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베이스볼 시리즈]⑧ 수사경찰이 경고하는 승부 조작, 끝난 것이 아니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6.11.16 06: 00

지난 7일 경기북부경찰청이 승부조작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프로야구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정 구단은 승부조작을 파악했는데도 은폐 혐의까지 받아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OSEN은 위기에 빠진 프로야구의 새로운 모토인 '클린베이스볼'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2014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터진 프로야구 승부조작, 수사 결과가 발표되고 승부조작 및 도박 사이트에 거액 베팅을 한 전·현직 프로야구 투수 7명과 브로커 등 21명이 검거됐다.
승부조작을 수사한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팀의 박민순 팀장은 "승부조작은 이번 수사로 끝난 것은 아니다"며 "언제든지 검은 손의 유혹은 프로야구를 향해 스멀스멀 뻗어온다"고 경고했다.

박 팀장은 승부조작은 수사 과정이 기나긴 싸움이라고 했다. "브로커들이 승부조작을 제의하고, 선수가 수락한 뒤로는 지능적으로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 계좌 기록이 남지 않게 현찰을 주고 받는다. 피의 사실이나 범죄로 입증하기 쉽지 않다. 상호간의 말을 맞추고 돈 거래가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범죄 의식 없이 서로 이득을 위해 상부상조한다"
창원지검에 자백한 이태양(NC), KBO에 자진신고한 유창식(KIA)처럼 순순히 자백,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박 팀장은 "승부조작을 자백한다면 선수 생명이 끝난다. 웬만해선 잡아 떼다. 브로커, 전주를 조사하고 선수의 알리바이를 입증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브로커는 실형을 받아도 대개 징역 1년~2년 정도다. 브로커가 석방되고 나면 다시 접근한다. 박 팀장은 "한탕주의다. 한번 감옥에 갔다가 오면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재범의 가능성이 많다. 또 선수들에게 유혹을 한다"며 "오늘 첫 회 볼넷 하나만 내줘라 하고선 불법 베팅 사이트 수십 개에 분산 투자한다. 총 1억원을 베팅하면 5000만원을 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박팀장은 야구단은 물론 KBO 차원에서 저연차 투수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4년차 유망주 투수쪽은 항상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구단은 훈련이 끝나고 선수 개개인의 시간을 관리 감독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브로커는 학연, 지연을 앞세워 형 동생 관계로 그 틈을 파고 든다. 계약금은 거액을 받지만 부모들이 관리한다. 3000만원 정도 연봉을 받는 어린 선수들이 멋 부리고, 유흥을 즐긴다면 돈에 대한 유혹을 쉽게 끊지 못한다. 지인이 옆에서 술 사주고 밥 사주고 친분을 쌓으면 헤어나지 못한다."
유창식과 연결된 브로커는 KBO리그에서 활약하는 현역 선수의 친형이었다. 현역 선수의 가족까지 승부조작에 가담할 정도로 야구판에서의 승부조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게다가 유창식은 불법 도박 사이트에 7000만원을 베팅했다. 박 팀장은 "불법 도박에 손을 대다 보면 자연스레 승부조작으로 이어진다. 도박으로 쉽게 벌기도 하지만 결국은 거액을 잃는다. 돈을 만회하려고 승부조작에 끌려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박 팀장은 "여러 부분에서 세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구단이나 KBO가 모여서 관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일례로 3년차까지는 관리 감독 시스템을 만든다거나, 다소 인권 침해 부분이 생길 수도 있겠으나, 결혼 하기 전까지는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 선수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구단의 엄중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orange@osen.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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