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들 질문공세, 이승엽이 내놓은 명쾌한 답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1.14 05: 55

피와 살이 될 특급 조언이었다. 
'국민타자' 이승엽(41·삼성)이 신인 선수들을 위해 강단에 올라섰다. 지난 13일 대전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2017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에 강사로 초청,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신인 선수들에게 50분가량 아낌 없이 조언을 건넸다. 선수들의 질문 공세가 끊이지 않았고, 이승엽도 막힘없는 명쾌한 답변으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다음은 몇몇 신인들의 질문과 이승엽의 답변을 정리한 것이다. 
- 홈런 타자로서 잘할 때는 모든 환호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안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듣습니다. 좋지 않을 때 타석에서 마음가짐, 홈런을 치는 방법이 궁긍합니다. (삼성 내야수 곽경문)

▶ 난 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 큰 경기 때를 돌아보면 부진했을 때가 많았다. 2002년 삼성이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을 때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굉장히 부진하다 1~2개 중요할 순간 치면서 결과가 좋게 나왔다. 어릴 적에는 나도 멘탈이 약했다. 못 치면 미칠 것 같았다. 그럴수록 타석에서 생각을 많이 버렸다. '못 치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 낙천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홈런 치는 타자들이 인정받는 스포츠가 야구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해준다. 못하면 비난도 크다. 홈런을 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공 스피드와 회전력으로 띄우는 방법, 스윙 각을 만드는 방법, 스윙 스피드·밸런스·타이밍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잘 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잠재력을 쏟아내는 본인만의 방법을 찾길 바란다. 같은 팀이기 때문에 스프링캠프를 가거나 야구장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언제든지, 내가 갖고 있는 야구 모든 이론이나 가치관을 말해주겠다. 
- 한국과 일본, 두 곳에서 활동하셨는데 차이점이 무엇인가요. (넥센 내야수 이정후)
▶ 우선 한국은 가족적인 분위기가 있다. 국가대표팀에 나가면 굉장히 강해진다. 민족주의이기 때문에 뭉치는 힘이 좋다. 일본에선 너무 힘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컸다. 일본은 한 번 2군에 내려가면 1군에 올라오는 게 훨씬 힘들다. 메이저리그는 더 그렇겠지만 눈에 안 보이는 경쟁 구도가 너무나 살벌한 곳이다. 나 같은 경우엔 한국에서 왔기 때문에 얼마나 잘하느냐는 시선이 있었다. 
일본에서 생활적인 면은 좋았지만 야구적인 면에선 큰 차이를 느꼈다. 한국은 정면승부, 일본은 피해가는 승부다. 한국은 투볼이면 바깥쪽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게 거의 90프로인데 일본은 투볼인데도 변화구로 승부한다. 생각하는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변화구를 노려쳐야 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 생각을 바꾸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굉장히 힘들었다. 한국에서 최고가 됐으니 일본에서도 최고가 돼야지 하고 갔지만 그 벽이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결국 일본야구를 점령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 삼성에 입단해서 지금까지 오셨는데 팀에 대한 자부심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개인적으로 구자욱 선수의 약점을 알고 싶습니다. (한화 투수 김진영)
▶ 대구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어릴적부터 삼성 라이온즈 선수가 꿈이었다. 그 꿈을 이뤘다. 일본에서 8년을 뛰고 돌아왔지만 삼성에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자리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릴적부터 동경하고, 목표를 해온 팀에 와서 굉장히 만족하고, 자부심을 갖고 있다. 어디 가서 '야구선수 이승엽'보단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라고 하는 것이 더 좋다. 일본에서 은퇴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시 삼성에 돌아와 마무리할 수 있게 돼 감사하고 행복하다. 
구자욱은 그렇게 큰 약점이 없다. 타격 기술로는 약점이 없지만 몸이 자주 아픈 게 약점이 아닐까 싶다. 구자욱을 봐온 결과 야구에 대한 욕심이나 자신감이 너무 좋다. 앞으로 지금보다 더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지금 질문처럼 상대도 약점을 공략할 것이다. 타자는 어느 선수라도 머리로 날아오거나 땅에 떨어지는 공처럼 정면승부 대신 피해가는 승부를 하는 투수를 힘들어한다. 참고하길 바라지만 정면승부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야구가 재미있다(웃음). 
- 돌고 돌아온 31살 신인입니다. 20년 넘게 프로 생활하시면서 몸 관리 노하우가 궁금하고, 20대와 30대의 차이는 어떻게 극복하셨는가요. (SK 투수 남윤성)
▶ 어렸을 때는 게을렀다. 오늘 할 일 내일 하자, 내일 되면 또 내일하면 되지 그런 경우가 많았다. 어릴 때는 몸이 커버했다. 반복 훈련을 하지 않아도 몸의 스피드나 기량이 뛰어났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한국프로야구의 기량이 지금보다는 낮기도 했다. 지금은 너무나 많이 발전했다. 일본에 가서 더 크게 느꼈다. 마음속으로 거만한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일본에서 실패하며 느낀 건 '내가 최고가 아니었구나'란 것이다. 그때부터 조금 많이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운동을 해야 상대방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단체 운동을 끝마치고도 남아서 운동하고, 그게 반복되면서 몸으로 익혔다. 
나이가 들어 연습량 더 늘렸다. 지금의 어린 선수들과 똑같이 하면 분명히 뒤처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러분들도 선배를 뛰어넘지 못하면 1군 못 올라온다. 강인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보통 우리팀이 3시에 연습을 시작하면 2시 정도부터 시작한다. 남들이 연습하기 전 운동을 다 끝낸다. 지치고 힘들기 때문이다. 양을 늘리는 대신 빨리 시작하고 끝내서 휴식시간으로 체력을 보강한다. 
감이 안 좋을 때는 경기장 바로 뒤에 기계라든지 연습을 도와줄 수 있는 시설이 있다. 경기 중에라도 좋지 않으면 배팅을 하거나 비디오 분석실을 찾는다. 타석에서 왜 못 쳤을까, 이래서 잘못됐구나 싶은 것을 찾으려 한다. 그렇게 시간을 쪼개서 준비한다. 각자 어떤 방법이 경기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찾아야 할 것이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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