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세 박정진, "마음속 은퇴 각오, 마지막 소망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1.05 06: 17

박정진, 43세 최영필 이어 투수 최고령  
"한화서 19년째, 꼭 한 번 성적 내고파"
"19년차라니, 야구를 오래 하긴 오래 했다. 이제 그만 둬야 할 때인가". 

한화 최고참 투수 박정진(41)은 세월이 무상한 듯 웃었다. 프로 입단 후 19년차 시즌을 맞이하는 그이지만 한화 김성근 감독이 올 시즌 마운드 키맨으로 꼽을 만큼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권혁과 송창식이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재활 중이라 시즌 초반 박정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3년간 리그 최다 213경기에 등판한 박정진의 어깨에 한화의 운명이 달려있는 것이다. 
1976년생으로 올해 만 41세가 된 노장 투수에겐 막중한 부담일 수 있지만 피하지 않고 맞선다. 그보다 나이 많은 투수는 2살 위인 KIA 최영필(43)이 유일하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도 자진 참가해 완주할 만큼 뜨거운 열의를 보인 박정진은 언제가 될지 모를 은퇴의 순간을 항상 마음속으로 각오하고 있다. 대전 홈구장에서 새 시즌을 준비하는 박정진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2017년 새해가 밝았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 12월에는 푹 쉬었다. 러닝 머신을 타고, 보강 운동을 하면서 등산도 몇 번 다녔다. 2일부터 야구장에 나와서 몸을 풀고 있다. (오는 8일부터) 후배 이태양과 함께 괌으로 가서 캐치볼 등으로 공을 던지기 시작할 것이다. 20일 정도 훈련한 뒤 2월 스프링캠프에 맞출 계획이다. 확실히 몸을 만들고 올 것이다. 
- 새해가 되며 1살 더 먹었다. 어느새 만 41세인데. 
▶ 고참이란 말은 이제 식상하다. (이)승엽이도 올해를 끝으로 은퇴한다고 하는데 남 일 같지가 않다. 나도 올해가 마지막일 수도 있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후배들과 경쟁이 되지 않을 때 관두고 싶다. 실력이 안 되는데 자리를 차지하고 싶지 않다. 아직까지 몸이 괜찮지만 시즌 들어가서 어떻게 될지는 해봐야 알 수 있다. 매년 열심히 준비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항상 (은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 
- 언제쯤 그런 시기가 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나. 
▶ 승엽이는 모든 것을 다 이룬 선수라서 그런지 좋을 때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보인다. 나도 승엽이와 입장은 다르지만 같은 생각이다. 주위에선 '안 아프면 계속 더 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러고 싶진 않다. 타의에 의해서가 아닌 나 스스로 판단해서 그만뒀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 투수로는 최영필 다음인데 최고령 기록 욕심은 없나. 
▶ 영필이형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한국나이로 44세인데 몸 관리를 정말 잘하신다. 한국 최고 기록이 송진우 코치님(44세)일 텐데 영필이형이 더할지도 모르겠다. 난 최고령 기록에 대한 욕심이 없다. 기록보다는 좋게 좋게, 열심히 하다 선수로서 미련이 없을 때 유니폼을 벗고 싶다. 
- 베테랑 선수들에게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 우리팀에는 나보다 1살 많은 (조)인성이형도 있다. 작년 아쉬움이 있어서인지 준비를 정말 열심히 하더라. 고참이 되면 그런 게 있다. 몇 경기 못하면 팀과 후배 선수들에게 뭔가 민폐가 아닌지 하는 생각이다. 내 나이쯤 되면 말년 병장이라고 하지 않나. 말년이 되면 후배가 선배들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선배가 후배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경기 나가서 못하면 미안하고, 후배들 보기가 그렇다. 행동거지도 더 신경 쓰게 되는 게 고참이란 자리 같다. 
- 올 시즌 한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투수진이 그렇다. 
▶ 매년 기대와 우려가 함께 있는 것 같다. 솔직히 지난해에는 크게 기대했는데 초반부터 삐걱대며 힘든 시즌이 됐다. 올해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식으로 조심조심할 듯하다. 하나씩 준비하다 보면 경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팀의 훈련량이 많고, 열심히 하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그것이 경기를 하는 승부 속에 적용되진 않는다. 상대가 강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투수들이 잘해야 한다. 
- 팀 사정상 초반이 중요한데 슬로스타터란 점이 걱정이다. 
▶ 작년 초반 정말 안 좋았다. 초반 한두 달은 볼도 안 가고, 딜레마에 빠졌다. '진짜로 은퇴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할만큼 스트레스트를 엄청 받았다. 돌아보면 비시즌 몸 관리에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2015년 많이 던졌고, 시즌 막판에 팔꿈치가 아파 쉬었다. 중학교 때 이후 20년 만에 처음 팔꿈치가 아파 두려움이 있었고, 나도 모르게 몸이 위축된 부분이 있었다. 
- 그 이전에는 팔꿈치가 아파본 적이 없었나. 
▶ 그렇다. 이전에는 전부 어깨였다. 팔꿈치가 아픈 건 처음이라 겁이 났고, 페이스가 더 더딜 수밖에 없었다. 지금 팔꿈치 상태는 좋다. 지난해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도 공을 던지며 좋을 때 감을 찾고 유지하려 했다. 그때 페이스를 찾는다면 4월 초반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게 될 것이다. 쌩쌩한 몸을 만들어 놓아야겠다. 
- 개인적으로 마지막 포스트시즌이 2001년으로 벌써 16년 전이다. (당시 3년차 박정진은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 모두 구원등판, 4이닝 3피안타 1사구 1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2.25로 호투했다. 처음이자 지금까지 마지막 가을야구였다). 
▶ 이광환 감독님이 계실 때였다. 준플레이오프 2경기를 모두 졌던 기억이 난다. 김인식 감독님이 계실 때에는 군복무와 어깨 통증 때문에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올해는 진짜 다른 것 없이 팀 성적이 났으면 한다. 이제는 낼 때가 되지 않았나. 
-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 때는 어땠나. 
▶ 그때는 엔트리에 없었다. 어깨가 아파 재활을 하다 5월쯤 갑자기 1군의 부름이 있었다. 올라가서 공 8개를 던졌는데 전부 볼, 볼, 볼이었다. 그런데 구속이 150km가 계속 나오니 파이어볼러 소리를 들었다(웃음). 그때는 스트라이크가 참 안 들어갔다. (박정진의 데뷔전은 1999년 4월22일 청주 쌍방울전으로 당시 구원으로 3이닝 4피안타 2볼넷 2탈삼진 3실점 2자책점을 기록했다. 1999년 첫 해 12경기 12⅓이닝 동안 볼넷 10개로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 고의4구로 때 포수 키를 넘기는 폭투를 한 적도 있는데. 
▶ 두 번이나 포수 뒤로 넘겼다(웃음). 그것 때문에 야구를 관두려고 고민하기도 했다.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공을 제대로 못 던지는 입스(yips) 증세였다. 그런 고민을 갖고 있는 선수가 많다. 나이를 먹으면서 어느 순간 극복이 되더라. 연습을 하다 보니 극복이 됐는데 그렇다고 피치 아웃만 연습한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팔이) 말리지 않고 던질까 생각했는데 결국 자신감이었다. 피칭이란 심리적인 부분이 큰데 참으로 어렵다. 
- 2017년 새해 소망이 있다면 무엇인가. 
▶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한다. 무엇보다 나 개인보다는 우리 한화 이글스가 이젠 포스트시즌에 나가고, 한국시리즈에도 올라가기를 바란다. 그런 기분을 한 번은 느껴보고 싶다. 벌써 19년째 팀에 몸담고 있는데 좋은 선수들과 함께 뛰었고, 감독님들도 명장이란 명장은 다 모셔봤다. 그런데 딱 하나, 성적이 잘 나지 않았다. 올해는 진짜 팀이 잘 돼 성적 한 번 내보고 싶다. 야구를 관두기 전 마지막 소망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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