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베이스볼 시리즈] ⑤ 셀프 승부조작이 더 무섭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11.12 05: 55

지난 7일 경기북부경찰청이 승부조작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프로야구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정 구단은 승부조작을 파악했는데도 은폐 혐의까지 받아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OSEN는 위기에 빠진 프로야구의 새로운 모토인 '클린베이스볼'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선수들의 승부조작 가담 형태는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그 수법이 점점 대담해지고 있는 것이다. 셀프 승부조작은 선수가 마음먹으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무섭다.
그동안 승부조작은 '아는 형님'으로 접근해온 브로커의 사소한 부탁에서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선수가 먼저 제안하거나 설계하는 형식의 승부조작도 이뤄지며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돈에 혹해 양심을 팔아넘긴 선수들에겐 눈에 보일 게 없었다.

2012년 박현준과 김성현이 처음 승부조작에 적발됐을 때에는 1회 볼넷으로 수법이 단순했고, 금액도 5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비교적 소액이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선수들은 승부조작인 줄 모르고 가볍게 인식했다. 금액이 크지 않은 것에 잘 나타난다. 몰랐던 게 죄였다.
그러나 4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승부조작 사태는 더 심각했다. 초구 볼부터 1회 볼넷과 1실점, 4회 양 팀 합계 6득점 기준 언더오버처럼 베팅 방법이 다양해졌다. 승부조작으로 받는 수수액도 건당 2000만원으로 4년전 박현준(500만원) 김성현(700만원)보다 3배 이상 뛰었다.
더 놀라운 건 선수가 먼저 브로커에게 승부조작을 제의했다는 사실이다. 넥센 시절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문우람(상무)은 선수가 치밀하게 설계한 케이스라 충격을 줬다. 절친한 이태양(전 NC)과 승부조작을 공모했고, 이들의 정보를 받은 베팅사무실 운영자는 1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가운데 절반인 5000만원이 브로커에게 전달됐고, 브로커는 이태양에게 2000만원을 지급했다. 성공 수익금 전달자 역할도 문우람이 했다. 그 대가로 브로커에게 명품 시계와 의류 등 1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받았다. 문우람은 선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증거자료를 확보해 놓았다.
프로서수가 불법 스포츠도박에 베팅한 것도 넓은 범위에선 승부조작에 해당한다. 유일하게 자진 신고한 유창식(KIA)은 한화 시절 승부조작에 2차례 가담했을 뿐만 아니라 불법도박에도 7000만원을 베팅했다.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더라도 친분이 있는 브로커와 선수들을 활용해 정보를 얻은 뒤 거액을 베팅한 것이다. 대리 베팅과 직접 베팅을 가리지 않았다.
선수들끼리 금전적인 거래로 베팅을 하기도 했다. 공소시효가 지나 불기소 처분됐지만 이재학(NC)와 진야곱(두산)의 케이스가 그렇다. 2011년 두산에서 같이 뛰었던 두 선수는 함께 불법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재학이 160만원 대리 베팅했고, 그 돈을 더해 진야곱이 600만원을 직접 베팅한 혐의다.
이처럼 선수들은 스스로 대담하게 승부조작을 하고, 교묘하게 불법도박으로 베팅하며 수사망을 피해갔다. 대리 베팅의 경우 사실관계를 증명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파악하기가 훨씬 어렵다. 실제로 이재학은 진야곱에게 그냥 돈을 빌려줬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대리 베팅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중이다.
승부조작과 불법도박이 드러난 선수들의 대부분이 20대 초중반 어린 나이다. 세상물정에 어둡지만 그럴수록 두려울 것 없이 대담해진다. 4년 전처럼 어물쩍 넘어갈 게 아니라 뼈를 깎는 심정으로 부정행위의 뿌리를 꼽고 가야 한다. 지금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언제 또 마수가 뻗칠지 모른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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