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람의 FA 첫 시즌, "삶의 무게를 느낀 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11.12 05: 56

정우람, 한화 이적 첫 시즌 소회  
풀타임 시즌 의미, 성적에 아쉬움
FA 계약 전과 후, 어느 쪽 삶의 무게가 더 클까. 거액의 FA 계약은 모두의 부러움을 사지만 당사자는 말 못할 삶의 무게를 느꼈다.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한화 투수 정우람(31)은 지난해 이맘때 KBO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하나였다. FA 최대어로 거취에 뜨거운 관심이 모아졌다. FA 시장에 나온 정우람은 한화와 4년 총액 84억원의 대박 계약을 터뜨렸다. 역대 불펜투수로 최고 대우를 받은 정우람은 기대와 우려를 모두 받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FA 계약 첫 해 정우람은 61경기 81이닝을 던지며 8승5패16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3.33 탈삼진 85개를 기록했다. 블론세이브가 7개 있었지만,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를 의미하는 'WAR'은 2.21로 구원왕 김세현(넥센·2.77)에 이어 리그 2위였다.(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 기준) 2점대 WAR 구원투수는 정우람과 김세현 둘뿐이었다. 
7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 팀 성적에 가려져 있었지만 정우람은 올 시즌에도 변함없이 리그 정상급 구원투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FA 계약 이후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시즌 종료 이후 대전에 남아 마무리훈련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정우람을 만났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 FA 이적 첫 시즌을 보냈는데 돌아보면 어떤가. 
▶ 내가 한화에 온 이유는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였다.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마무리가 안 좋아 아쉬웠다. 열심히 했는데 생각했던 것만큼 되지 않았다. 내년에 잘하려면 지금부터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 시즌을 마친 뒤에도 운동을 하며 몸조리를 하고 있다. 
- FA 계약 전과 후, 어느 쪽이 더 부담되나. 
▶ 솔직하게 얘기하면 FA 할 때는 FA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있다. FA를 하고 난 뒤에는 계약을 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욕심보다 팀 성적에 훨씬 더 신경을 쓰게 됐다. 팀 성적이 좋지 못해 아쉽다. 
- 개인 성적을 보면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 작년하고 큰 차이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작년보다 더 좋았어야 했다. 작년에는 FA를 하는 해였지만 군제대를 하고 와서 개인적으로는 욕심이 크지 않았다. 올해는 정말 잘하고 싶었다. 군제대 이후 1년을 적응했기 때문에 잘할 자신도 있었지만 야구가 뜻대로 잘 안 됐다. 
- 한화 투수로는 박정진과 유이하게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 한화에 와서 첫 번째 목표가 풀타임 시즌이었다. 잘하든 못하든 1군 엔트리에서 내 자리를 지켜 다른 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 그 부분은 바람대로 이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성적이다. 결국 성적으로 말해야 하는데 아쉬운 마음이다. 
-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언제였나. 
▶ (4월10일 NC전) 마산에서 첫 세이브할 때였다. 그날 나도 모르게 너무 기뻐했다. 초반에 팀이 안 좋아 세이브 기회가 없었는데 중요한 경기에서 세이브를 올리며 '진짜 한화 선수가 됐구나'란 느낌이 있었다. 그동안 마음의 부담과 긴장들도 조금씩 풀렸다. 부담이라기보다 주위에서나 언론에서 우승 후보라고 얘기해주시니 의식 된 것 있었다. 우승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기대감이 높아지다 보니 힘이 들어가고, 더 잘하려는 마음이 컸다. 
- 5월27일 새벽에는 경미한 교통사고가 있었다. 사고 후 9경기에서 블론세이브 2개 포함 평균자책점 7.30으로 고전했다. 
▶ 그 시기가 가장 아쉬웠다. 그때 이후로 몇 경기 대량 실점하며 힘들었다. 투수란 게 조그마한 부분도 민감한데 그때 리듬이 깨진 것이 있었다. 사고 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신경 쓰이는 것도 있었고, 가족들도 걱정을 많이 했다. 집중이 조금 안 된 시기였다. 그래도 계속 경기에 나가면서 시간이 지나다 보니 회복이 되더라. 시즌 막판에는 원하는 볼들이 나와서 내년 시즌 준비에 도움이 될 것 같다. 
- 선수생활 내내 큰 부상 없이 꾸준하게 던지고 있다. 
▶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노하우라고 한다면) 몸이 조금이라도 안 좋고, 불편하면 곧바로 (코칭스태프에) 이야기해서 조절한다. 일을 크게 안 벌리기 위해서라도 의사전달을 확실히 한다. 그게 더 팀에도 도움이 되고, 1년 동안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고 할 수 있다. 
- 올해 특징 중 하나가 구속 상승이다. 지난해 직구 평균 구속이 136.6km였지만 올해는 139.9km로 약 3.3km 빨라졌다. 
▶ 그랬을 것이다. 삶의 무게를 지고 던지다 보니…(웃음). 군제대 이후 점점 몸 상태가 좋아졌다. 가끔 며칠 아파 쉰 것은 있어도 팔 상태가 작년보다 괜찮아졌다. 겨울에 미리 공을 던져 놓은 것도 효과를 봤다. 
- 직구의 초당 회전수가 45.8로 리그 평균(36.8)보다 많은데 비결이 뭔가. 
▶ 팔 스로잉 자체가 일반적인 투수들과 다르다. 다른 투수들이 위에서 채는 팔 스윙이라면 난 약간 스리쿼터에서 나오지만 팔꿈치에 회전을 줘서 던져는 유형이라 그런 듯하다. 악력이 강한 건 아니다. 공을 잡는 건 조금 다르다. 손톱이 약하다 보니 실밥에 맞추기보다 깊게 잡는다. 실밥에 손톱이 긁히지 않게 한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회전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회전수 이유는 팔 스윙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지금의 투구폼은 신체에 맞게 어릴 적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야구를 하면서 내 몸에 맞게 자연스럽게 폼이 완성됐다. 프로에서 하체 쓰는 법을 배웠지만 팔 나오는 과정에서 스윙은 내 신체에 맞게 이뤄졌다. 나 같은 선수가 위에서 던지면 어깨 부상이 온다. 
- 예전부터 제구가 정말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 제구가 좋다기보다 빠른 카운트에 승부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빠른 카운트에 승부한다는 건 공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 공을 던지면 파울이 되겠다' 이런 건 진짜 컨디션이 좋을 때 아니면 힘들다. 컨디션이 100% 아닌 경우에 등판하는 게 많은데 그럴 때일수록 볼넷을 적게 주고, 빨리 빨리 승부하려 한다. 공격적으로 해야 야수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안 좋을 때 되면 공 몇 개로 점수를 확 줄 때가 많다. 더욱 신중하게 준비해야 할 듯하다. 
-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데 있어 어떤 점을 신경 쓸 것인가. 
▶ 내년에도 가장 중요한 건 엔트리에 안 빠지는 것이다. 시즌 끝까지 하기 위해선 체력이 되어야 하고 부상이 없어야 한다. 시즌 막판 체력이 떨어지면서 이닝당 투구수가 늘어난 것이 불만족스러웠다. 좋았을 때 제구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연습해야 할 것 같다. 안 좋았던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면서 기술적인 부분과 구질 연마도 생각하고 있다. 
- 앞으로 야구인생에서 꿈은 무엇인가. 
▶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과정을 꾸준하게 이어가고 싶다. 무엇보다 한화 이글스가 많은 팬들에게 좋은 성적으로 기쁨을 드리는데 일조하고 싶다. 한화 팬들은 볼 때마다 항상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셔 감사하게 생각하다. 그런 마음들을 가슴에 새기고 열심히 하겠다. 
- 통산 661경기 등판으로 이 부문 역대 12위다. 역대 최다등판 1위(류택현·901경기) 기록이 욕심나지 않나. 240경기를 더 등판하면 된다. 
▶ 아직까지는 시기상조인 듯하다. 500경기까지는 빠르게 간다. 어릴 때라 나가라면 나가고, 회복도 빠르다. 그 이후 부상도 당해보고, 가면 갈수록 꾸준히 경기에 나간다는 게 힘들어지더라. 목표는 있지만 지금 당장 목표를 세우기보다 안 다치고 꾸준히 하는 게 우선이다. 그 기록 근처에 가면 욕심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야수는 여러 방법으로 오래 갈 수 있어도 투수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그러지 않도록 준비를 잘해야 한다. 
- 고무팔 투수로 유명하지만 이제 30대다. 나이가 들면서 어떤 부분들이 달라짐을 느끼나. 
▶ 아무래도 예전보다 보강운동이나 치료를 많이 하면서 트레이너실을 찾는 빈도가 잦아졌다. 어릴 때는 트레이너실은 쳐다보지도 않았는데(웃음), 아이싱도 잘 안 하는 스타일이었다. 올해는 조청희·김회성 트레이닝 코치님이 많이 챙겨주신 도움을 받았다. 또 하나 달라진 것은 먹는 것이다. 시즌 때는 좋은 음식을 5~6가지씩 먹으려 했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것도 신경을 썼다. 옆에서 와이프가 많이 챙겨줬다. 돈 많이 받지 않을 때는 잘 몰랐는데 기대치가 높아지면 야구 외적으로도 스스로에게 투자를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적으로 생긴다. 다른 FA 선수들도 마찬가지더라.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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