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수다①]신원호 "'응팔', 꼴도 보기 싫었지만 끝낼 수 없었죠"(창간 12주년 특집)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6.10.27 09: 15

tvN '응답하라' 시리즈는 케이블계를 넘어 방송판 전체를 뒤흔들었다. 2012년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부터 2014년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2016년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까지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아이돌 팬덤, 하숙생 이야기, 골목길 친구들 등 많은 이들의 추억과 향수를 부르는 공감 스토리가 통했다. 덕분에 남녀노소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함께 보는 드라마로 거듭났다. 여기에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라는 흥미 요소까지 더해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다. 
이 중심에 신원호 PD가 있다. KBS에서 예능 PD로 활약했던 그가 tvN으로 둥지를 옮겨 드라마를 구상했고 전국민을 웃기고 울리는 '응답' 시리즈를 완성했다. '국민 드라마'를 만든 신원호 PD를 OSEN이 만났다. '응팔'이 종영한 지 벌써 9개월이 지났지만 그의 이야기는 아직도 '핫'하다. 

◆"'응팔', 꼴도 보기 싫었어요"
'응팔'은 케이블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시청률 20%대까지 넘나들며 전국민을 매료시켰다. '응칠', '응사'에 이어 '응팔'까지 신원호 PD는 그 어렵다는 3연타 홈런을 보기 좋게 날렸다. 하지만 국민적인 시선이 쏠린 만큼 신원호 PD는 누구보다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이우정 작가나 저나 죽자고 덤벼서 다 쏟아붓는 스타일이에요. 다들 죽을까 봐 걱정하죠(웃음). 늘 힘들게 일하긴 했지만 '응팔' 촬영 땐 그 한계를 넘어선 힘듦이 있었어요. '응팔' 세트장을 제 손으로 부수고 싶었을 만큼요. 중간 이후부터는 꼴도 보기 싫더라고요. 카톡 상태 메시지가 '하나도 즐겁지 않다'였거든요. 물론 끝나고 나면 시원섭섭하고 '내일부터 뭐하지?' 싶은 공허함도 들긴 하지만요. 쉬는 동안 차기작도 생각하고 무엇보다 가족들과 못 한 걸 즐기며 조용히 지냈어요."
 
'응답하라' 시리즈의 연이은 히트 덕분에 그의 차기작에도 많은 기대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다시 '응답하라' 4탄으로 이어질지 새로운 드라마가 나올지 신원호 PD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사다. '응답' 팬들에게는 아쉽지만 그의 다음 작품은 전혀 새로운 포맷이다. 
"내년 가을쯤 편성 목표로 새 드라마를 그리고 있어요. 사랑도 가족 이야기도 아니죠. 물론 차기작이 '응답' 시리즈와 비교되겠지만 이우정 작가랑 두 세 작품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길게 보는 거죠. 작가들이 팀을 나눠서 같이 성장하고 있어요. 젊은 PD들도 피를 나눠주고 있고요. 이우정 작가를 중심으로 드라마를 써본 경험이 없는 작가진과 계속 회의하고 있어요. 길게 보고 있답니다."
◆"'응답' 시리즈, 마음대로 끝낼 수 없잖아요"
'응답' 시리즈가 워낙 인기를 끌어서 시청자들은 다뤄줬으면 하는 연도와 에피소드를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다. 한일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과 '응팔'에 복선으로 깔렸던 1980년이 대표적이다. 1974년에 대한 기사도 나왔는데 이에 관해 신원호 PD가 직접 입을 열었다. 
"1974년은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시기예요. 제가 1975년생인데 그 시절 이야기를 어찌 알겠어요. 작가들이랑 스터디해 본 적도 없는데 왜 그런 얘기가 나왔을까요(웃음). 1980년과 2002년은 여러 가능성을 보고 있어요. 중간중간 다루지 않았던 연도 모두 열어놨죠. '응팔'에선 골목길 이야기, '응사'에선 하숙 문화, '응칠'에선 팬덤 문화를 이야기했는데 이처럼 그 시절만이 가진 이야기 구조를 찾아내는 게 중요해요. 드라마로 풀고 싶은 유행과 배경들이죠."
비록 차기작은 '응답하라' 시리즈가 아니지만 신원호 PD가 이를 완전히 놓은 건 아닌 셈이다. '응팔' 여운이 조금은 가라앉을 내년 가을께 차기작을 공개한 뒤 '응답' 시리즈를 이어갈 전망이다. 시기가 언제 될지는 미정이지만 그래서 더 기다리는 맛이 쏠쏠할 터다. 
"'응칠'을 본 시청자들이 고등학교 동창들을 다시 만나고, '응사' 이후엔 대학 동기들과 연락하고, '응팔' 땐 당장 내 이웃에 누가 사는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대요. 이렇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드라마로 '응답' 시리즈가 남았으면 좋겠어요. 오래오래 기억되긴 힘들겠지만 따뜻하고 푸근한 느낌의 이야기로요. '응답' 시리즈는 우리 마음대로 끝낼 수 있는 작품이 아닌 것 같아요. '여기까지만 하자' 싶은 건 오만한 생각이겠죠. 너무 큰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시청자분들이 '더는 보기 싫다, 그만해라' 하기 전까지 계속 가지고 갈게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comet568@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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