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외인 부진도 지워버린 포지션 파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10.22 05: 55

현대캐피탈, 톤의 부진한 경기력에도 2연승
신영석-최민호, 포지션 파괴 승부처에 통해
역시 강팀은 선수 한 명에 좌우되지 않는다.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으로 스피드배구와 토털배구의 시대를 연 현대캐피탈이 올 시즌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21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치러진 삼성화재와 원정경기에서 3-2 풀세트 승리를 거뒀다. 외인 선수 싸움에서 핸디캡을 딛고 따낸 승리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삼성화재 타이스가 최다 51득점에 58.21%의 공격점유율을 보인 반면 현대캐피탈 톤은 18득점에 공격점유율은 23.58%에 불과했다.
톤은 OK저축은행과 개막전에서도 9득점에 그치는 등 개막 후 2경기에서 이렇다 할 활약이 없다. 지난해 오레올과 비교하기 민망한 수준으로 올 시즌 V-리그 전체 외인선수 중에서 가장 경기력이 떨어진다. 애초 수비형 레프트라 공격력이 떨어지는 선수였지만 국내 선수 원 블로커도 뚫지 못할 정도로 약하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리시브가 안 되는 볼을 외인 선수가 끊어주는 플레이가 안 된다. 올해는 국내 선수들이 연결을 잘해서 어떻게든 포인트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톤의 비중이 낮음에도 현대캐피탈은 문성민(18점) 최민호(17점) 신영석(12점) 등 국내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했다.
특히 최종 5세트가 백미였다. 센터 신영석과 최민호가 레프트와 라이트, 양 쪽 날개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꾼 것이 완벽히 적중했다. 신영석이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고, 최민호가 2개의 백어택을 꽂으며 경기 흐름을 현대캐피탈로 가져왔다. 라이트 문성민도 센터 포지션에 놓아 속공을 떠주며 상대 수비를 교란시켰다. 5세트 톤의 무득점에도 불구하고 포지션 파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국내 선수들로 5세트를 잡았다.
오프시즌에 포지션 변경을 시도했던 게 승부처에서 빛을 발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신영석은 "일본 전지훈련 때부터 포지션 변화가 될 수 있을까 싶었다. 주위에서 우려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5세트에 연습한 결과가 나왔다. 감독님 말씀이 정답이었다"고 말했다. 최민호 역시 "처음에는 체력적으로 사이드 포지션이 힘들었지만 연습을 충분히 했고, 앞으로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태웅 감독은 "톤이 외인 선수이지만 국내 선수처럼 생각하고 플레이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선수들의 비중이 더 높아졌다. 신영석은 "작년에 오레올은 공격형 레프트라 국내 선수들은 딱 자기 역할만 하면 됐지만, 올해는 2~3배를 더 해야 스피드 배구가 가능하다. 속공 수도 늘었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톤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현대캐피탈이 국내 선수들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있는 데에는 세터 노재욱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최태웅 감독은 "노재욱이 국가대표급 선수의 자격을 갖춘 볼 배분을 해줬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라며 적재적소의 토스워크를 칭찬했다. 진정한 강팀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현대캐피탈이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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