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슈퍼캐치’ 안익훈, "2년 후 타격도 올라가 있을 것"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10.25 10: 31

LG 트윈스 고졸 2년차 외야수 안익훈(20)은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 임무를 맡고 있다. 경기 중후반 대수비로 중견수를 소화,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는 게 안익훈의 역할이다. 마치 세이브를 올리는 마무리투수처럼, 경기 막바지 상대 타자가 친 타구를 처리해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다.
안익훈은 현재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신예선수들과는 달리 긴장하지 않는다. 포스트시즌 내내 정규시즌과 똑같은 모습으로 외야로 향하는 타구를 잡고 있다. 안익훈은 “긴장될 게 전혀 없다. 내가 1회부터 타석에 들어서는 것도 아니고, 타석에서 안타를 꼭 쳐야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나는 그냥 내가 해왔던 일을 그대로 하면 된다”며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야구장 분위기가 평소보다 열광적인 것은 느꼈지만, 정규시즌보다 떨린다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러한 안익훈의 자신감은 지난 24일 NC와 플레이오프 3차전서 확연히 드러났다. 안익훈은 11회초 2사 1, 2루에서 나성범의 우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슈퍼 캐치로 처리했다. 누가 봐도 펜스를 맞는 장타였으나, 안익훈은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잡은 뒤 펜스에 몸을 던졌다. 스코어 1-3이 아닌 1-1에서 11회초가 끝났고, LG는 11회말 대타 양석환의 끝내기 안타로 2-1로 승리, 시즌 종료 위기서 탈출했다. 

경기 후 양석환은 자신이 MVP로 선정된 것에 대해 “내가 아닌 익훈이가 받아야 하는 상 같다. 익훈이의 수비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이겼다”고 전했다. 양상문 감독도 “익훈이가 오늘 경기를 살린 숨은 MVP다. 하나씩 놓치면 '네가 그걸 못 잡으면 어떻게 하나'라고 핀잔을 주는데, 오늘은 정말 잘했다”고 이야기했다. 
많은 이들이 안익훈의 이날 수비를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KIA 김호령에 이은 이번 포스트시즌 최고의 수비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안익훈은 이번에도 덤덤했다. 경기 후 환하게 웃으며 인터뷰에 임했지만, 흥분하거나 격양된 모습은 아니었다. 
안익훈은 “타구가 날아오는 순간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타구가 우중간을 가르는 듯했고, 펜스까지 향할 것 같았으나 점수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뛰었다. 수비 위치는 잘못됐었지만, 어느 정도 낙구지점을 판단할 수 있었다”고 호수비 순간을 돌아봤다. 이어 “지금까지 수비 중에 베스트가 아닐까 싶다. 오늘은 워낙 큰 경기고 중요한 순간이었기 때문에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수비를 한 것 같다”며 “공을 잡고 덕아웃으로 가는데 선배님들이 ‘이제 우리가 이겼다. 끝내기를 쳐서 이길 것이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 또한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지금은 수비에만 역할이 치중되어 있으나, LG는 향후 안익훈이 이용규와 같은 공수주를 겸비한 리드오프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안익훈 또한 자신의 롤모델을 이용규로 정해놓고 기량을 연마 중이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당시 안익훈은 “사실 고등학생 때 롤모델은 정수빈 선배님이었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이용규 선배님과 같은 플레이를 강조하셨고, 지금은 이용규 선배님을 꾸준히 바라보며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격에 대한 자신감도 높다. 안익훈은 “경기에 꾸준히 나갈 수 있다면, 타석에서도 충분히 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2군에서도 경기에 많이 나가면서 점점 타율이 올라갔다. 올해 선구안도 많이 좋아졌고, 바깥쪽 공에 대응하는 능력도 좋아졌다”며 “1군에선 일주일에 한 두 타석만 나가다보니 감각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앞으로 많은 시간이 있다. 앞으로 2년 동안 많은 것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안익훈은 얼마 전 상무에 지원했다. 이미 수비력은 리그 톱클래스 수준임을 증명했고, 타격도 발전 중이다. 상무 합격 확률은 상당히 높다. 안익훈은 “만일 군대에 들어간다면, 2년 동안 머릿속에 넣어뒀던 것들을 다 펼쳐보고 싶다. 2년 후에는 타격도 올라가 있을 것이다”고 완성형 외야수가 되는 것을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안익훈은 “군대에서 내년 포스트시즌을 TV로 보면, 오늘 이 수비가 생각날 것 같다. 그래도 군대 가기 전에 하나 해서 다행이다”며 환하게 웃었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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