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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시네마]‘미씽’, ‘헬조선’에서 여자로, 엄마로 산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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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유진모의 취중한담]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이언희 감독,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배급)는 유괴가 소재지만 부제 ‘사라진 여자’에서 보듯 ‘여자’가, 그리고 ‘엄마’가 주인공이다.

드라마 홍보대행사 실장 지선(엄지원)은 소아과 의사인 남편과 헤어진 뒤 고집스럽게 13개월 된 딸 다은을 키우며 양육권 소송 중이다. 커리어우먼과 엄마는 절대 동시진행형을 허락하지 않는 각기 힘든 ‘직업’. 어렵사리 아이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중국인 보모 한매(공효진)를 구한 지선은 한시름 놓고 새로 시작된 드라마 홍보에 열중할 수 있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한매가 다은을 데리고 사라진다. 미친 듯이 딸을 찾아 나서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송에서 불리해진 그녀가 전 남편에게 딸을 넘겨주지 않으려 한매와 공모해 자작유괴극을 벌였다는 의심을 사고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고군분투해 한매의 실체를 추적해나가는 과정에서 중국인이란 것 하나 빼곤 모든 게 거짓이었음이 드러나고 한매와 다은의 행방은 더욱 오리무중으로 파묻힌다. 한매의 짐에선 전 남편의 병원 출입증이 발견되는가 하면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서성이던 건달 현익(박해준)을 통해 한매의 숨겨진 과거가 하나둘씩 드러난다.

영화는 퍼즐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꿰맞춰가는 미스터리의 전형적인 방식대로 진행된다. 이 퍼즐의 윤곽이 드러날수록 모골이 송연하게끔 섬뜩하게 만드는 스릴러의 구조 역시 상투적이다. 그러나 지선과 한매, 혹은 한매의 주변과 현익이 흔해빠진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도에서 상당히 벗어나있다는 점에서 강한 변별력을 드러낸다.

유괴란 소재의 유명한 미스터리 스릴러로 ‘요람을 흔드는 손’이 있었다. 이 영화의 캐치프레이즈가 ‘남의 여자를 탐하지 말라’였다면 ‘미씽’은 메시지가 꽤 다양해 심오한 고찰과 진지한 지적인 유희를 즐길 수 있다는 게 강점.

먼저 대체 ‘올바른 엄마노릇은 뭐며, 그토록 남녀평등을 외치는 여자의 사회적 역할과 그 한계는 어디까지냐’를 묻는다. 그리곤 숨 돌릴 틈도 없이 ‘그렇다면 남자가 사회적 중추신경 역할과 가장 노릇을 동시에 해내는 게 가당키냐 하냐’며 화살을 남자에게 돌린다.

문화와 정치가 첨단과 회귀로 어긋나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며, 부자가 가진 재산과 그 숫자가 상한선과 하한선으로 엇갈리는 사회구조 속에서 여자로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역할을 떠안는 게 얼마나 비참한지 피울음으로 울부짖는 듯하다.

또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는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다. 다문화가정이라는 그럴 듯한 포장지가 마치 우리나라가 미국의 선진화를 따라가는 듯 최면술을 부리지만 사실 그 화려한 포장지 대부분은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장지대)에서 생산돼 싸구려 가두판매대를 통해 유통될 따름이라고 으르렁댄다.

언론과 정책은 그럴듯하게 외국인 엄마들을 한국의 며느리로 포장하는 테오리아(이론)를 설파하지만 사실 그녀들은 포이에시스(노동, 노동력, 생산, 생산력) 등의 결핍이 낳은 대한민국의 노총각 문제를 다문화가정이라는 회유로 그럴듯하게 승화한 프락시스(실천)라고 비아냥거린다.

한 간병인의 “돌 맞은 개구리만 억울하다”는 혼잣말은 가장 큰 주제의 은유적 표현이다. 자본주의의 이면에서 파생된 심각한 폐단은 사회적 폭력을 야기하고, 그 폭행의 파편들이 무고한 수많은 개구리들에게 융단폭격을 가해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메시지는 낯설지 않다.

고용주인 지선과 피고용인인 한매는 결코 ‘갑’과 ‘을’이 아니라 똑같은 ‘병’일 따름이다.

액션은 전무하다. 미스터리 스릴러의 기본인 공포장치도 없다.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구분되는 듯하지만 정작 잔인한 폭력과는 거리가 멀다. 두 여자의 대결구도 역시 남자 버디무비나 다수의 유사 장르 영화에서 많이 봐온 클리셰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면 가슴이 답답해 눈물로 호흡을 트지 않으면 숨이 막힐 것만 같다. 이 나라의, 이 사회의 비대칭과 부조리와 부조화 등의 아이러니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여자 그리고 엄마는 왜 평탄할 수도, 최소한의 행복을 누릴 수도 없는 걸까? 결국 결혼도, 출산도, 행복도 그 어느 것 하나 받을 수도 누릴 수도 없는 게 요즘 여자의 숙명인가, 묻는다.

상업적 프레임에서 벗어난 카메라워킹은 관객의 감정선을 유도하거나 겸허하게 따라다니고, 리드미컬하고 드라마틱한 편집은 영화의 품격을 한껏 드높인다. 분노 오열 증오 공포 등 시종일관 격한 감정 속에서 방황하는 엄지원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싸늘하거나 영혼의 초점을 잃은 감정의 파도타기를 하는 공효진의 연기력은 ‘제2의 전도연’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불법성매매업소 주인 김선영의 신스틸러적 코믹연기는 덤이다.

영화 속에서 사라진 ‘여자’는 한매지만 사실은 ‘헬조선의 여성의 주권’이고, 다은은 ‘여성의 정체성 혹은 가치’다. 100분. 11월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osenstar/osen.co.kr

[칼럼니스트]

<사진> '미씽'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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