治)로 이어지는 감독 승계를 내부에서 이룩해 오랜 세월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이들은 대개 요미우리 구단 안에서 선수와 코치를 거치며 장기간 내부의 엄격한 검증 과정을 통과했다. 요미우리는 근년에도 팀 4번타자 출신인 하라(原)에 이어 다카하시(高橋)에게 지휘를 맡겨 내부 승격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도 이제 구단 내부에서 될성부른 ‘감독 후보군’을 점찍어 놓고 장기적으로 관찰, 육성하고 마음의 준비를 시켜야 될 때가 왔다. 제 아무리 유명한 인물을 외부에서 데려온다고 할지라도 구단 내부 사정을 모르면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에 따른 위험 부담과 실패 가능성도 클 수밖에 없다. 우리네 감독들은 특히 나이 많은 지도자들의 경우 후계자 양성보다는 자리 보전에 온 힘을 기울이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올해 시즌을 보내면서 그런 반복된 실패와 악순환을 목도했기에 이런 쓴 소리도 하게 된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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