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베이스볼 시리즈] ③공짜에 눈먼 선수, 유혹에 무방비 노출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11.10 05: 57

지난 7일 경기북부경찰청이 승부조작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프로야구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정 구단은 승부조작을 파악했는데도 은폐 혐의까지 받아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OSEN는 위기에 빠진 프로야구의 새로운 모토인 '클린베이스볼'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승부조작 사태가 또다시 불거지면서 리그와 구단은 물론 선수들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제도적인 정비, 리그와 구단 차원의 지속적 교육도 필요하지만 선수 개개인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
방식은 KBO리그에서 처음으로 승부조작 문제가 터졌던 4년 전과 마찬가지였다. 대상은 똑같이 투수였고, 매수된 투수는 경기 초반 볼넷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주는 식으로 경기의 일부분을 조작했다. 그리고 결과를 미리 예상할 수 있었던 일당들은 이를 통해 투자한 것보다 더 큰 돈을 챙겼다.

승부조작을 조장하는 이들에게 있어 과정은 의외로 간단했다. 자신에게 오는 호의를 쉽게 뿌리치기 힘든 인간의 보편적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먼저 식사나 술자리 등의 모임을 가지며 선수와 친해진 뒤 친분이 생기면 결정적일 때 도와달라고 말하는 식이었다. 이른바 ‘아는 형님’이 말하는 도움이란 승부조작을 위해 선수가 볼넷을 고의로 내주는 것과 같은 행동을 뜻한다.
이들은 처음부터 브로커의 이름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에이전트를 준비하는 사람 혹은 가까운 지인의 선후배 등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그리고 조금 친분이 생기면 선물이나 용돈이 선수에게 들어온다. 물론 승부조작을 제의하기 전의 일들이다.
거절할 수 없는 관계나 상황을 만들어놓고 부탁한 것이기에 선수들은 대가가 크지 않았지만 승부조작을 피할 수 없었다. 실제로 이태양(전 NC 다이노스), 유창식(KIA 타이거즈), 이성민(롯데 자이언츠) 등이 받은 금액은 이들이 앞으로 선수생활을 하면서 성공을 거둘 경우 벌어들일 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초라하다.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푼돈만 챙기고 미래를 망쳐버렸다.
이들이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을 이용해 인간적인 정에만 호소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면 협박도 불사한다. 이태양의 경우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실패했을 때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도 세상에 알려졌다. ‘너한테 들인 돈이 얼만데’라는 말에도 선수들은 마음이 약해지기 쉽다. 협박이나 폭행까지 당하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계속 승부조작의 핵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얽혀 사는 사회에서는 다소 서글픈 말일지 모르겠지만, 판단하기가 어렵다면 모르는 사람의 호의는 무조건 의심하고 거절하는 것도 차선책이 될지 모른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어린이들에게나 할 법한 말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승부조작이 부지불식간에, 그리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조작이 일어난 리그보다 우울하고 두려운 것은 앞으로 조작이 일어날 리그다. 다른 요소들도 점진적으로 개선돼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선수들의 의식 개혁이 시급하다. 지금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오늘 글러브를 낀 손에 내일은 수갑이 채워져 있을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승부조작 가담자들에 대한 일벌백계와 리그, 구단의 지속적 교육이 해결책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것은 되지 못한다. 장기적으로는 선수들이 야구에만 매달리지 않고 일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초중고에서 수업을 듣고 똑같은 학교생활을 한 뒤 프로에 오는 것이 유혹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현명함을 만들어줄 것이다. 이는 야구선수로 성공하지 못하게 될 학생 선수들에게도 해당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nic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