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삼거리에 선 차우찬, 선택지를 놓고 고심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6.12.01 12: 44

2017년 자유계약선수(FA) 가운데 양현종(28. KIA 타이거즈), 김광현(28. SK 와이번스)과 더불어 ‘좌완투수 3총사’로 주목받고 있는 차우찬(29. 삼성 라이온즈)의 진로가 가장 궁금하다. 이미 김광현은 팀 잔류를 선택했고, 양현종은 일본 진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차우찬의 행보는 아직 ‘정중동(靜中動)’ 상태이기 때문이다.
항간에선 지난 11월 24일 일본야구기구(NPB)가 KBO에 신분조회 요청을 한 사실을 연결시켜 차우찬도 양현종처럼 일본 무대 진출에 저울추가 기울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그와 관련, 선동렬 전 삼성 감독이 11월 30일 사석에서 한 발언을 귀담아볼 필요가 있다. 선동렬 전 감독은 “차우찬이 오치아이 에이지 전 삼성 코치(현 지바롯데 마린스 코치)한테 (일본 진출에 대해) 자문을 받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차우찬이 일본으로 갈 경우 조건은 한국에 남는 것보다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확실한 선발투수 보직을 받지 못하고 불펜요원으로 가게 된다면 더욱 그럴 공산이 크다는 풀이였다.

사실 차우찬은 선동렬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투수코치가 삼성 감독 시절 공들여 키워냈던 애제자였다. 선동렬 전 감독은 당시 정현욱, 권혁, 권오준 등의 막강 불펜 요원과 더불어 차우찬을 선발 요원으로 육성, 삼성 전성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선동렬 전 감독은 요즘도 차우찬, 정현욱(은퇴)의 실력에 대해 칭찬을 아까지 않는다. 심지어 차우찬에 대해서는 “어떤 면에서는 김광현, 양현종보다 낫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다.
적어도 2016년 실적을 놓고 보면 차우찬(12승 6패, 평균자책점 4.73)이 김광현(11승 8패, 3.88), 양현종(10승 12패, 3.68)보다 앞섰다. 게다가 차우찬은 선발과 불펜 보직을 가리지 않고 소화해냈다. 차우찬 주변에선 그의 성품은 물론 한 눈 팔지 않고 야구에만 몰두하는 성실성과 후배들과 소통 등 여러 면에서 모범적인 선수로 칭찬이 자자하다.
차우찬은 올해 삼성 투수진 조장으로 때로는 후배들에게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충고를 해주는 등 남모르는 ‘카리스마’도 은근히 내풍겼다. 그 때문에 차우찬이 없는 삼성 마운드는 구심점 상실로 직결된다는 지적이다. 삼성 구단은 차우찬과 평소 ‘호형호제’하며 절친하게 지내고 있는, LG 트윈스에서 현역 생활을 접고 삼성 코치로 귀환한 정현욱과 김태한 코치로 하여금 차우찬을 집중 마크시켜 삼성 잔류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우찬이 2016년 연봉 협상 과정에서 구단 측의 거친 태도에 마음이 크게 상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삼성 구단의 여러 노력이 얼마만큼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그의 주변에선 “단순히 돈이 문제가 아니다”는 얘기가 나온다.
만약 차우찬이 일본이든, 아니면 국내 다른 구단으로 떠나간다면 기껏 구축해놓은 삼성 왕조는 급격히 와해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해외 원정도박 파동으로 안지만은 방출됐고, 윤성환(35)과 장원삼(33)은 내림세가 뚜렷한데다 차우찬마저 떠난다면 삼성 마운드는 ‘공황상태’가 장기화 될 수도 있는 형편이다.
선동렬 전 감독은 “(차우찬이 떠나가면) 앞으로 삼성은 팀을 재건하는데 5년 이상 길게는 7년 정도 걸릴 것”으로 비관적인 전망을 내렸다. 그는 삼성 2군에도 마땅한 자원이 안 보인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 구단은 그동안 선동렬(2005~2010년)-류중일(2011~2016년) 감독 시대를 거치며 성적 고공행진에 따른 반작용으로 드래프트 후순위로 장기간 밀려 나 있는 바람에 쓸 만한 자원 확보가 제대로 안 된 것이 사실이다.
차우찬의 선택지는 3갈래다. 삼성 잔류와 일본진출, 국내 다른 구단 이적 등이다. 차우찬이 다른 구단으로 옮긴다면, 두산의 장원준 같은 ‘성공사례’를 써낼 공산도 크다.
삼성 구단이 차우찬을 ‘우정 어린 설복’ 으로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차우찬은 김성한 전 군산상고 감독의 발탁으로 야구 판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 2006년 삼성에 입단한 이후 2010년에 처음으로 10승 대열 투수(평균자책점 2.14)로 발돋움하는 등 전 고점을 찍었고 이후에도 큰 기복 없이 꾸준하게 성적을 냈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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