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야구 농단? 베이스볼 아카데미 폐교 미스터리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6.12.09 11: 13

‘학교 측의 사정으로 인해, 2016년도 야구 지도자 전문 교육 과정은 폐강 되었습니다.’
베이스볼 아카데미 누리집 초기화면에 실려 있는 ‘2016년도 서울대학교 베이스볼 아카데미 폐강 안내’ 공지문이다.
베이스볼 아카데미는 서울대와 KBO, 대한야구협회(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지난 2010년에 서울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 부설로 개설, 지난해까지 6년간 500여명의 야구 지도자가 연수, 수료했다. 베이스볼 아카데미는 마스터(프로지도자), 리더(고교, 대학팀 지도자), 인스트럭터(리틀, 초등, 중학교 등 유소년 지도자), 보수(2급 지도자 자격증 소지자), 전문기록원 과정 등을 개설해 그 과정을 수료해야만 야구 지도자 노릇을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KBO는 유영구 전 총재 시절에 지도자 양성 과정의 베이스볼 아카데미와 야구심판학교(명지전문대 부설)를 개설, 지도자와 예비 심판들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해 왔다.
야구판의 양대 교육 기구 가운데 베이스볼 아카데미는 그 동안 해마다 문화관광체육부의 스포츠토토 지원금 3억 원을 받아 운영해왔으나 올해부터 예산배정이 중단돼 사실상 폐교돼 버렸다. 야구인 교육의 한 축이 아예 무너져 버린 것이다.
서울대 나영일 교수와 공동원장을 맡아 베이스볼 아카데미에서 야구인들의 재교육을 이끌어 왔던 이광환 원장(KBO 육성위원장)은 “야구 지도자들의 교육이 매우 중요한데 예산 배정을 받지 못해 어렵게 만든 베이스볼 아카데미가 문을 닫게 돼 안타깝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야구계 일각에서는 야구 지도자들의 재교육에 대해 성가신 일로 치부, 불만의 소리가 없지도 않았으나 ‘지도자가 올바로 서야 선수들이 바른 길로 갈수 있고, 바른 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교육으로 인식돼 왔다.
야구계에서는 베이스볼 아카데미가 프로야구로 인해 벌어들인 스포츠토토 자금으로 운영돼 온 데다 최순실 일당이 농간을 부린 돈에는 비할 바도 못되는 적은 예산을 문체부가 차단한 데 대해 다른 저의가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개입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그와 관련, 이광환 원장은 “말 못할 부분이 있다. 김종 전 차관이 직접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으나 (베이스볼 아카데미) 설립을 주도했던 서울대 체육과 K 교수와 김종 전 차관이 서로 껄끄러운 앙숙관계로 알려져 있다.”면서 베이스볼 아카데미 예산 차단에 대한 김종 전 차관의 개입 의혹을 내비쳤다.
이광환 원장은 “지도자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자는 취지에서 문을 열었던 베이스볼 아카데미에 대해 처음에는 지도자들이 싫어하는 기색도 있었지만 과정을 마치고 난 다음에는 하나같이 좋은 기회를 줘 고맙다고 했다”면서 “그 동안 서울대 교수들과 외부 각계각층 전문가 등 권위 있는 분들로 70여명의 강사진을 꾸려 왔는데 이런 것도 없애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야구계 지도자 교육은 제대로 된 지도자들을 육성, 점차 늘어나고 있는 중국 등 해외에 파견할 때도 검증 된 지도자들을 내보내자는 취지도 있다”면서 “이 같은 교육 과정이 없어지면 아닌 말로 중국에 가서 사고를 쳐도 할 말이 없고, 실제로 학교 야구부에서 사고가 날 때마다 현장에 나가보면 결국 지도자(감독)의 문제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많다”고 우려의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이광환 원장은 “아마추어 감독이나 코치는 사람을 가르치는 일종의 선생이나 마찬가지의 위치에 있다. 야구를 잘 했을지는 몰라도 지도자 소양이나 인성을 갖추는 것과는 다르다. 야구의 미래를 위해서 지도자들의 자질 길러줘야 하는데 김종 전 차관의 입김이 갔는지는 모르지만 문체부가 우리의 교육을 못 마땅 하게 여겨 계속 발을 걸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KBO 측은 “전체 예산은 3억 원 정도였다. (문체부의) 보조금 삭감에 대해 KBO가 문서로 전달받은 것은 없다.”면서 “(베이스볼 아카데미 예산 배정 중단은) 지도자 과정에 대한 자격증 발급 중복성 문제와 현역 (야구) 지도자들의 민원 등이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김종 전 차관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선 들은 바가 없다”는 게 KBO 측의 설명이지만 문체부의 지원 중단으로 베이스볼 아카데미가 폐쇄된 사실은 분명하게 언급 했다.
비록 당장의 가시적인 효과나 성과는 미흡할지 몰라도 야구 지도자들의 재교육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더군다나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 각 급 학교 야구부의 비리와 부정은 선수들의 기본 인성 교육이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새삼 깨우치는 일들이다. 야구 지도자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베이스볼 아카데미의 재개설이 마땅한 까닭이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사진=2015 가을학기 베이스볼 아카데미 마스터 과정 수료자들.(베이스볼 아카데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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