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창, "한화행 후회 없다, 행복함을 느낀 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11.21 06: 04

"마운드에서 행복함을 느낀 해였다". 
한화 투수 심수창(35)에게 2016년은 잊을 수 없는 해로 기억될 것이다. 지난해 FA가 돼 한화로 이적할 때만 하더라도 '환영받지 못한 선수'였다. 30대 중반으로 하향세에 접어든 투수였고, 한화는 그를 영입하는 대가로 젊은 유망주 투수를 보상선수로 내줬다. 
하지만 2016년 한화 마운드는 심수창 없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심수창은 데뷔 후 개인 최다 66경기에 등판, 113⅓이닝을 던지며 5승5패2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5.96을 기록했다. 선발 10경기, 중간 46경기, 마무리 10경기로 보직을 가리지 않고 투입됐다. 

시즌 막판에는 5일 연속 마운드에 오를 정도로 투혼을 불살랐다. 지난달 말부터는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대전에 남아서 훈련할 수 있었지만 일본행을 선택했다. 한화 이적 첫 해를 마무리 중인 심수창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마무리훈련은 어떻게 하고 있나. 
▶ 공은 안 던지고 있고 체력 훈련만 하고 있다. 체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트레이닝코치님의 1대1 지도하에 하체운동을 많이 한다. 마무리캠프 참가에 선택권이 있었지만 최고참(박정진) 형도 솔선수범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작년 이 시기에는 FA 때문에 운동을 많이 못했다. 올해는 일찍 만들면서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오게 됐다. 
- FA 이적 첫 시즌을 돌아보면 어떤가. 
▶ 한화로 올 때 돈을 떠나서 나를 필요로 했다는 것에 감사했다. 여기 올 때부터 어떤 보직이든 다 나가겠다고 마음먹었다. 아프지만 말자는 생각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손가락 물집과 인플루엔자에 걸리는 바람에 고생했다. 한 때 체중도 88kg에서 81kg까지 떨어졌고, 구속도 135km를 겨우 넘었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밸런스를 빨리 찾았다. 
- 어떤 보직이든 가리지 않고 투입됐다. 
▶ 그렇게 잘한 건 아니지만 꾸준히 경기에 나올 수 있어 좋았다. 선발이 초반에 무너지거나 구멍이 날 때 메워줄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한다. 잘하고 못 하고를 떠나 팀이 필요한 자리에 들어갈 수 있었다. 5연투 역시 팀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간 것이다. 
- 5연투 등으로 혹사 논란도 없지 않았다. 
▶ 공 던지는 것 하나는 어릴 때부터 타고났다. 야구적인 수술은 한 번도 없었다. 2군에 있을 때도 1회부터 9회까지 네트 망에 공을 던질 정도였다. 밸런스가 안 좋으면 잡힐 때까지 던지는 스타일이다. 롯데로 이적한 첫 해에도 1군에는 없었지만 2군에서 아침부터 점심, 저녁까지 던졌다. 그러다 보니 옆으로도 던져보고, 여러 방식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 지난해부터 사이드로 섞어 던지는 게 효과를 보고 있다. 
▶ 누구라고 말은 못 하겠지만 기억에 생생하게 남는 일이 있다. (2015년) 시범경기에서 처음 옆으로 던졌는데 나보다 2살 어린 선수가 '형, 이제 갈 때까지 갔네'라고 말하더라. 그렇게 친한 선수도 아니었다. 그 선수는 아무 뜻 없이 한 말이었겠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자존심 상하고, 기분이 무척 나빴다. '그래, 두고 보자'고 한 것이 지금까지 왔다. 남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하면 쉽게 못할 것이다. 밸런스 유지가 쉽지 않지만 그동안 이것저것 여러 방법을 해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하고 있는 듯하다. 
- 내년 시즌에도 보직은 여러 군데를 오갈 것 같은데. 
▶ 어떤 보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 여러 팀에서 야구를 했지만 계속 선발과 구원을 왔다 갔다 했다. 마무리, 중간, 패전, 필승조, 롱릴리프 등을 가리지 않았다. 한화에 와서도 마찬가지인데 내 야구인생이 그렇다. 단점이지만 장점이 될 수 있다. 여러 가지로 할 수 있다는 장점만 보려고 한다. 
- 요즘 FA 등급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1년 전 FA 시장에 나오는 것도 쉽지 않았을 듯하다. 
▶ 야구를 몇 년간 꾸준히 잘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선수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만 생각했다. 수많은 야구선수 중 FA 권리를 행사한 선수, 그 기간을 채운 선수가 몇 명이나 될지를. 나도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으니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 한화에 온 것에 후회는 없나. 
▶ 후회는 전혀 없다. 어디에서든 야구하는 것은 똑같다. 어려운 상황에서 날 선택해준 한화 구단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고, 절실함이 계속 이어지는 듯하다. 올해 마운드에서 던지는 것이 행복했다. 한화 선수들도 생각보다 승부욕이 강해 놀랐다. 경기를 지면 분해하며 열 받아 한다. 이기고 싶은 욕망이 큰 팀이다. 
- 앞으로 야구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 한화와 계약기간이 3년 남았으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내년에 더 잘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프지 않고 관중이 있는 마운드에서 오래 설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다. 일찍 끝나고 단명 하는 선수도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마운드에서 오랫동안 박수와 환호를 받았으면 한다. 그런 행복감을 계속 느끼고 싶다. 
- 팬들에게 사인 등 서비스가 좋기로 유명하다. 
▶ 팬들이 없으면 선수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나를 보려고 밖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은 그냥 외면하고 가기엔 너무 죄송하다. 그런 팬들이 있기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될 수 있으면 팬들에게 늘 사인도 하고 사진도 찍고 대화도 하려고 한다. 팬들의 마음이 너무나도 감사할 뿐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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