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의 시대’ 90년대 최강 선발 5인방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1.14 05: 55

메이저리그(MLB) 역사에서 1990년대는 빛과 어둠이 공존한 시대였다. 리그의 외연 확대와 홈런왕 경쟁으로 전체적인 인기와 규모가 커졌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약물’이라는 어두운 과거가 존재했다. 특히 홈런 흥행을 이끌었던 슈퍼스타들의 약물 복용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기록의 순수성도 의심받는다.
그렇다면 이 ‘약물의 시대’에서 가장 잘 버틴 최고의 선발 투수들은 누구였을까. 12일 메이저리그 네트워크의 패널들인 스티브 필립스와 제프 넬슨은 자신이 생각하는 1990년대 올스타를 공개했는데, 공교롭게도 두 패널은 동일한 선발 투수 5명을 지목했다. 그렉 매덕스, 톰 글래빈, 페드로 마르티네스, 랜디 존슨, 로저 클레멘스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견의 여지가 없는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다.
5명의 통산 사이영상 수상 횟수를 합치면 21회이며, 5명의 통산 승수를 합치면 무려 1536승에 이른다. 마르티네스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300승 이상을 따냈고 약물 의혹이 있는 클레멘스를 제외한 4명은 이미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클레멘스 또한 지지율이 계속 오르고 있는 추세라 언젠가는 쿠퍼스타운에 갈 수 있을 전망이다. 어찌됐건 전설적인 선수들의 집단이라고 할 만하다.

약간씩 다른 시기에 MLB 무대에 데뷔하고 또 은퇴한 5명 중 90년대 최고 성적은 누가 기록했을까. 승수로는 매덕스가 176승으로 가장 많고, 글래빈(164승), 클레멘스(152승), 존슨(150승)이 나란히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1992년에 데뷔해 승수에서는 다소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던 마르티네스(.682)가 승률에서 전체 1위고, 매덕스(.667), 존슨(.667), 글래빈(.653), 클레멘스(.631) 모두 상위권에 올라있다.
좀 더 세부적인 지표를 살펴보면 매덕스의 꾸준함이 빛난다. 매덕스는 소화이닝(2394⅔이닝)에서도 이 집단은 물론 90년대 전체 투수 중 1위다. 전체 2위인 글래빈(2228이닝), 4위 클레멘스(2177⅔이닝)와 차이가 조금 난다. 평균자책점 또한 매덕스가 2.54로 1위다. 마르티네스(2.83), 클레멘스(3.02), 존슨(3.14), 글래빈(3.21)이 뒤를 따른다. 조정평균자책점(ERA+)에서도 매덕스(162)가 1위고 마르티네스(156), 클레멘스(151), 존슨(140), 글래빈(129) 순이다.
다만 이런 빼어난 성적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월드시리즈 우승 복은 많지 않았다. 매덕스와 글래빈은 1995년 한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글래빈은 1995년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였다. 당대 최강의 선발진을 자랑했던 애틀랜타로서는 한 차례의 우승이 다소간 아쉬운 결과가 될 수는 있다. 클레멘스는 뉴욕 양키스 시절인 1999·2000년 2년 연속 정상에 오른 것이 전부고, 존슨은 1990년대 우승과 인연이 없다 2001년 애리조나에서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이 중 가장 어린 마르티네스는 2004년 보스턴에서 한 차례 우승을 경험했다.
한편 1990년대를 제외한, 경력 전체의 ERA+를 따져보면 마르티네스가 154로 1위다. 이는 2000이닝 이상을 던진 MLB 역대 투수 중 가장 높은 기록이기도 하다. 클레멘스가 143(전체 6위), 존슨이 135(전체 12위), 매덕스가 132(전체 16위), 글래빈이 118(전체 68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고의 마무리 투수는 누구였을까. 두 패널은 모두 마리아노 리베라를 지목했다. 리베라는 1995년 MLB에 데뷔, 2013년 은퇴할 때까지 1115경기에서 82승60패652세이브 평균자책점 2.21의 화려한 성적을 남겼다. 리베라는 1990년대에는 129세이브를 기록, 같은 기준 리그 전체 23위에 그쳤으나 ERA+에서는 182로 이 부문 1위다. 특히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 진가를 드러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skullboy@osen.co.kr
[사진] 애틀랜타 시절의 그렉 매덕스.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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